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여름특집- 休 '진정한 쉼이란'

[현대불교= 신성민·박아름 기자] 현대인에게 휴식은 필요하면서도 부담되는 행위이다. 막상 휴식이라는 시간이 주워져도 제대로 쉬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다. 스님과 문인들은 이 같은 휴식 문화와 진정한 쉼을 어떻게 정의내릴까. 모두 진정한 쉼을 위해서는 집착과 갈망을 끊어내고 스스로를 성찰할 것을 주문했다. 명사들의 휴식에 대한 철학을 들어보자.

“바다를 가만히 보면  바다처럼 넓어집니다”
행불선원장 월호 스님

“바닷가에 앉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면 진정으로 바다에 있는 게 아닙니다. 몸과 마음이 함께 쉬어야 진정한 ‘쉼’입니다. 멀리 떨어진 것에 집착하다가 현재를 놓쳐버려선 안되겠지요.”

스마트폰이 현대인들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줬지만, 어느 샌가 우리들 일상을 지배하게 됐다. 여행을 가서도, 또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쉬러 온 나’를 망각한다.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행불선원장 월호 스님은 ‘바로 지금 여기’를 온전히 느끼는 것이야 말로 ‘휴식(休息)’이라 강조한다.
월호 스님은 현대인들의 휴식 방법이 업무의 연장과 다름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멀리 떨어진 것 집착하다
‘지금 바로 나’ 잃어버려
몸·마음 모두 쉬게 해야


“일과 후 스마트폰을 이용해 여러 사람과 소통하면 폭넓은 인간관계는 맺을 수 있죠. 하지만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긴 어려울 겁니다. 바다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바다처럼 마음이 넓어지고, 숲 향기를 맡고 있으면 마음이 청정해질 겁니다. ‘지금의 나’에 집중해야 해요.”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언제부터 바쁨과 시간에 집착하게 됐을까? 월호 스님은 ‘경제 발전’에 초점을 맞춰 온 국가 정책서 원인을 찾았다.

“경제가 성장하며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사람들이 여유를 많이 잃어버렸습니다. 인생은 마라톤과 다름없는데 단거리 달리기 하듯 달리다보니 지쳐버리는 거죠. ‘번아웃 증후군’도 이 세태의 부작용입니다. 힘의 50~60%만 써야 끝까지 달릴 수 있는데 100%를 계속 쓰려고 하니 중간에 포기하게 됩니다. 빨리 달리는 것도 좋지만, 주위를 둘러보며 자신을 좀 쉬게 두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스님은 진정한 휴식의 방법은 글자 그 안에 있다고 했다.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 모습을 표현한 ‘休息(휴식)’이란 글자 자체가 해답이란 설명이다. 경기도 이천 행불선원서 월호 스님이 매달 진행 중인 템플스테이에도 그 의미를 반영했다.

“저희 선원서 운영하는 템플스테이에서도 잣나무 숲에서 크게 소리 내 웃고, 걷고, 눕기도 하면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줍니다. 핸드폰도 사용할 수 없어요. 처음엔 찡그린 얼굴로 왔던 사람들도 3박 4일 후엔 전부 본연의 해맑은 미소를 찾아갑니다. 대자연의 품에서 스스로 마음자리를 돌아보는 것, 그것이 바로 휴식입니다.”


“갈망하는 동안 쉼은 없다 내려놓고 ‘온전한 나’ 만나라”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서광 스님

“요즘 ‘번아웃(Burn-out)’이라는 말이 있지요. 불교심리학적 관점에서 보면 ‘번아웃’은 주체와 대상이 서로에 대한 균형 감각을 상실한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로지 자아에 몰입하거나 자아를 상실한 채 대상에만 집착하는 것이죠. 갈망하는 한 절대로 ‘진정한 쉼’은 이룰 수 없습니다.”

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서광 스님은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원하는 마음이 삶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 진정한 쉼, 휴식이란 이루기 어렵다고 충고한다. 무엇보다 ‘바쁨이 곧 미덕’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디지털 시대, 바쁨은 생활양식
단절·연결, 모순적 두려움 존재
‘내려놓음’으로써 치유해보세요


“바쁘게 사는 것은 1~2년 사이의 일도 아니고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죠. ‘글로벌 신드롬’이라고 해야 할까요. 의식주를 비롯해 SNS, 미디어 등 우리의 환경이 바쁘게 살 수 밖에 없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몸과 마음이 바쁜 것이 일종의 습관이 된 것입니다.”

