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여름 휴가 시즌이다. 잠깐씩 일을 멈추고 며칠 쉰다는 것은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막상 휴가를 떠나보면 정작 휴가가 진정 자신에게 충분한 쉼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업무와 연계돼 시시각각 울려대는 핸드폰 소리로 여기가 휴가지인지 사무실인지를 착각하게 한다. 사실 정작 필요한 것은 1년에 한번 과로에 대한 보상으로 이벤트처럼 주어지는 휴가가 아니다. 일상서 매일매일 충족되는 휴식이고 자기 시간이 더욱 효과적이다. 결국 하루의 일상서 여유를 못 챙긴다면, 그건 결국 평생 일에 끄달려 달콤한 쉼의 여유를 누리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래도 열심히 일한 당신들은 멀리든 가까운 곳이든 떠나야 한다. 다시 열심히 살기 위해서다. 꽉찬 스트레스를 비워내고 털어내야 새롭게 충전된 새 것들이 들어 찰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들 하던 일을 내려놓고 어디론가 떠나보자. 진정한 육체적, 정신적 쉼을 위해서 말이다.

차량 정체로 도로서 시간을 보낸다거나, 산과 바다에 몰려든 관광객들에 치여 스트레스만 받고 돌아온다면 진정한 휴가라 할 수 없다. 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진정한 육체적 쉼을 어떻게 찾을지 숙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마음의 정중동을 찾아야 한다. 쉼은 내면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일상생활서 더 수월하게 내적 고요를 경험하게 해준다. 일의 고통과 억압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핸드폰 스위치를 단 3일 만이라도 꺼놓자. 여기엔 일상의 착()을 잠시 털어내는 과감한 용기가 필요하다. 필자도 처음에는 불안하고 초조해 망설였지만 막상 해보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좀 늦어진 일처리는 있었지만,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 핸드폰의 노예에서 좀 벗어나보자. 정신적 쉼을 즐기기 위한 첫 준비절차다.

그리고 차가 막히지 않는 범위에서 대중교통으로 인근의 산중 사찰을 찾아가 보자. 녹음이 우거져 산사의 숲길은 온통 초록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바라만 봐도 평안하고 즐겁다.

일주문서부터 긴 호흡을 관하며 녹색의 숨을 흠뻑 빨아들이며 걷자. 1시간만 걷고 나면 온통 몸에 땀범벅이 된다. 하지만 노폐물이 빠져 나가면서 느끼는 상쾌함은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는 것 이상으로 시원하다.

대중적 휴가지나 관광지를 다녀오면 단 며칠의 쾌락과 즐거움은 있겠지만, 그 휴가가 끝난 뒤 찾아오는 정신적 쉼과 성숙은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산사의 숲길 걷기는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도 잔잔한 내적 울림과 여운을 준다. 일상도 번잡한데 굳이 휴가까지 가서 번잡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 우리는 여름의 터널 입구에 서 있다. 폭염도 그렇지만, 여름나기의 최대 복병은 열대야다. 이 것은 이제 더 이상 여름에 잠깐 찾아오는 불청객이 아니라 일상화 단계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무더위, 열대야 불면의 밤, 그리고 이글거리는 태양. 그러나 차면 비워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남은 더위, 냉방기에 매달려 임시로 모면하려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여 보자.

생전에 법정 스님은 더울 땐 너 자신이 더위가 되라고 조언하셨다. 더위가 극성이지만 다 한 때이고,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는 의미이다. 피할 수 없으면 이마저도 즐기자. 언제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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