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 남하면 ‘행복한마을’ 사부대중공동체

경남 거창 남하면에 위치한 ‘행복한마을’에는 사부대중이 공동체를 이뤄 함께 살아간다. 2006년 설립된 행복한절을 중심으로 현재 20명이 마을에서 함께 생활한다. 행복한마을 대중들은 수행 뿐 아니라 기업을 공동운영해 자급자족을 실천한다. 또한 승가복지와 삼보수호를 위해 불사를 진행중이며, 만클릭운동을 통한 나눔 활동도 진행한다.
무소유·무보수 공동체 ‘눈길’
천연염색·채식당 운영, 자급자족
불교 수행·공부 생활화 이뤄
노스님 모시는 승려복지 불사 추진

최근 불교계 안팎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 ‘사부대중’이다. 사부대중은 사전적으론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가 불법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을 의미한다.
경남 거창 남하면에는 ‘행복한 절’(주지 은산)을 가운데 두고 사부대중이 모여사는 한 마을이 있다. 바로 ‘행복한 마을’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인생의 참된 의미를 ‘대중심(大衆心)’에서 찾는다. ‘대중심’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모두가 하나 되는 마음이다. 그들은 ‘대중심’으로 인해 마을 사람들이 항상 풍족하다고 했다. 그들은 현재 모두가 평등하고 행복한 불교의 이상향, 도솔천을 이 땅에 실현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이들의 행복은 무엇일까. 이들이 지닌 꿈과 행복을 7월 9일 ‘행복한 마을’에서 들어보았다.

다양한 인연에도 공동체 삶 추구
행복한마을 주민인 서현주(도앙ㆍ31)씨는 3년 전 휴가를 겸해 방문한 행복한마을에 그대로 정착하게 됐다. 베트남 지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서 씨는 한국본사로 복귀하게 됐고, 추석을 맞아 한 달간 휴가를 얻었다.
“명절을 맞아 ‘나랑명상센터’ 은산 스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어요. ‘나랑명상센터’는 행복한 절 부산 포교원입니다. 본가가 부산이어서 가족들과 자연스럽게 방문했죠. 나랑명상센터에서 강의를 듣고 마음이 들뜨고 잠이 오지 않았어요. 무엇인가 해답을 찾았다는 느낌이였습니다.”

서 씨는 당시 자신의 삶은 남들이 보았을 때 성공의 길이었지만 스스로에게는 공허하기만 했다고 했다. 사부대중의 삶을 듣고 서 씨는 모든 것을 내려놓을 결심을 했다. 주변 친구들의 만류와 가족들의 걱정에도 서 씨가 향한 곳은 ‘행복한 마을’이었다.
이곳에서 서 씨가 알게 된 것은 ‘책임’이었다. 사부대중의 삶은 개인을 위해 모두가 함께 책임을 지고 개개인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었다.

“사부대중은 서로를 온전히 책임지는 것입니다. 가족보다 더 가족처럼 책임감을 가지고 서로를 위해 내어줍니다. 부처님의 법 안에서 참된 대중의 삶을 실천하는 이곳이 제 인생의 답이 되었습니다.”

‘행복한 마을’은 무보수, 무소유를 전제로 한다. 또한 삶과 수행이 일치하고 자비를 실천하며 세상을 밝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08년 12월 진행된 제4기 행복한 불교대학 수료식. 자체 불교대학을 보유하고 있다.
행복한마을 서미례(도여ㆍ49) 사무국장은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 서 국장은 서울대 간호학과를 나왔다. 이화여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하고 서울 아산병원에서 수간호사와 감염관리실 과장 등을 맡는 등 사회에서 직장여성으로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직장과 가정에서의 삶 속에서 스트레스는 높아져만 갔다. 이로 인해 치솟는 분노를 절제하는 것이 그녀의 화두였다. 10년 전 그녀는 이 화두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행복한절을 찾았다.

“은산 스님께서는 법문을 해주셨어요. 처음에는 조사만 빼고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마음이 너무나 편안했습니다. 마음의 가시 같았던 분노도 해결 될 수 있을 것 같아 아예 직장도 관두고 오게 됐습니다.”

서 국장은 10년 간 행복한마을 공동체 삶에 대해 ‘대중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녀는 행복한마을의 사부대중 공동체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의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은산 스님은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마음이 돼 라’고 강조하십니다. 서로가 서로를 책임지는 마음을 갖자는 것이죠. 저와 상대방이 서로로 인해 안심을 할 수 있는 곳, 저는 제 마지막 순간까지 마음을 놓일 곳을 찾았어요.”

그녀는 사부대중이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를 끊임없이 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중을 이루기 위해선 전제돼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나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를 버려야 온전한 하나가 됩니다. 대중과 함께 해내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지요.”

22세에 행복한 마을에 온 김윤신(도근ㆍ30)씨, 일찍 남편을 여의고 자녀를 홀로 키워온 정미자(도휴ㆍ56)씨 등 행복한마을에는 각기 다른 사연을 품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각자의 사연에도 이들이 한데 모인 이유는 하나였다. 공동체에서 삶의 참된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행복한 마을 오후 일과로는 참선과 경전공부 등이 진행된다. 참선법회 모습이다.
철저한 수행, 나눔 활동도 활발
행복한마을의 하루는 오전 4시 40분 수행 정진으로 시작된다. 오전 5시, 대중들은 어김없이 사경을 한다. 1시간가량의 사경 수행이 끝나면 법당 청소 등 울력과 공양이 진행되고, 오전 8시까지 경전 공부가 진행된다. 이후 각자 소임에 맞춰 일과를 보낸 후 저녁에는 참선, 경전 공부, 불교 강좌, 합창단 활동 등이 이어진다.

