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각시대왕 만난 현장법사 일행

훌륭한 옷은 요괴의 함정
손오공 만류에도 저팔계 입어
독각시대왕 본체는 도망친 ‘소’
‘소’는 수행자의 또 다른 이름

영감대왕에게 자리를 빼앗겼던 통천하의 수신이 나타나 감사를 드린다. 집채만 한 자라로다. 그 등이 넉넉히 넓어 일행을 모두 태우고 800리 통천하를 휘익 건넜구나.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멀어라. 산천경개 좋은 곳은 요괴도 많아라. 해는 저물어가고 배는 고파오는데 인가는 보이지 않네.

현장법사 손오공에게 먹을 걸 구해오라는데 손오공 눈에 보인다.

요괴의 음산한 기운, 이곳은 매우 위험한 곳! 여의봉으로 큰 원을 그리고 술법을 걸어 놓고는 단단히 당부한다. 제가 밥 얻어오는 동안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마세요!

그리고 근두운으로 휘익 날아가 이리 저리 밥을 비는데 일행들 과연 꼼짝 않고 원 안에 있을까? 욕심 많고 참을성 없는 저팔계 절대 못 견딘다.

일행을 충동질해 나선다. 조금 앞으로 가다보니 훌륭한 집 있다. 들어가 보니 주인도 없는 듯한데 좀 더 들어가니 방 가운데 웬 해골!

아마도 집 주인이었는데 죽었나보다? 그리고 괜찮은 옷이 세벌 있구나. 저팔계 들고 나와 이 좋은 옷으로 갈아입자하네. 현장법사는 남의 물건 손댈 수 없다 거절하니 저팔계 사오정만 갈아입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입자마자 옷에 꽁꽁 묶여 버리네. 꼼짝도 못하고 묶여 쓰러지네. 이것이야말로 요괴의 덫이었네. 거미줄에 먹이가 걸리자 거미가 등장하듯 요괴 등장하여 일행을 소굴로 채가 버린다.

아아! 본디 앉은 자리 없는 데 앉을 자리를 찾았는가? 해말쑥한 마음자리에 무슨 옷을 걸치려는가? 헛된 자리의 함정에 빠지고 거짓된 옷으로 천진면목을 가렸으니 스스로 요괴의 굴에 빠져버렸구나!

밥 얻어 돌아온 손오공 두리번두리번 사부님~ 팔계야~ 오정아! 토지신 나와서 사정을 알린다. 여기 독각시대왕이란 엄청난 요괴가 있는데 그 요괴 소굴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린다.

다음 순서야 말할 필요 없다. 손오공 쳐들어가고 요괴가 튀어나오고 짠짠 바라바라바라!

그런데 요괴가 손오공을 알아보는 듯! “천상세계를 어지럽힐 만한 솜씨로구나!” 그러면서 웬 고리를 휙 던지며 “붙어라!”하는 한마디에 손오공 여의봉이 덜컥 거기 붙어버린다.

무기를 빼앗긴 손오공, 36계 줄행랑…. 곰곰 생각해보니 이건 좀 이상하다. 나를 알아보는 것 하며, 그 뛰어난 솜씨하며 분명 천상의 선관이나 악성이 내려온 것이로다.

급히 천상계로 올라가 옥황상제에게 청하여 선관들을 점고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결원이 없다. 그래서 옥황상제에게 청하고 원군을 얻어 오는데 원군 아무리 많아도 소용없다.

“붙어라!”, 그 한마디!

모든 천상의 장군들 무기를 빼앗긴다. 이젠 정말 수가 없다. 부처님을 찾아뵙자! 무궁한 불법의 힘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구나. 한달음에 근두운 타고 영취산에 달려간다. 석가여래께서는 빙긋이 웃으신다. 18나한에게 금단사(金丹砂)란 보물을 내리시곤 요괴 잡을 계책을 알려주신다.

1차 계책, 금단사로 요괴를 잡는다. 2차 계책, 그게 안 되면 태상노군을 찾아뵙는다.

1차 계책은 안 통하네….금단사도 “붙어라!”에 붙어버리네.

손오공 태상노군 거처를 찾아간다. 휘휘 둘러보니 태상노군 거처에 있던 푸른 소가 보이지 않네. 소 돌보는 동자는 졸고 있네. 태상노군을 추궁하니 깜짝 놀라신다. 이크, 이놈 푸른 소가 달아났구나. 내 보배로운 금강탁(金剛琢)을 훔쳐갔구나! 급히 파초선 들고 나서신다.

아무리 사나운 요괴지만 주인이 나서는 데는 수가 없다.

파초선 한번 흔드니 신비한 “붙어라!”고리 떨어지고 두 번 흔드니 흐늘흐늘, 푸른 소의 본모습 드러난다. “붙어라!”고리였던 금강탁으로 코를 꿰니 꼼짝도 못한 푸른 소!

이때부터 인간 세상에 소코뚜레가 전해졌대나? 절 법당 벽에 그려진 소 찾기 그림 보셨지? 거기 소 잡아서 길들여 끌고 오는 대목….

거기에 나오는 소코뚜레가 바로 이 금강탁이여! 여러분도 각각 자기 소 찾아서 금강탁 코뚜레로 길들여서~소 등에 타고 피리 불며 산천경개 유람하세!


