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 시스템

가정, 대인관계 기초 시스템
허심·경청 자세 유지해
행복한 가정생활 꾸려야
사회도 함께 행복해져

 

가족에도 시스템이 있다. 부부 간에는 부부 간의 시스템이, 부모자녀 간에는 부모자녀 간의 시스템이 있다. 행복한 가정, 유쾌한 가정, 자존감이 높은 가정은 의도하지 않아도 그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다.

가족 시스템이 중요한 것은 그 시스템이 곧장 사회관계, 대인관계의 기초 시스템이 되기 때문이다.

가족 시스템은 한 마디로 그 가정 안에 흐르는 장력(場力)’이다. 가족 구성원 각자가 그 가정에 임하는 마음 자세이자 가족 구성원 간에 맺은 신사협정이기도 하다. 때문에 가족 시스템이 붕괴되면 그 집안은 그야말로 콩가루 집안이 된다.

가족 시스템은 3가지 기초 요소로 구성된다.

첫째, 가족 구성원 간에 서로 대하는 마음 자세이다. 부부 또는 부모자녀 간에 시스템이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뭐니 뭐니 해도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100퍼센트 온전히 받아들여주는 빈 마음 그릇이 필요하다. 상대를 온전히 안아주고 받아들여줄 수 있는 텅 빈 마음 즉, 허심(虛心)을 말한다.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빈 그릇처럼 먼저 내 마음을 온전히 비워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의 말을 100퍼센트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경우 상대방과 말을 나눌 때 우리의 마음 그릇은 내 생각과 느낌으로 꽉 차 있다. 그러면 상대방의 말이 내 마음 안으로 들어오고 싶어도 못 들어온다. 상대방의 말을 내 마음속에 완전하고 오롯하게 담을 수 없다. 그때부터 상대방과 나 사이에는 이상기류가 흐르며 오고가는 생각과 감정이 초점을 잃고 흐트러지게 된다. 그 결과 오랜 대화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켜 순식간에 관계 먹구름이 낄 수도 있다.

내 마음 그릇에 오로지 내 생각만 담고 있다 보니 나는 내 생각에만 빠져있고 상대방도 자신의 생각만 전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 그릇에 자신의 생각만 담고 있으니 본의 아니게 관계 충돌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부부관계, 부모자녀 관계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먼저 내 마음 그릇을 비우지 않으면 관계 충돌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사소한 일로 부모자식 간에, 부부 간에 감정이 부딪히게 되고, 때로는 서로 대화가 안 통한다며 따로 마음 살림을 차리게 돼 콩가루 집안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 기초 시스템은 경청이다. 경청은 내가 앵무새나 녹음기가 되어 상대방이 한 말을 그대로 따라서 반복할 수 있을 만큼 온 정신과 귀를 집중해 상대방의 말을 듣는 것을 말한다. 사실 성공한 인간관계를 위해서 경청만큼 중요한 기초 시스템은 없다. 내 마음 그릇을 아무리 비워도 상대방의 말을 정성을 다해 듣지 않으면 내 마음 그릇에 상대방의 말은 고이지 않는다. 그 결과 내 마음 그릇에서 흘러나가는 말 또한 정확하고 명료하게 흘러나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사소한 오해가 쌓일 수 있고, 대화의 초점도 흐려져 결국은 피곤한 인간관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 기초 시스템은 그때 그 상황에 흐르는 느낌(감정)과 주제에 충실 하는 것이다. 그때 그 상황에 흐르는 너와 나의 정서와 주제에 온전히 몰입할 때 진정한 소통과 바람직한 인간관계는 형성된다. 하지만 많은 경우 그 순간의 느낌과 주제에 몰입하지 못한 채 잡념을 떠올리다가 줄거리와 주제를 놓치고 엉뚱한 얘기를 하거나 자기 스스로 파놓은 느낌과 감정의 함정에 빠져 분란의 불씨를 제공하게 된다.

부부관계, 부모자녀 관계 등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 세 번째 기초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 많은 부부와 부모 자녀들이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의 느낌과 생각에 깨어있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만 주장하다보니 마음이 통하지 않게 되고 서로에게서 벽만 느끼게 된다. 부부간에, 부모자녀 간에 벽과 단절이 생기는 것은 대부분 이 세 번째 기초 시스템 때문이다.

이 세 가지 가족 기초 시스템은 건강한 가정은 물론 건강한 대인관계와 건강한 학교생활, 건강한 직장생활에서도 아주 중요한 관계 시스템이다.

인간관계를 가질 때마다 먼저 내 마음 그릇을 완전히 비움으로써 상대방의 말을 100퍼센트 수용할 준비를 마친 뒤, 온 정성을 다해 상대방의 말과 감정에 마음을 기울임으로써 내 마음 그릇에 그 뜻과 느낌을 새긴 후, 초점과 주제에 어긋나지 않게 내 뜻과 감정을 소통하고 나누면 그 어떤 인간관계도 성공적인 인간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학교공부나 직장업무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경우 수업시간에 빈 마음으로 내 공부 그릇을 완전히 비운 뒤 선생님의 강의내용에 온전히 깨어 온 정성을 다해 경청하고 몰입하면 우등생이 되지 않으려고 해도 저절로 우등생이 된다.

직장생활도 같다. 업무에 임할 때 내 마음 그릇에서 먼저 내 생각을 비운 뒤 온 정성을 다해 상대방의 말을 들으며 그때 그 상황에서 해야 할 일에 깨어 몰입하다보면 저절로 해결책도 나오고 승진과 연봉도 저절로 앞서가게 된다.

가족 시스템에 이 세 가지 기초 시스템만 잘 실천하고 살면 아무리 힘든 부부나 부모자식 사이라도 머지않아 유쾌하고 행복한 가정으로 탈바꿈한다. 더불어 그런 가정에서 성장한 자녀들의 가정생활과 학교생활 또한 눈부신 자리로 자리매김 된다.

저명한 가족힐링 전문가인 버지니어 사티어는 가족은 세상을 압축해놓은 소우주라고 했다. 모든 관계의 첫 출발점은 가족이고, 가족 시스템이다. 그 가족 시스템이 번지고 번져 이웃이 되고 국가가 되고 세계가 되고 한 울타리 우주가 된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동심원에 내 가족이 있고, 그 동심원 한 가운데 초점에 내가 있다. 내가 먼저 내 기초 인간관계 시스템을 바로 정립해야 한다. 그래야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하다.

나 혼자만 행복해서는 진짜 행복한 삶이 아니다. 세월호 사건과 강남역 사건과 구의역 사건에서 겪었듯 내 이웃과 사회와 국가가 불행하면 내 삶도 자연히 불행해진다. 나도 살고 남도 살고 나도 행복하고 남도 행복한 삶을 살 때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영위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기초 관계시스템이 바로 그렇게 나와 남이 함께 행복해지는 관계 페달이다. ‘하나의 모래알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보라고 읊었던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처럼 가족이 세상을 압축해놓은 소우주인 것은 그 때문이다. 하나의 모래알인 나와 한 송이의 들꽃인 우리 가족 속에 내가 먼저 뛰어들어 내가 먼저 천국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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