수행을 기반으로 행복한마을 대중들은 나눔 활동도 빠지지 않고 실천한다. 행복한마을에서는 한 달에 한번 ‘만클릭’ 후원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만클릭’ 프로젝트는 한 달에 만원 기부를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프로그램으로 서울쪽방촌, 고성 보리수동산, 대전교도소 등 국내 소외계층 돕기와 아프리카 기아, 북한 어린이 등 해외돕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11일에는 100회를 맞아 합천 해인사 흥류동 계곡에서 행복한마을 대중과 만클릭 기부 동참자들이 함께 모여 만클릭 100회를 축하하기도 했다.

2013년 10월 진행된 행복한 마을 제로 콘서트 장면.
채식음식점 등 사업체 운영해 자급자족
행복한마을의 또 다른 특징은 직접 사업체를 경영해 자급자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 국장은 “가장 높은 공동체 결합은 무소유 공동체”라며 “다른 말로 공동소유 공동체이기에 공동노동, 공동주거, 무보수 등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행복한마을은 채식음식점 ‘베지나랑’을 거창과 부산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천연염색업체 나랑, 나랑명상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행복한마을은 문화활동도 벌여 해피코러스 합창단을 창립하고 제로 콘서트, 송년 음악회 등도 진행해왔다.
신여리 씨는 “처음 행복한 절을 찾았을 때 음악, 차, 향 까지 모든 것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행을 딱딱하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문화까지 곁들이니 정말 행복하다”며 “은산 스님은 모든 사물과 제품에도 마음이 표현된다고 하신다. 도반들이 함께 최선을 다해 사업체를 운영하고 이를 사회에 회향하는 것이 정말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승려복지 담보할 불사 발원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행복한절은 행복한 마을 조성을 위한 불사 계획도 발표한 상태다. 먼저 9월 승려 복지를 위한 ‘심검당(尋劍堂)’과 불자들을 위한 ‘휴심정(休心庭)’이 거창 행복한마을에 첫 삽을 뜬다. ‘심검당’은 스님들을 위한 공간으로 노스님들을 위한 복지공간으로 회향된다. ‘휴심정’은 입주자 모연으로 건립되며 이미 입주신청이 완료됐다. 앞으로 부산, 대전, 미국 볼티모어에도 지어질 예정이다.

서미례 국장은 불사의 내용을 설명하며 행복한 마을 설립 취지가 이곳에 담겨 있다고 했다.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함께 살며 스님들은 수행하고 법을 전합니다. 불자들은 삼보에 귀의하고 삼보를 옹호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도움이 필요한 노스님은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한 포교사나 재가불자가 도우미로 시봉하지요. 함께 일하고 함께 수행하며 함께 공양하는 삶과 항상 웃음과 행복이 넘치는 마을을 만들고자 합니다.”

불사 후 가족과 함께 입주 할 강명옥(도승ㆍ46) 씨는 행복한 마을에서 불교를 공부하며 가족 간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고 털어놨다. 강 씨는 무엇보다 이곳에 들어 올 결심을 하게 된 것이 ‘스승과 도반 그리고 절’이 있어서라고 했다.

“가족이 한 곳에 모여 사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있는 그대로 서로를 지켜주며 죽음의 순간 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가족이 이곳에는 있습니다.”

행복한마을은 지난 7월 9일 10주년 기념으로 북콘서트 ‘마음의 소리’를 거창문화원 상살미홀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는 주지 은산 스님의 책 〈아침의 소리〉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기도 했다. 매일 아침마다 은산 스님이 인연 있는 불자들에게 보낸 불음(佛音)을 모은 책이다. 이 자리에서 은산 스님은 대중에게 행복의 비결을 설명했다.

“행복한 삶은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행복한 절에 오시면 볼 수 있는 문구가 ‘내려놓으시오’입니다. 마음이 괴로운 원인은 대상이나 상황이 아닙니다. 괴로움의 원인은 괴로운 이 마음을 붙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려놓음을 통해 존재 그 자체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만나는 것입니다. 내려놓고 서로를 있는 존재 그 자체로 인정하고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행복한 마을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세상에서 말하는 행복의 가치를 내려놓았다. 집착을 내려놓고 그 가운데 만난 것이 사부대중이다. 하나가 전체가 되고 전체가 하나가 되어 모두가 함께 행복한 곳, 그곳이 바로 행복한 마을이다.
부처님은 승가 뿐 아니라 ‘선남자와 선여인들’이라며 사부대중에게 법을 전하셨다.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며 승가와 재가가 함께 살아가는 곳, 행복한 마을이 온 세상 곳곳에 세워지길 발원한다.

행복한 마을은 후원물품을 다양한 복지시설에 전달한다. 사진은 2015년 3월 에스더의 집 후원 모습.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