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자, 12일 옥천사에 아무 조건없이 기증

고성 옥천사는 7월 12일 소장자로부터 도난 나한상 2점을 무상 기증받았다. 이로써 7점의 도난 나한상 중 4점이 제자리를 찾았다. 사진 제공= 옥천사 성보박물관장 원명 스님
[현대불교=신성민 기자 ] 1988년 도난됐던 옥천사 나한상 2점이 다시 옥천사로 돌아왔다. 이것으로 총 7점의 도난 나한상 중 4점이 환수돼 이제 3점만이 남았다.  본지에 도난 나한상의 진본 사진이 공개된 이후 2달여 만에 거둔 성과다. <옥천사 나한상 관련 기사 본지 1103·1106호 보도>

“도난 문화재 환수, 당연한 일
얼굴·이름 등 절대 밝히지 말라”

동북硏 세미나서 진본 사진 공개
본지 보도 2달여 만에 환수 ‘성과’
사찰·학계 공조가 낳은 선행 모델

고성 옥천사(주지 진성)는 “지난 8월 12일 소장자로부터 아무런 조건없이 도난 나한상 2점을 기증받았고, 이를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에 1차 이운해 문화재 상태를 감정받았다. 현재는 다시 이운해 사찰 성보박물관 수장고로 모셨다”고 8월 16일 밝혔다.

옥천사 나한상이 다시 환지본처하는 데는 사찰과 학계의 공조 노력이 컸다. 조선 후기 최고의 조각승 색난 스님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옥천사 나한상은 1988년 7구가 도난됐고, 이중 2점은 2014년 은닉한 사립박물관장이 체포됨으로서 환수조치 됐다. 5점의 나한상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에서 결정적 증거가 6월 18일 열린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 학술대회에서 나왔다.

최선일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등이 현재 도난 중인 5점의 사진을 학계에 최초로 공개한 것이다. 이들 사진은 문화재 전문가 안귀숙 박사가 1980년대 전국을 다니며 촬영한 것으로, 옥천사 나한상의 본 모습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자료였다. 특히 이들 사진은 조계종이 발간한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에도 없는 사진으로 불교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사진이 공개되면서 나한상 찾기는 좀 더 용이해졌다. 사진 공개된지 25일만에 옥천사 측은 2013년 제주 본태박물관 기획전 ‘다정불심(多情佛心): 조선후기 목동자’에서 도난 나한상 2점이 대여·전시된 사실을 확인했다. 옥천사는 소장자를 수소문했고, 그 결과 소장자는 무상 기증을 결정했다.

소장자는 무상기증을 하면서 “도난 문화재가 본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얼굴과 이름 등을 일체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도난 문화재 환수는 문화재 소장 사찰과 학계의 공조로 이뤄낸 성과이자 선행 모델이다. 옥천사는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와 상호협력 협약을 맺고 성보문화재 연구와 도난문화재 환수 등 상호 지원을 이어가기로 약속했다. 사찰은 소장 및 도난 문화재에 대한 기초 연구 제공을,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 영역과 안정적 연구 환경을 가질 수 있다는 것으로 협약 초기부터 화제가 됐다. 결국 협약으로 이뤄진 기초 연구가 도난 문화재를 환수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옥천사 성보박물관장 원명 스님은 “이번 나한상 환수는 동북아불교미술연구소와의 협약과 세미나의 역할이 컸다. 최선일 위원부터 연구소 관계자의 전폭적인 협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면서 “이를 계기로 일선 사찰들의 성보 연구에 관심을 갖고 도난 문화재 환수에 나섰으면 한다”고 밝혔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외부에 있어 나한상의 보존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현재 나한전의 16나한상을 도지정문화재로 일괄 신청했다. 이를 위해 전문위원들이 방문하는 데, 향후 보존 방안 등을 자문받을 예정이다. 보존처리가 완료되면 법회를 봉행해 일반 대중에게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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