스님의 지적처럼 습관화 된 ‘바쁨’은 우리를 경주마처럼 한곳을 보고 뛰게 만든다. 이것을 놓는 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자신의 인생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여유는 없다. 이에 대해 서광 스님은 단절과 연결이라는 ‘모순적 두려움’을 원인으로 꼽았다.

“현대인의 관계 형성에는 두 가지의 상반된 두려움이 존재합니다. 먼저, 관계의 단절입니다. 잠시도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있지 못합니다. 그래서 SNS와 메신저를 놓지 못하고 사는 것입니다. 반대로 연결의 두려움,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면 공간적, 시간적으로 방해받기 싫어합니다. 단절과 연결이라는 ‘모순적 두려움’은 온전히 소통하고 성찰할 수 없게 합니다. 이럴수록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삶의 가치와 존재의미에 대한 사유를 통해서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을 극복해 가야 합니다.”

삶의 가치를 찾기 위해서 스님은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반추해보기를 권했다. 또한, 알아차림을 통해 자신을 점검하고 연민심으로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다면 ‘진정한 쉼’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리는 항상 ‘삶의 핵심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핵심가치는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순간순간 진실로 필요한 것을 찾도록 도와줍니다. 원하는 것만을 찾는 행위는 곧 ‘갈망(渴望)’입니다. 갈망이 있는 한 진정한 쉼은 없습니다. 내 앞에 주워진 것을 충분히 누리고, 음미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보고, 듣고, 말하고 걷는 일상의 모든 행위를 ‘자각’하고 ‘음미’ 하면 온전하게 휴식하고 있는 자신을 만날 것입니다.”


본래 마음 회복이 진정한 쉼…  ‘혼자 있음’ 즐겨보세요
문태준 시인·BBS 라디오제작부장

‘쉼’이란 무엇이냐고 물었다. 시인은 답했다. “차고 시원한 우물물이 생각난다”고. 끼얹으면 몸과 정신이 시원해지는 청량감이 바로 휴식의 본질이라는 부연 설명도 돌아왔다.

문태준 BBS불교방송 라디오제작부장은 베테랑 라디오 PD이지만,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으로도 더 잘 알려져 있다. 불교방송 사옥 인근 찻집에 만난 문 시인은 현대인이 잘 쉬지 못하는 것은 ‘집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카니발 같이 무언가를 먹고 소비하는 휴가문화는 쉼을 가져올 수 없다고 했다.

쉬지 못하는 건 ‘집착’하기 때문
화려함만 있는 휴가, 쉼이 아냐
수행·성찰도 쉼의 좋은 아이템


“현재 한국의 휴가문화를 보면 무언가를 소비하는 데 중심이 맞춰져 있습니다. 화려함을 휴가라고 보는 것이죠. 하지만 현대인은 지루하고 단순해지는 혼자만의 시간, ‘독거(獨居)’가 필요합니다. 실제, 다른 문화권에서는 휴양지에서 미뤄놨던 책을 읽는 ‘독서 경험’을 휴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성찰과 사색이 담긴 휴식은 온전히 내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입니다.”

문 시인은 곧바로 <능엄경>의 경구인 ‘헐즉보리(歇卽菩提)’를 말했다. ‘쉬는 것이 곧 깨달음’이라는 이 경구는 진정한 휴식이 얼마만큼 중요한 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 역시 “진정한 쉼이란 본래마음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단박에 정의를 내렸다.

“집착과 망념이 많아 마음이 불편한 데 제대로 쉴 수 있겠습니까. 온전히 쉬기 위해서는 시비와 장단을 끊어내고 ‘일념불생(一念不生·한 가지의 망심도 생기지 않는 것)’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능엄경>에서 ‘헐즉보리’, 쉬는 것이 깨달음이라고 이른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입니다. 결국 쉼은 편안해지는 것입니다. 한마음도 생겨나지 않게 하는 것이죠. 그래서 우리는 불교를 배우고 수행해야 합니다. 템플스테이나 단기출가는 쉼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요.”

문 시인은 평소 염불 수행과 108배를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는다고 했다. 나이를 들어갈수록 스스로를 온전히 다잡고 편안해지기 위해서는 수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저 역시 직업이 있는 생활인입니다. 휴가를 받고도 말미가 되면 일상으로의 복귀에 스트레스를 받죠. 그래서 평소 염불과 절을 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합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평소 ‘크게 보라. 우주적 생명을 보는 훈련을 하라’고 했습니다. 스스로가 자유로울 수 있는 훈련을 마음을 바로 볼 수 있는 수행을 우리는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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