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코끼리와 말뚝 이야기

말뚝에 묶인 코끼리 아닌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서
원대한 꿈 품에 안은
삶의 주체 찾을 것

 

더위가 맹렬하다. 우리 낙산 금산사가 있는 서울 종로구 창신5길 저잣거리는 이런 더위도 오히려 사치다. 몇 천 명에 달하는 봉제노동자들은 납품기일에 맞추느라 새벽 3~4까지 미싱바늘에 손톱이 안 찔리도록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재봉틀을 돌리기 일쑤고, 그 물건을 평화시장으로 싣고 오고 가느라 새벽 4~5시까지 오토바이는 붕붕 소리를 내며 골목을 휘젓고 다닌다.

그 소리들 땜에 약간 불면증이 있는 나는 잠들 때까지 고생 좀 한다. 그런데도 나는 그 모습 그 소리들이 퍽 존경스럽다.

재봉질에 열중하고 오토바이 타는데 열중하는 그분들 삶과 모습에서 나의 이 시대의 희망과 꿈을 발견하다.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가 주셨던 삶과 꿈을 발견한다. 새벽까지도 지치지 않는 저 몰입이 오늘밤도 나의 방일과 나태를 꾸짖는 건 아닌지, 그런 뜻에서 오늘은 인도코끼리와 말뚝 이야기하나 하고 싶다.

어느 날, 탐험가가 정글을 탐사하다가 덩치 큰 인도코끼리 몇 마리가 아주 작은 말뚝에 메여있는 것을 보았다. 호기심엔 찬 탐험가는 코끼리를 보살피고 있는 조련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물었다.

저렇게 작은 말뚝에 저렇게 덩치 큰 코끼리들을 묶어놓으면 위험하지 않소.”

조련사는 대답했다.

물론 위험하지요. 하지만 이 코끼리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 말뚝에 묶여있었기 때문에 절대로 이 말뚝을 뽑아낼 수 없답니다.”

그러면서 조련사는 탐험가에게 인도코끼리 길들이는 법을 일러주었다. 덩치 큰 인도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조련사들은 인도코끼리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작은 말뚝에 메어놓는다고 한다.

아기코끼리들은 처음엔 말뚝을 뽑아내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싶어 애를 쓰지만 아직 너무 어려 힘이 달린 탓에 말뚝을 뽑아낼 수 없다고 한다.

그렇게 몇 번 시도하다가 아기코끼리들은 자신들의 힘으론 도저히 말뚝을 뽑아낼 수 없음을 알고는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를 포기한다고 한다. 한번 그렇게 길들여진 인도코끼리들은 덩치 큰 어른코끼리가 되어서도 말뚝을 뽑아낼 수 없는 것으로 알로 아주 작은 말뚝에 고분고분하게 메여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지금 자신의 마음에 어떤 생각이 드는가? 혹시 지금 내 마음이, 내 삶이 이처럼 아주 작은 말뚝에 메여있는 인도코끼리와 같지는 않는가?

이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꿈이 없는 사람도 하나도 없다. 자신이 자신의 쓸모를 발견하지 못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내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도를 깨친 높은 스님들은 달을 보려면 달을 직접 봐야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내 삶의 주체는 나 자신이다. 누구도 나에게 달을 가져다 줄 수 없다. 내가 아니면 내 자신의 달을 찾을 수 없다.

참된 나를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길이다. 잠시잠깐의 안락과 나태함은 독약일 뿐이다. 현실 도피일 뿐이다. 풀숲에 머리만 처박은 채 꼭꼭 숨었다고 생각하는 꿩과 같다.

말뚝에 묶인 인도코끼리, 혹은 꿩이 되어선 안 된다. 내 삶을 스스로 찾아나가야 한다. 관성에 젖어버리는 순간 내 삶의 주체가 되어야 할 는 없다.

는 무엇인가?

나에 대한 사고 체계를 바로 정립하며 살아갈 때 나의 꿈과, 나의 이상, 나의 목표를 찾아갈 수 있다.

나를 바로 알기 위해선 바람직한 정체성과 자아관을 가져야 한다.

평소 나는 그저 그런 사람이야란 생각과 가치관을 갖고 사는 사람은 항상 그저 그런 사람으로 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아주 착한 사람이야’, ‘나는 매사에 훌륭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야라는 믿음과 가치관을 갖고 사는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일을 당해도 착하고 훌륭하게 긍정적으로 잘 살아간다.

또한 커다란 소원 즉, 원대한 바람을 갖고 살아야 한다.

삶의 궁극적 목적은 행복이다. 그러나 나 혼자만의 행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내 가족, 내 이웃, 내 친구, 더 나아가 우리 국민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맛볼 수 있다. 쩨쩨하게 나 혼자만의 행복, 내 가족만의 행복, 내 이웃만의 행복을 위해 살지 말고, 마음 만으로라도 우리 사회, 우리 국가, 우리 민족, 세계 인류, 파리 모기 아메바 잡초 등 전 우주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유정 무정물들의 행복까지 위해 산다는 커다란 바람을 갖고 살 때, 우리 행복수준은 그 어떤 자로도 잴 수 없고, 그 어떤 저울로도 달 수 없을 만큼 넓고 깊고 숭고해진다.

만약 인도코끼리에게 저 건너편 초원에 있는 풀을 뜯고 싶다는 아주 작은 꿈이 있었다면, 그 코끼리는 한발자국 앞으로 움직이지 않았을까? ‘이라 부르기에도 너무 사소한 일일지라도 그것을 위해 한 걸음만 나아갔다면 자신이 말뚝을 뽑아버릴 만큼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단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재봉질을 하고, 쓰레기차를 몰고, 폐지를 줍는 일이더라도 모두 이 세상에 가치 있는 일이다. 꼭 돈과 명예가 따라오는 일만 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잠재력이 얼마만큼 되는지 알기 위해선 내 목표와 꿈에 도전해야하고, 작은 일이라도 우선 시작해야 한다. 손가락 끝이 아닌, 그것이 가리키는 원대한 달을 꿈꾸는 마음가짐과 포부를 갖길 바란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