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주거 양식 아파트
층간 소음경비 대한 갑질
우리를 우울케 하지만 미담도

췌장암 경비원에 성금 답지
우리는 가족초등생도 용돈 모아
자리이타자비 정신 구현에 감동

덕은 외롭지 않으니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 논어에 나오는 이 말이 새롭게 다가온다.

요즘 세태를 보면 덕이 없어 이웃이 없는지, 이웃이 없어 덕이 없는지 어지럽기 만하니 어쩌랴. 인간은 이웃과 함께 사는 존재이다. 우리의 옛 속담에 세 닢 주고 집 사고 천 냥 주고 이웃 산다.”는 말도 이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오늘날 현대화, 도시화되면서 이웃과 사는 주거 양식도 많이 변했다.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이다.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은 제일 밀접한 이웃 관계를 제공하는 곳인데 이곳에서 마음 아픈 일들이 발생하여 우리 모두를 우울케 만든다. 층간 소음으로 살인을 하고, 주차문제로 난투극을 벌이기도 하고, 나이 많은 경비원에게 욕을 하고 폭행을 하는 기사가 지면을 장식하니 벌집 같은 아파트에 사는 우리가 벌보다 미개한 것인지 아득하기만 하다. 너나 할 것 없이 도덕성 회복의 목청을 돋우고 있으나 찢어진 거미줄을 손가락으로 수리하려는 것과 같은 것은 아닌지 하는 절망감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무슨 상쾌한 소식인가? 한 아파트의 경비원이 췌장암 진단을 받았는데 이를 돕기 위해 아파트 주민이 성금을 모아 도아 주고 있다는 기사가 났다. 그 경비원은 지적장애인이며 신경질환을 앍고 있는 딸이 있다고 하니 주민들의 마음은 더욱 안타까웠을 것이다. 초등학생들도 용돈을 모아 성금을 내고 있다니 참으로 가슴 뭉클하다. “경비원 아저씨는 우리의 가족입니다. 해직대신 성금을이라는 성금 모금 글귀는 긴 가뭄 중에 소나기처럼 반갑기 만하다.

오늘날 공동체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마치 고향을 떠난 나그네가 고향을 그리워하듯 공동체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제 공동체 구현의 문제는 향수와 이상의 대상이 아니라 현실적인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것은 산업화, 도시화의 틀 속에서 조건 지어진 현대인의 삶의 양식이 얼마나 각박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 아파트의 경비원 도와주기 운동은 우리의 공동체 구현에 희망의 빛을 주고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않으랴.

공동체에 있어 제일 중요한 키워드는 상생이다. 상생의 형태나 방식은 다양할지라도 상생적 삶의 양식은 공동체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체의 특징으로 호혜성이나 상호부조를 제일 중요한 요소로 거론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공동체 실현의 첫 과제로 등장하는 것이 상생적 윤리관의 정립이다. 상생적 윤리관은 바로 붓다의 자비 정신이다. 자비 정신은 바로 연기론에서 나온다. 모든 존재는 한 그물코 안에 서로 얽혀 있는 상호의존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자비는 단순히 남을 위한 도덕적 행위가 아니다. 많은 경전에 표현되어 있듯이 자비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행위이다.

, 나도 좋고 너도 좋고, 그래서 세상을 좋게 만드는 것이 자비의 기능이다. 붓다가 우리에게 주신 지혜의 목적은 모든 존재에게 행복을 주고 바른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바로 자비 공동체를 이 땅에 실천하는 것이다.

그 희망을 아파트 경비원 미담에서 보는 것이다. 글을 마무리 하면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 자비 공동체의 구현은 구성원의 자비심만으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비 공동체 구현을 위해서는 사회구조, 사회제도, 정책이 함께 해야 한다. 따라서 자비 공동체 실현은 많은 고뇌와 탐구를 필요로 하는 과제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제발 김용봉 경비원께서 쾌유됐다는 소식을 듣고 싶다. 우리 모두 쾌유를 비는 마음으로 두 손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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