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8일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를 주한미군에 배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양국은 사드 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어떠한 제3국도 지향하지 않고, 오직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서만 운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말쯤 사드배치문제를 최종결정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한미 공동실무단의 운용결과 보고서가 완성되기도 전에 사드배치를 전격 발표한 배경을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역사상 가장 강력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결의 2270호가 이행 중인 가운데도 북한이 괌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중장거리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는 등 북한의 핵미사일능력이 고도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다음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최고지도자들이 나서 한반도에서의 사드배치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등 중국과 러시아의 사드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이 강화되자 배치결정을 앞당기고 우리의 대북 핵미사일 억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안보우선주의 관점에서 사드배치를 둘러싼 남남갈등 조짐을 사전에 차단하고 사드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여론을 설득해 나가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7일 미국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인권유린혐의로 첫 제재대상으로 올린 직후 한미 양국이 사드배치를 전격 발표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미국이 북한 최고지도자를 제재 대상으로 지명한 것은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대화를 통한 북핵해결 노력을 포기하고 군사적 억지를 바탕으로 제재와 압박을 통해 핵개발을 포기시키거나 붕괴를 촉진하겠다는 쪽으로 대북정책의 방향을 정한 결과가 사드배치 결정으로 나타났는지도 모른다.

미국으로선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한국의 박근혜 정부 임기 내에 사드배치를 결정하고, 나아가 미국주도의 미사일방어(MD)체계에 한국을 끌어들여 중 한미 양국의 사드배치 결정에 대해 일본은 환영했고, 중국은 강렬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입장을, 러시아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제 북한 핵미사일위협으로부터 촉발한 사드배치문제가 동북아 전략구도에도 영향을 주면서 한··일 대 북··러의 신냉전구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중국과 미국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지고 중국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미·중 간의 신형대국관계가 형성된 점을 고려할 때 냉전시대처럼 양진영으로 나뉘어 본격적으로 대립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한반도 사드배치를 계기로 미국이 MD체계 구축을 본격화할 경우 신냉전적 갈등구조 형성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국정부가 북한의 핵미사일개발 포기를 위해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이어 사드배치를 결정함으로써 군사적 선제공격 옵션을 제외한 사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카드를 사용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한다는 안보우선론의 관점에서 사드배치 결정이 이뤄짐으로써 대중국, 러시아 관계 악화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북한이 핵미사일개발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고 공언하면서 실전배치를 서두르는 지금, 경제 등 다른 부분에서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사드배치를 서둘 수밖에 없다는 안보우선논리를 펴고 있다. 복합적 상호의존성의 시대 외교적 수단을 통한 북핵해결 노력을 포기하고 군사안보위주의 끝장게임(end game)을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드배치문제로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과 갈등할 경우 북핵 압박공조를 발휘하기 어렵게 된다. 대북 압박공조가 깨지고 신냉전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바라는 나라는 북한뿐일 것이다. 신냉전구도가 형성되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껴안기를 본격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억제력을 갖추는 해법은 이스라엘 방식의 독자적인 미사일방어 등 대공방위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사드배치로 입을 경제적 손실과 비용을 감안한다면 독자적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을 앞당기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북한의 핵미사일개발을 막기 위한 대화를 통한 해법을 찾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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