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영감대왕을 물리치는 손오공 일행

통천하 제물 요구하는 요괴
신도 희생 권하는 사교 뜻해
관세음보살의 불법으로 치유

요괴 도사들 물리쳐 거지국 스님들 구하고, 다시 내딛는 구법의 길, 날은 저물어 쉴 곳을 찾는데 800리 폭을 가진 강이 가로막는다.

이름도 거룩한(?) 하늘로 통하는 강, 통천하(通天河)란다.

아득한 심정으로 강가 마을을 찾으니 제법 큰 마을이 나오고, 마침 제 지내는 소리가 들린다. 반갑게 찾아드니 진가장(陳家莊), 융숭한 대접을 받는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제 이름이 죽을 사람을 위해 미리 지내는 제란다. 들어보니 사연이 기구하다.

통천하에 수신(水神)이 있는데 이름하여 신령스럽게 감응하는 영감대왕(靈感大王)! 이 신이 해괴하다. 해마다 우순풍조(雨順風調)하게 도와주는 건 좋은데 또 해마다 동남동녀 하나씩을 바쳐야 된다네.

떳떳한 신이 아님이 분명하구나. 일행이 머무른 집, 제 지내는 집 진가장 형제의 자녀들, 형님의 딸 아우의 아들 그것도 외동딸 외동아들이 제물로 뽑혔다네.

피할 길 없는 재앙에 피눈물 흘리며 죽음을 앞둔 아이들을 위해 제를 지낸단다.

현장법사의 자비심과 손오공의 영웅심!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손오공은 남자아이로 둔갑하고 저팔계는 여자 아이로 분장하여, 제물이 되어 사당에 오른다. 밤 늦자 으스스한 찬바람 불고 영감대왕 현신이요! 손오공의 여의봉에 날아가오! 정통으로 맞았으면 죽었으련만, 빗맞았소!

영감대왕 놀라 달아난 뒤, 고기비늘만 몇 개 남은 걸 보니 물고기 요괴가 분명하다오!

맛있는 동남동녀 기대하고 갔던 영감대왕 분기탱천, 복수를 꿈꾼다.

휘하에 있는 쏘가리 할멈이 꾀를 낸다. 영감대왕 기뻐하며 그 꾀에 따른다.

술법을 부려 휘이익~~~드라이아이스 확확확!!! 800리 통천하를 두껍게 얼려버린다.

갈 길이 바쁜 손오공 일행, 아들 딸 살려준 은혜에 기뻐하는 진씨 형제 배웅 받으며 얼어붙은 통천하를 건넌다. 당연히 준비된 함정! 중간에 얼음이 좌좌작!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거기에 용마까지 재주를 부려 벗어나지만 현장법사야 재주 없는 것이 재주! 풍덩 빠져 요괴한테 붙들려 간다.

세 제자가 구하려 여러 번 쳐들어가지만 손오공 무서운 재주를 두려워한 요괴, 물속 궁전 문을 튼튼히 걷어 닫고, 진흙으로 성벽까지 쌓고 버티니 수가 없다.

결국 급하면 보살님! 손오공 남해로 날아 관세음보살님 찾는다.

그런데 관세음보살님 거동이 수상타. 손오공 기다리게 해놓고 뒷산 대밭에 가셔서 대껍질 벗겨 물고기 바구니를 만들어 오신다. 그리고 휘익, 통천하로 함께 돌아와 물고기 바구니를 물속에 던져 넣고는 이상한 게송을 읊조리신다.

“죽은 것은 가고, 산 것은 남아라!남아라!라!”

그리고 건져 올린 대바구니 금빛 찬란한 금붕어 한 마리가 담겨있다. 바로 요놈이다!

통천하에서 야료를 부린 요괴의 정체가 바로! 원래 관세음보살 거처의 못에 살던 금붕어가 매일 머리 내밀고 경전 읽는 소리 듣더니 수행하여 신통을 얻었단다.

큰 비에 물이 넘칠 때 도망쳐 요괴 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단다. 어쩐지 관세음보살님, 왜 왔느냐 묻지도 않고 뭘 잘못해서 그리 되었느냐 구박도 않고 대뜸 대바구니 들고 달려오시더니 지은 죄(?)가 있으셨구나!

아무튼 이리하야 통천하의 어려움은 해결되었는데 그때 금붕어 잡아내시던 보살님 모습을 그린 것이 세간에 전해져서 33관음 가운데 어람관음(魚籃觀音)이 되었다나?

전번엔 선재동자의 이력을 만들어내더니 이제는 어람관음의 내력까지! 서유기 한번 읽으면 불보살님의 경력 이력! 환하게 알게 되겠네!

거지국에서 손오공의 활약은 좀 생략을 하였습니다. 술법대결이 제법 볼만했는데…. 그런 거 다 이야기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질 것 같아서요. 독자 여러분의 상상력에 맡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간단히 줄거리만 말해보죠. 머리 자르기, 배 가르기, 끓는 기름 가마에 들어가기를 두고 술법을 겨루지요.

