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뜻으로만 해석하면 갇힌다
한 뜻으로만 해석하면 갇힌다
  • 김준호 교수
  • 승인 2016.07.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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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띠(念) ④

잊지 않기, 주의력을 일으킴, 주의 깊음의 발휘와 지속의 세 가지로 사띠의 의미를 정의해보았다. 사띠의 의미를 이렇게 풀이한 이유는 <니까야>에 등장하는 갖가지 사띠의 용례에 부합하는 최적의 이해를 위해서다. 또 하나의 이유는 앞에서 제기한 것처럼, ‘사띠라는 말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다의적인 면모에 걸맞은 접근법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이러한 설명방식은 필자의 주관적 해석에 불과한 것이라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고 작은 안내 정도일 것이다.

이 풀이에는 사실 숨어 있는 전제가 있다. 이른바 힐링 프로그램에서 설명되고 있는 사띠의 이해와 연습에서 보이는 경직성을 염려하는 시각이다. 경직이라는 말은 하나의방법이 아니라 유일한방법이라고 말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흔히 유일신을 믿는 이들을 맹신이라고 여기고 있는 불교인들이 정작 자신의 이해와 실천은 유일하다고 믿고 있는 독선적인 태도를 경직되었다는 말로 표현한 것이다.

하나의 방법과 유일한 방법이란 표현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하나의에 내재된 생각은 다른 것과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러나 유일한을 쓰는 사람은 이러한 열림대신 닫힘을 선택한다. 그것도 자신의 선택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최고, 최상의 가치라는 믿음으로 무장한 채.

▲ 그림 나은영
사띠의 의미를 알아차림으로 풀어 수행 현장에서 활용하는 것은 하나의 이해로써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경전에 나오는 사띠의 모든 경우의 수를 이렇게만 이해하는 것은 스스로 닫힘을 선택하는 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띠를 중심에 두고 있는 현대 남방불교권의 명상수행 전통이라는 것도 그들 나름의 이해와 해석, 실천의 축적을 거쳐 만들어낸 하나의 명상법이라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여기에 하나의 가치가 있는 것은 분명하게 보이지만, 유일한 가치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들의 명상법이 부처님의 수행법과 일치한다는 말을 여과 없이 강조하고 있는 현장에서 견고하게 닫혀 있는 문을 감지하게 된다.

남방불교에서 <니까야>와 거의 동등한 성전으로 추앙되고 있는 <청정도론> 또한 <니까야>의 실천체계를 이해한 결과를 보여주는 하나의 독법에 지나지 않는다. <청정도론>에 나타나고 있는 계율, 명상, 지혜에 대한 이해와 해석에 기대면 매우 선명한 몇 가지 관점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을 펼칠 때마다 드는 느낌을 말하자면, 열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부터 세 가지로만 제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배제된 일곱 가지 가능성에서 생겨날 수 있는 또 하나의 시각에 근거한 명상의 방법이 세상을 얼마나 유익하게 만들지 누가 단정할 수 있겠는가? 사띠의 의미를 하나의 용어로만 이해하는 관점을 대할 때면, 수박도 자를 수 있는 큰 칼을 자두를 자르는 데만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가 앞서 제시한 사띠의 의미 또한 하나의 독법에 지나지 않는다. 다른 관점을 지닌 이의 또 하나의 의견이 보태진다면 좀 더 정밀한 언어로 표현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것이다. 이른바 집단지성을 동력으로 이루어지는 성숙한 논의를 바탕으로 우리는 사띠의 좀 더 적절한 이해와 활용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사띠가 체계화된 형태를 띠고 수행의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경우들을 살펴보자.

정념(正念), 정념정지(正念正知), 사념처(四念處), 사념청정(捨念淸淨)’ 등이 바로 체계화된 사띠를 대표하는 명상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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