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윤리 내규 우선돼야
법집행서도 원칙 확립 중요

공직사회의 부정부패가 다시 정치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위 공직자 일부가 뒷돈을 챙기며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일부 하위직 공무원은 퇴근 시간을 조작하여 시간외수당을 챙기고 있는 사례들이 연이어 보도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공무원의 부정부패 정도는 2010년 기준으로 선진 21개국 중 그리스·이탈리아·포르투갈에 이어 제 4위라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는 현재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려는 공시열풍이 거세다. 서울시 인재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지방공무원임용 평균 경쟁률은 87.6:1이라 한다. 현재 공무원은 선망의 직업이다. 정년이 보장되고 연봉과 연금도 기업체 못지않기 때문이다. 이 직업이 부정부패로 얼룩지다니 나라의 장래가 걱정된다. 역대 정부는 예외 없이 부정부패의 척결을 내걸었지만 부패는 점점 더 심해졌다. 결국 김영란 법이라 부르는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이라는 특별법을 제정했다. 728일 헌법재판소가 이 법안에 대한 위헌소송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928일부터 시행하게 됐다. 그러나 과연 이 법으로 부정부패가 줄어들까? 반짝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으나 긴 안목으로 보면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공직사회의 복지부동을 조장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가장 눈에 띠는 문제점은 법의 적용대상에서 국회의원 등 선출직을 제외시켰다는 점이다. 법의 규칙은 보편적이어야 하며 차별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어긴 것이다. 이는 또한 신상필법(信賞必罰), 공이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고 죄가 있는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준다는 원칙에도 어긋난다. 이 말에는 상은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도 반드시 주어져야 하고 벌은 지위가 높은 자도 반드시 받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그런데 모든 부패의 근원인 정치부패를 제외시키고 어떻게 다른 부패를 척결할 수 있겠는가?

이 법은 또한 법의 규칙은 확실해야 한다는 확실성의 원칙도 지키지 않고 있다. 뇌물과 향응을 얼마까지는 되고 얼마부터는 안 된다는 규칙은 이상하다. 군율(軍律)에서 도망을 방지하려면 도망치지 말라는 금지와 벌칙만 확실하면 된다. 그런데 50보 도망치는 것은 괜찮고 100보 도망치면 안 된다는 이야기는 우습지 않은가? 맹자 양혜왕(梁惠王)편에도 50100보라는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공직부패 방지법이라고 하면서 거기에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까지 적용대상에서 포함시킨 것은 더욱 법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을 공권력의 잠재적 감시대상에 둘 수 있어 국민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

공직자의 부패를 방지하려면 공직자 스스로 부정한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자기 결심과 서약이 먼저 있고 거기에 확실한 금지행위를 명시한 법의 강제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불교에서 계()는 스스로 지키겠다는 맹세이고 율()은 공동체가 부과한 규칙인 것과 같다. 각 분야의 공직자들이 자정노력으로 윤리강령이나 내규 등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실행하고 확실한 금지 규칙만을 법으로 정하여 시행하면 공직 부패 방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러한 자정노력이 결여된 법적 강제만으로는 부정부패의 근절이 어렵고 사회를 질식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 중국의 진시황은 법가(法家)를 중용하여 통일에는 성공했으나 법 만능주의로 독재체제가 되어 그가 죽은 후 15년을 못 넘기고 망했다. 그 외에도 법 만능주의가 실패한 역사적 사례는 넘쳐난다. “정령(政令)으로 이끌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은 그걸 면하려 하겠으나 부끄러움을 모른다. 덕으로 이끌고 예()로 다스리면 백성은 부끄러움도 알고 품격도 갖추게 된다고 한 공자의 명언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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