좋은 일을 하면 보답이 있죠. 눈앞에 그 보답이 왔네요. 통천하의 요괴를 잡아 주니, 원래 통천하의 수신이 보답을 하는군요. 커다란 자라 배, 수신이니 배(?)모는 기술이 또 얼마나 좋겠어요? 멀미도 없이 800리 통천하를 휘익~ 건넜군요. 그래도 갈 길은 멀어…. 좋은 경치 만날 때면 한편으로 요괴 근심을 안 할 수 없는 형편이지요. 그렇게 한편으로 좋은 산천경개 감상하며, 다른 한편으로 요괴 걱정하며 가는 길, 그게 바로 손오공 일행이 가는 길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바로 우리 수행의 길이기도 하구요. 도고마장(道高魔長)이라 했지요? 도가 높아질수록 장애도 그만큼 커진다구요. 도가 높아져 삶의 질이 달라지고 기쁨이 커지는 만큼 장애도 늘어난다는 것이지요.

자, 이제 우리 손오공 일행을 기다리는 장애는 무엇일까요? 이만큼 왔으면 수행의 단계로 따져도 꽤 높아진 것 같은데, 어떤 장애가 기다릴까요? 에궁… 이번 장애는 만만치 않군요. 앉을 자리 찾는 장애, 자기 위상을 드러내려는 장애가 기다리고 있었군요. 손오공만이 살필 수 있는 요괴의 기운, 날은 저문데 음산한 기운이 있는 동네에 도달했군요. 그래서 내가 밥 얻어 올 테니 꼼짝 말고 기다리라 당부하곤, 그래도 못미더워 보호의 술법을 건 원을 그려놓고 밥 얻으러 간 사이…. 저팔계가 역시 일을 일으키지요? 언제나 그놈의 욕망, 탐욕이 문제로군요. 그 부추김에 저항을 못하는 일행이 문제지요.

아직도 욕망의 힘을 누를 만큼의 수행이 쌓이지 않은 모양이에요. 저팔계도 이제 좀 길이 들었는데, 손오공만 없어지면 그 본성이 튀어나오는 게 문제지요. 지혜가 잠시 출타한 사이, 탐욕의 부추김을 견디지 못하고 금지선을 슬그머니 넘어서버리죠. 그래서 스스로 요괴의 굴에 떨어지네요. 그 굴이 어떤 굴이냐! 바로 앉을 자리 탐하는 마음, 자신을 드러내려는 마음, 그것이 만드는 덧과 그물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손오공이 신신당부하며 벗어나지 말라고 한 곳이야말로 참으로 도를 닦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안전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팔계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그곳을 교도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지요. “형님은 어디 가서 놀다 오는지도 모르잖아요? 자기가 탁발을 해 오겠다고 하면서 우리는 여기서 감옥살이나 하고 있으라니!” 당연히 지켜야 할 도리를 질곡으로 여기고 감옥으로 여기는 마음, 그런 마음이 들면 바른 길로의 수행은 틀린 것이지요. 편안한 자리를 찾아 나서게 되지요. 또 그동안 조금 쌓인 수행력, 신통력을 빌어서 자기를 과시하고 편안한 생활을 하고 싶은 욕망에 줄달음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괴굴인지도 모르고 스스로 찾아들어가, 천진면목을 가리는 옷을 스스로 걸치는데, 그것이야말로 자신을 꽁꽁 묶는 오랏줄이 되는 것입니다. 저팔계가 인도해서 찾아간 집, 주인 없는 집에 백골만 누었군요. 이미 그런 편안함을 찾아왔던 사람의 백골일까요?

그리고 따듯한 솜옷이 세벌~. 그동안 추위를 참아왔던 저팔계가 견딜 수 없죠. 현장법사는 주인 없는 물건을 탐할 수 없다고 거부하지만 저팔계 사오정은 그 유혹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래서 입자마자 꽁꽁 묶여서 쓰러지고, 결국 힘없는 현장법사만 남게 되지요. 거미줄 치고 기다리는 거미처럼, 함정을 만들고 기다리던 요괴가 달려 나오니 저항할 길이 없습니다.

요괴야 말로 “이게 웬 떡이냐!”지요. 한 점만 먹어도 불로장생한다는 현장법사 일행을 힘도 안들이고 잡았으니, 어떻게 맛있게 요리해 먹느냐만 남았는데…. 그래도 저팔계의 발악적인 위협이 좀 마음에 걸리네요. “우리 형님이 누구인지 아느냐? 하늘을 뒤흔들었던 제천대성이시다!” 그런데 이 요괴가 좀 비보통(非普通) 요괴인 게 틀림없네요. 손오공을 알아요. 마음에 좀 걸리는 것도 있고 겁도 나고 해서 “흐음! 그 녀석까지 잡아서 뒤탈 없게 한 뒤에 성승(聖僧) 고기를 맛보기로 하자”고 결정을 내리지요. 과연 요괴가 뒤탈 없이 성승의 고기를 맛볼 수 있을까요? 우리 슈퍼스타 손오공이 돌아오면 무슨 수를 내던 일행을 구하겠지요? 그런데 이 요괴가 천상의 소식도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비보통 요괴임에 틀림없고…. 그러니 손오공과의 겨룸도 만만치 않을 것 같군요. 다음 회에 좀 자세히 보기로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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