제3회 전통무용제전 ‘한성준 춤’ 집중 조명

한성준이 복원해 한영숙에게 전한 전통 춤 ‘학’의 공연 모습.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한성준(1874~1941)은 한국 무용의 거목이다. ‘우리 춤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는 100여 가지 전통춤을 집대성하고, 이를 기반해 새로운 춤을 창작했다. 한국 전통 무용은 19~20세기에 거쳐 한성준을 통해 재정립된 것은 분명하다. 그의 춤 맥은 손녀 한영숙과 조선 제일 춤꾼 최승희에게 이어졌고 이후 김매자, 이애주, 국수호 등 현대 전통무용 대가들에게 오롯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8월 25~29일 서울 일원서
한·중·일 전문가 대거 참여
‘학’ 악보 발굴, 재창작 공연
아시아 무용 대한 세미나도


한성준은 불교와도 인연이 깊다. 특히 수덕사는 그의 춤 인생의 전환점이 됐던 곳이다. 지난해 열린 ‘내포 전통춤문화유산의 현대적 계승 진단과 정책적 대안 모색’ 세미나에서 불교신문 사장 주경 스님은 “한성준 선생이 1890년께 수덕사에 입산해 3년간 머물며 범패와 승무를 비롯한 다양한 재를 통해 불교의식을 접하며 불교 전통을 배웠다. 수덕사에서의 경험으로 자신의 기예를 재정리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한성준은 당대 최고 선지식 만공 선사와도 깊은 교류를 나눴고, 수덕사 대웅전 불사에도 시주하기도 했다.

한국 무용의 선지식 한성준의 춤을 재조명하는 무대와 학술 세미나가 마련된다.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회장 성기숙)와 춤자료관 연낙재는 8월, 9월 서울과 충남 내포시에서 제3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을 개최한다. 서울행사는 오는 8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연낙재 세미나실 등에서 진행된다.

‘우리 춤의 아버지’ 한성준의 모습
‘한성준 춤의 시원과 확산’을 주제로 열리는 무용제전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중국의 무용가와 학자가 참가한다. 특히, 이번 행사는 근대 시기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로 활동공간을 넓혀갔던 한성준의 예술적 여정과 그 이후 춤 세대의 후속 활동이 남긴 무용사적 흐름을 반추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눈길을 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 최초의 무용극 ‘학(鶴)’의 복원 공연이다. ‘학’은 신무용가 조택원이 한성준에게 전통학춤을 배워 일본의 근대음악가 다카기 도로쿠에게 작곡을 의뢰해 창작한 한국 최초의 무용극이다. ‘학’의 악보가 일본에서 발굴, 연낙재 기증을 통해 한·일 공동 합작으로 복원, 재창작된다.

한성준·한영숙으로 이어져 온 ‘전통학춤’이 박은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의 지도로 무대에 오른다. 한국무용가 국수호 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을 비롯해 김복희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발레리노 이원국 등이 참여한다.

여러 장르로 퍼진 ‘학’의 재창작 무대에는 일본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마츠모토 뎃페이, 소프라노 마츠다 치에의 라이브음악이 곁들여진다.

다카시 도로쿠가 작곡한 ‘학’의 악보를 발굴한 후지이 고키 시마네대학 교수가 음악적 학술고증, 성기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무용적 학술고증 결과를 발표한다.

이와 함께 앞서 진행되는 ‘우리 춤의 맥·혼·몸짓’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일곱 명의 중견무용가들이 출연해 자웅을 겨룬다. 임현선 대전대 교수의 ‘태평무(강선영류)’를 비롯해 정혜진 서울예술단 예술감독의 ‘고풍’, 김삼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살풀이춤’, 윤미라 경희대 교수의 ‘진쇠춤’, 채향순 중앙대 교수의 ‘장고춤’, 배상복 전 제주도립무용단 예술감독의 ‘신명’, 김충한 전 정동극장예술단 예술감독의 ‘가사호접’ 등 다채로운 춤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중 우리 춤문화유산의 향연’을 주제로 열리는 27일 무대에서는 한성준 춤을 시원으로 중국 조선족무용사회로 파급돼 오늘까지 계승되는 춤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한성준-한영숙의 춤맥을 이어온 故 정재만을 사사한 중국의 대표적 조선족무용가 한현걸 북경무도대학 교수의 ‘살풀이춤’, 중국 조선족무용의 메카 연변대학교 김영화 교수의 ‘장고춤’ 공연은 이번 행사의 의미를 배가한다.

아시아의 근대 춤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조명하는 국제무용학술포럼도 마련됐다. 연낙재 세미나실에서 열리는 세미나에서는 근대의 도래로 직면한 서구적 충격을 아시아 춤이 어떻게 수용했는지를 살펴본다.
한국춤문화유산기념사업회는 “이번 행사에서는 한성준 춤의 원형에서 창조적 지평확산으로 흐른 춤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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