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려라, 똥! 上

▲ 그림-강병호
커다란 똥이 떨어졌다. 똥은 맑은 공기를 가르며 풀밭 위에 철퍼덕 내려앉았다. 정말 굉장한 똥이었다. 쇠똥구리 동동이는 머리를 한껏 치켜들고 더듬이를 흔들었다. 바삭바삭 마른 풀 냄새와 달콤한 이슬 냄새가 났다. 아주 맛좋은 쇠똥이란 걸 먹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소님!”

동동이가 소의 발굽을 똑똑 두드렸다.

으응, 쇠똥구리로구나.”

소는 되새김질하며 눈으로는 겅중거리고 뛰어노는 송아지를 쫓고 있었다.

제가 소님의 똥을 좀 가져가도 될까요?”

마음대로 하렴. 이제 그 똥은 내 것이 아니니까. 그런데 똥을 가져다가 무얼 하려고 그러니?”

쇠똥 경단을 빚을 거예요.”

쇠똥 경단을 빚어 무얼 하려고?”

먹을 거예요. 쇠똥 경단은 아주 맛있거든요.”

소가 큰 눈을 껌벅였다.

그러니까 내 말은 왜 힘들게 경단을 빚느냐는 거야. 먹으려면 그냥 여기서 먹으면 되잖니.”

동동이는 더듬이를 움츠렸다. 그건 당황했을 때 나오는 동동이의 버릇이었다. 동동이는 더듬이를 이리저리 흔들며 대답했다.

……. 그건 말이죠. 경단으로 만들어 먹으면 더 맛있거든요. 밤이 되면 배가 고파지는데, 먹을 걸 찾아 집 밖으로 나오려면 무척 귀찮아요. 위험하기도 하고요. 똥을 빚어 두면 아무 때나 먹을 수 있잖아요. 겉은 와사삭 바사삭 안은 촉촉해서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동동이는 입을 다물었다. 소는 이미 동동이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소는 커다란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신선한 풀을 찾아 성큼성큼 걸어갔다. 뛰어놀던 송아지가 엄마 뒤를 따랐다. 엄마 소는 긴 혓바닥으로 송아지의 이마를 핥고는 꼬리를 휘휘 저어 송아지 등에 붙은 쇠파리를 쫓아주었다.

 

동동이는 냉큼 쇠똥 위로 올라갔다. 방금 눈 똥은 푹신푹신하고 따뜻했다. 동동이는 앞다리로 똥을 모아 둥글게 이겼다. 쇠똥을 다질 때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쇠똥은 금세 마르기 때문에 재빨리 다지지 않으면 단단하게 뭉쳐지지 않았다.

누구도 동동이에게 경단 빚는 법을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동동이는 태어났을 때부터 혼자였다. 경단은 늘 크거나 작았다. 경단이 크면 굴리기가 힘들었고, 작으면 너무 빨리 말라서 부서지기 일쑤였다. 수많은 경단을 빚고서야 동동이는 자신에게 꼭 맞는 크기의 경단을 빚을 수 있었다.

둥글게 모양을 만들어 놓고 동동이는 똥에 기대어 잠시 숨을 골랐다. 쉴 새 없이 일하느라 다리가 달달 떨렸지만, 이번에 만든 경단은 마음에 꼭 들었다. 정말 힘든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집은 아주 멀리에 있었다. 날아서 오는 건 잠깐이었지만, 똥을 굴리며 돌아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쇠똥을 굴리는 동안 동동이는 잠시라도 쉴 수가 없었다. 다른 쇠똥구리에게 쇠똥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쉬지 않고 빠른 속도로 달려야 했다.

어째서 나는 쇠똥 경단을 만드는 걸까?’

동동이는 궁금했다.

동동이의 일과는 매일 똑같았다. 아침이 되면 맛있는 똥을 찾아다니고, 똥 경단을 굴리며 집에 돌아오면 어느새 저녁이었다. 흙바닥 위를 구르며 단단해진 똥 경단은 아주 맛이 있었지만, 집에는 미처 먹지 못하고 수북하게 쌓아놓은 경단이 바삭바삭 마르고 있었다.

동동이는 경단 위에 뒷다리를 올리고 힘차게 굴리면서 중얼거렸다.

어째서 나는 매일 똑같은 일을 하는 걸까?’

 

! 공이다.”

아기 오리가 넓적한 주둥이를 휘두르며 달려왔다.

아니야. 이렇게 작은 건 구슬이라고 부르는 거야.”

오리들은 뒤뚱뒤뚱 달려와서 부리로 똥 경단을 굴렸다.

여기! 이쪽으로 패스, 패스!”

동동이는 온 힘을 다해 똥 경단을 부둥켜안았다. 이리저리 구르면서 돌멩이에 부딪힌 등딱지가 몹시 아팠다.

그냥 놓아버릴까? 어쩌면 이러다가 죽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이 똥은 정말 맛있는 똥인걸. 지금까지 만든 경단 중에 최고로 멋진 경단인데.’

얘들아, 안 돼. 그건 장난감이 아니란다.”

엄마 오리가 말했다.

공도 아니고, 구슬도 아니야. 그건 쇠똥구리의 쇠똥 경단이란다.”

, , , 똥이라고요? 어째서 똥 같은 걸 굴리고 다니는 거야. 퉤퉤퉤.”

그러면 못써요. 쇠똥 경단은 쇠똥구리에게 아주 소중한 거야.”

소중한 것이라는 말이 동동이의 가슴 속에 쏙 들어왔다. 동동이가 똥 경단을 빚어 굴리는 건 그것이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왜 소중하냐고 물으면 대답할 말을 찾을 수 없지만. 똥 경단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주는 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동동이에게는 위로가 되었다. 엄마 오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동동이를 살폈다.

정말 미안하구나. 어디 다친 데는 없니?”

온몸이 쑤시고 아팠지만, 동동이는 고개를 저었다. 엄마 오리가 빙긋이 웃었다.

엄마들은 늘 저런 웃음을 짓는구나.’

동동이는 생각했다.

우리 엄마도 그랬을까. 저렇게 다정한 눈으로 나를 보았을까. 다른 이에게는 더럽고 쓸모없는 똥 경단이지만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거라고 말해주었을까. 송아지의 이마를 핥아주는 엄마소처럼 아픈 내 등딱지를 가만히 어루만져 주었을까.’

동동이가 단단한 껍데기를 깨고 밖으로 나왔을 때,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캄캄한 굴속에는 부스러진 똥 경단 몇 개만 굴러다니고 있었다. 이 세상 누구에게나 엄마가 있다는데, 동동이에게는 엄마가 없었다. 동동이는 늘 혼자였다.

똥 경단은 무사했다. 한쪽에 살짝 금이 갔는데, 뒷다리로 몇 번 굴리니 다시 붙었다. 그런대로 굴릴 만했다. 굴리고 또 굴리다 보면 더 단단해질 것이다.

밥 먹을 시간이야. 모두 연못에 들어가 부리를 닦으렴. 똥이 묻어 더러워졌잖니.”

멀리서 엄마 오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기 오리들은 연못에 부리를 담그며 노래를 불렀다.

, , 무슨 똥, 마른 쇠똥, 경단 똥.

누가 누가 먹을까. 쇠똥구리가 먹지.

, , 누구 똥, 쇠똥구리 경단 똥.”

아기 오리들이 놀려대는 건 아무렇지도 않았다. 동동이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하지만 엄마 오리의 말은 마음이 아팠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다른 이에게는 더러운 것일 뿐이라는 게 동동이는 슬펐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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