손오공은 머리가 잘리자, “머리야 오너라!”하고 머리를 불러요. 그런데 호력대선이 술법으로 토지신을 움직여 머리를 붙들고 있게 해요. 그러자 손오공은 “네가 안오면 내가 가지!”하는 식으로 “자라나라!”하면서 목을 늘려서 머리에 붙여 버리죠. 호력대선도 이에 응하여 머리를 잘리는데, 손오공이 술법을 부려 털 한 오리로 개를 만들어 머리를 물고 달아나게 해요. 아무리 불러도 머리가 돌아오지 않아 호력대선은 죽어버리죠. 다음 배 가르기…. 손오공은 배를 갈라 내장을 다 꺼내고선 다시 찬찬히 정리해서 집어넣죠. 그리고 “붙어라!” 한마디에 끝! 녹력대선이 이에 맞서서 역시 배를 가릅니다.

손오공이 역시 술법으로 매를 만들어 내장을 가로채 달아나버리죠. 그래서 내장 잃은 녹력대선도 죽죠. 다음 끓는 기름 가마에 들어가기…. 손오공에게 이정도야 일도 아니죠. 천천히 목욕을 즐기다, 대추씨만 하게 변해 솥바닥에 붙어 죽은 척까지 하네요. 그래서 좀 소동이 나기도 하지만, 그 이야긴 생략! 마지막 남은 양력대선도 끓는 기름 가마 속에 들어가죠. 그런데 손오공이 술법을 부려 몸을 숨기고선 가보니, 불을 막 때는데 기름이 차가운 거예요. 살펴보니 북해의 냉룡(冷龍)이 술법을 부려 도와주고 있는 거예요. 당연히 “뭐하는 짓이야!” 하는 손오공의 호통에 용은 달아나고, 양력대선은 기름에 튀긴 양? 애구~~. 잔인한 표현으로 삭제! 그렇게 되어 호랑이, 사슴, 양이 변한 요괴도사를 물리치고 떠나는 겁니다.

그래서 다시 줄기차게 나가는 길에 큰 강이 가로막네요. 강폭이 자그마치 800리나 된다는 통천하! 그리고 앞의 이야기에서 말씀드린 대로 고약한 강의 신이 살고 있지요. 영감대왕(靈感大王)이라는. 영감을 얻었다는 바로 그 영감입니다. 신령스런 감응이죠. 그런데 이 영감대왕이 삿된 신입니다. 사람들에게 적당한 이익을 주면서, 무언가 부당한 갈취를 하는 신인 것이지요. 신이 신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존재의 격이 높아서 신인 것입니다. 만약 신이 꼭 우리 인간들의 거래관계처럼 무어 얼마 받으면 거기에 얼마 준다는 식으로 반응한다면, 그것이 신의 격에 맞겠어요?

그건 장사꾼이지요. 신의 격에 맞는 모습이라면, 받지 않아도 무한히 베푸는 사랑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누군가는 신의 사랑을 ‘짝사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지요. 저쪽의 사랑에 관계없이 무한히 주는 사랑이라는군요. 그래도 인간의 짝사랑은 상사병이라도 걸릴 우려가 있지만, 그런 염려도 없이,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주는 짝사랑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들 하는 모습을 좀 보세요. 신들도 무언가를 받아야 베푼다고 생각을 하는지, 그저 뭘 바치고 그 대가로 복을 달라고 빌지 않는가요? 그래도 신의 격을 높이 보는 건지, 쥐꼬리만큼 바치고는 소꼬리만 한 복이 오기를 바라지요. 하하. 그게 기복적인 신앙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신의 격을 낮춰 보면서 신의 마음에 들고자 하는 것은 좀 앞뒤가 안 맞는 모습 같아요. 신을 올바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근본이 된 참된 믿음! 그것에 의해 자신의 격도 높이는 그런 신앙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 통천하의 수신은 정말 격이 낮아도 너무 낮은, 정말 요괴 수준의 신이네요. 자신이 베푼 것의 대가로 사람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아가네요. 동남동녀(童男童女)라니요. 인간의 생명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부모 자식 간의 지극한 사랑을 끊는 잔혹함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동남동녀를 바치고 자신들 삶의 안락을 얻는 사람들은 어떤 존재가 되는 것인가요? 천륜을 끊어 자신의 행복을 얻는, 격으로 따지면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최하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신이라고 할 수 없는 낮은 격, 요괴 정도의 격으로 신 행세를 하는 신! 그 신에 얽매어, 그저 생존이라는 것을 지상명제로 하여 자식들을 바쳐서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 차마 볼 수 없는 모습이 전개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남의 이야기로 넘길 것이 아닙니다. 미신이나 사교에는 이런 일들이 종종 있어요. 사교 집단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들, 그 사건들 속에서는 사람 목숨의 소중함이란 아예 존재하지도 않더라구요. 영생인지, 천국인지 몰라도, 그것을 위해 남을 해치고, 결국 생명까지 해치는 일들이 일어난다면 영감대왕에 의존하는 마을 사람들의 행태와 다를 것이 없지 않겠어요?

마침 머문 집이 제물로 바쳐지는 동남동녀의 집이었으니! 우리 정의의 사도들, 손오공 삼형제가 그냥 지나가서는 안되겠지요? 다음 회에 그 활약을 보기로 해요.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