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선원장 광명 스님

참불선원 불교인문학 강좌··· 불교와 민족경전 천부경

천부경은 흔히 대종교(大倧敎)의 기본 경전이지만 환국(桓國)에서부터 전해 내려오던 것을 최치원이 번역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위경 논란은 학계에서도 분분하다. 게다가 쉽지 않은 해석으로 학자마다 다른 의미로 뜻풀이를 하기도 한다. 천부경의 올바른 해석은 무엇이고 불교와는 어떤 접점이 있을까? 비로선원장 광명 스님은 7월 11일 서울 참불선원 인문학강좌서 “천부경 속 숫자를 읽을 때 ‘1’이 아닌 ‘하나’로 읽어야 올바른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천부경은 불교의 해탈·연기 등 핵심교리와 의미가 통한다”고 설명했다. 정리=이승희 수습기자
 

 

▲ 광명 스님은… 통도사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강남 봉은사 교무국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성불의 길 법화경> <천부경> 등이 있으며, 현재 비로선원장 소임을 맡고 있다.

고대 한국사 기록 속 천부경
우리말 소리로 풀이 접근하면
연기적 세계관 알 수 있어
불자들에게도 도움 된다

환국 때부터 전래된 81
여러분 천부경을 아시나요? 얼핏 아는 사람들은 이 천부경을 기수련이나 단전호흡 하는 사람들이 신봉하는 주술적 비기(秘記)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강의를 통해 막연했던 천부경의 정체를 확실히 하고, 불교가 전하는 가르침과 비슷한 뜻을 전하고 있는 부분도 짚어보겠습니다. 천부경이 실린 역사서 <환단고기>는 매우 방대한 내용의 책입니다. 천부경은 내용 자체도 매우 심오하므로 오늘 강의에선 간단하게 의미를 해석해서 전달할 예정입니다. 대신 천부경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역사적 사실들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단 말을 먼저 드립니다.

<환단고기>는 운초 계연수 선생이 집필했습니다. 예로부터 전해오는 역사서들을 모아 20세기 초에 저술했습니다. 그 속에 천부경이 포함돼 있습니다. 1970년대 이 책이 처음 대중에게 공개됐을 때 사람들은 매우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막연하게 신화로 인식하고 있던 환인, 환웅, 단군의 역사가 기록됐기 때문입니다. 놀라운 내용을 다루었기 때문인지 아직까지 위서 시비가 일고 있습니다. 역사서 <환단고기>천부경은 천제 환국에서 입으로 내려오는 글이다...최치원이 일찍이 비석에 새겨진 글귀를 보고 세상에 전한 것이다는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국내에 천부경을 해석한 책이 40권이 넘습니다. 각자 본문을 끊어 읽은 방식이 다르고, 따라서 해석도 서로 분분합니다. 전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끊어 읽는 구절마다 앞에 번호를 붙였습니다.

1. 一始無始一(일시무시일)

2. 析三極 無盡本(석삼극 무진본)

3. 天一一 地一二 人一三(천일일 지일이 인일삼)

4. 十鉅一積 無化三(일적십거 무궤화삼)

5. 天二三 地二三 人二三(천이삼 지이삼 인이삼)

6. 大三合 六生七八九(대삼합육생칠팔구)

7. 運三四成環五七(운삼사성환오칠)

8. 一妙衍萬往萬來 用變不動本(일묘연만왕만래 용변부동본)

9. 本心本太陽昻明(본심본태양앙명)

10. 人中天地一(인중천지일)

11. 一終無終一(일종무종일)

내용을 살펴보면 숫자가 반복해서 나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숫자의 의미가 가장 중요하단 걸 알 수 있습니다. 앞서 <환단고기>81자가 환국 때부터 입으로 전래됐다고 했던 말 기억하십니까? 환인 시대에는 한문이 없었습니다. 고대에는 순수한 우리나라 말이 있었고, 천부경도 처음엔 순수한 옛 우리말로 전해졌을 겁니다. 이걸 고려 때 최치원 선생이 한문으로 바꿨고 그 한문 천부경이 전해져 왔습니다. 이 때문에 천부경 속 숫자를 읽을 때 이 아닌 순수 우리말 하나로 읽어야 올바른 해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본체·해탈·연기 등 담고 있어
첫 번째, 두 번째 구절은 일체만물은 하나에서 시작하지만 본디 하나는 시작이 없다. 이 하나는 삼극으로 나뉘지만 본체는 무한하다고 풀이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구절은 다른 천부경 해설서에서 흔히 하늘은 그 하나의 첫 번째요, 땅은 그 하나의 두 번째요, 사람은 그하나의 세 번째다로 해석하지만 이는 옳지 않습니다. 옛 우리말에서 하나는 본래 환하다’ ‘밝다는 뜻입니다. 우주 진리의 본체를 일컫습니다. 원래 진리는 환하고 밝은 것이란 의미입니다. 그 환한 것을 하늘에 비유한 겁니다. 본체는 냄새도 형상도 없습니다. 본체의 성질을 3가지로 비유했는데, 첫 번째가 하늘, 두 번째가 땅, 마지막 세 번째가 사람입니다. 본체는 마치 하늘처럼 잡을 수 없고, 무한하며 모양도 없습니다. 본체의 덕성은 지혜롭습니다. 지혜를 땅에 비유하는 이유는 불교 경전 <대승기신론>에서 우리 마음을 ((()’ 셋으로 설명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이들은 각각 마음의 본체, 마음의 양상, 마음의 활용을 지칭합니다. 셋 중 상()이란 무한한 덕성을 지닌 성정으로, 흔히 땅에 비유합니다. 땅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광물과 영양분이 모두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물질을 사용하는 힘을 지닌 주체가 사람입니다.

