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지원 14일 판결…조ㆍ태 분쟁 중 태고종 승소 첫 사례

재산등기 시 구성원 동의여부 초점
태고종 선암사 “통합종단 참여 거부”
조계종 “불교재산관리법 따른 적법절차”

[현대불교=노덕현 기자] 순천 선암사의 소유권이 태고종에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한국불교 정통성이 비구종단에 있다는 1974년 대법원 판결 이후 조계종 법적 지위에 반대되는 첫 판결이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2민사부(판사 김형연)는 7월 14일 ‘태고종 선암사’ 측이 ‘조계종 선암사’를 상대로 제기한 ‘등기명의인표시변경 등기말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1971년과 1972년 조계종 선암사로 등기한 선암사와 승주읍 사지 및 임야에 대해 조계종 측의 말소등기를 이행하라고 판시했다.

순천 선암사는 비구ㆍ대처 분규가 진행된 1950년대 이후로 소유권을 두고 조계종과 태고종이 대립해오고 있는 사찰이다. 1962년 통합종단 조계종 출범 이후 조계종 측은 선암사를 조계종으로 등록했으며 1965년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조계종 산하 사찰로 등록을 완료했다.

통합종단 참여를 거부한 선암사 대처스님들은 1970년 한국불교태고종 설립 후 1971년 한국불교태고종 선암사로 소유권 등기를 진행했다.

이에 당시 ‘조계종 선암사’측 주지 스님이 1972년 문화공보부장관의 ‘선암사는 조계종 소속 사찰’이라는 사실증명원을 받아 부동산 등기를 ‘대한불교조계종 선암사’로 변경했다.

점유를 태고종 대처스님들이 해왔기에 선암사는 소유권은 조계종에 있지만 점유는 태고종이 하는 사찰이 됐다. 지속되는 분쟁에 정부는 1970년 승주군수에 이어 순천시장이 재산관리인으로 임명했다.

정부의 관리 속에 사찰정재 망실 등 문제가 발생하자 2011년 조계종과 태고종은 선암사 재산관리권을 함께 인수,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2014년 태고종 선암사 측은 1972년 조계종 선암사로의 소유권 변경 절차가 부당함을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순천지원은 조계종이 선암사를 조계종에 등록했더라도 선암사 대처 스님들이 동의하지 않았음을 태고종 측 승소 원인으로 지목했다. 선암사의 경우 대처 스님들의 반대결의와 태고종 측이 점유하며 법회의식과 포교 등 종교활동을 수행한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번 순천지원의 판결은 2015년 10월 신촌 봉원사의 법적 권한을 두고 진행된 대법원의 판결에 정면배치되는 것으로 향후 항소심 등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태고종 봉원사가 조계종 봉원사를 상대로 제기한 말소등기소송 상고심에서 “봉원사는 당시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조계종 소속 사찰로 적법하게 가입됐다”며 “조계종 봉원사의 봉원사 재산 관리처분권을 인정한 원심은 옳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선암사 총무 승범 스님은 “1911년 일제시대 토지 등기를 할 때도 문중 조사 스님들이 직접했다. 선암사를 구성하고 있는 스님들은 통합종단에 등록하거나 합류한 바 없다. 당시 등기는 임의적으로 한 것이지 실체가 아니다”며 “20일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조계종도 이에 대해 7월 20일 오전 10시 조계종 총무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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