네 번째 구절은 선업을 하나하나 쌓아서 거대한 십극(시방세계)을 덮을 만큼 되면 업을 벗고 대우주와 하나된다는 의미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해탈의 의미와 뜻이 매우 닿아있습니다. 본체는 하나이므로 하늘에는 땅(지혜)과 사람(무한활용의 힘)이 들어 있습니다. 땅과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섯 번째 구절은 어느 성질 하나 빠지지 않는 본체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서로 별개가 아닌 이 셋이 합해 영원함을 이룹니다. 여섯 번째 구절에 들어있는 숫자 여섯은 예로부터 무한함을 의미했습니다.

··인을 운용하여 일체만물을 이루고, 이들 만물은 만 번 가고 만 번 와도 본질이 변하지 않고 밝다. 사람에게는 덕(하늘)과 지혜()가 있으니 이 하나는 끝이 없다는 일곱 번째 구절 이하 내용이 익숙하지 않습니까?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법(緣起法)의 원리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고대 한국사를 노리는 중국
천부경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겠습니다. 앞서 천부경이 환인 시대 때부터 전승됐다고 했습니다. 역사적 환인 시대는 3301년간 지속됩니다. 이후 환웅 시대는 1565, 단군 시대는 2333년 동안 지속됐습니다. 환인, 환웅, 단군은 한 개인의 이름이 아닌 대통령같은 최고 직책 이름입니다. 이를 포함하면 우리나라 역사는 여태까지 총 9천 년의 역사인 셈입니다. 천부경에는 환인이 세상을 다스릴 때 필요한 내용이 담겼다고 합니다. 여러분 국사 시간에 배운 소도라는 곳을 기억하십니까? 소도는 성역으로서 범죄자가 이곳으로 도망치면 체포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소도가 환웅 시대 때부터 천부경과 삼일신도를 가르치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진리를 가르치는 공간이기에 이곳으로 도망친 범죄자를 잡아 교화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환웅 시대 때 과연 어떻게 천부경과 같은 위대한 사상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그 이전의 유구한 역사를 안다면 가능하다고 대답하실 겁니다.

20세기 초 중국역사학자 호적은 미국 실용주의 사상가 존 듀이 밑에서 수학하고 중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호적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베이징대학에서 중국철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채용될만큼 뛰어난 수재였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아주 재미있는 말을 했습니다. 그는 기원전 841년 이전의 중국 역사는 못믿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중국 한무제 때 역사서 <사기>에 황제, 전국, 제국, , , 오제, ··, 한나라를 모두 중국역사라고 기술했지만 정작 정확한 연도를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마천은 <사기>12제후연표를 적어 각 제후들의 역사를 기록했습니다. 주나라 제18대 마지막 려왕의 폭정에 민란이 일어나 왕이 축출되어 대신들이 다스리던 때를 공화기(共和期)’라고 합니다. 기원전 841년을 공화원년이라고 칭했는데 이전의 기록이 없어 사실임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뒤이어 <고사변>의 저자 고힐강이라는 학자가 호적의 말을 듣고 중국 고대사를 조사해 봤습니다. 그 또한 기원전 841년 이전의 역사에 대해 회의적이었습니다. 이들과 같은 생각을 한 고사변파 학자들은 1940년까지 중국 학계의 주류였습니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이 종전한 뒤 중국에서 모택동이 국가발전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공산당에서 5년마다 국가 모든 분야에서 계획을 세우는데 제95년계획(1996~2000) ··주 단대공정을 실시했습니다. 청화대학 출신 송건이 주창한 이 계획의 저변에는 중국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한 의도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송건이 이집트, 이스라엘, 중동을 순방하며 이들 문명권이 모두 기원전 3000년의 역사를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단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중국 황하문명은 기원전 2000~1500년으로 확인돼 그는 무척 자존심이 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사변파 학자들의 말은 이마저도 반으로 뚝 잘라 중국역사를 축소하는 꼴이니 용납할 수 없었겠죠. 그는 최소한 하··주 시대만이라도 고고학적으로 연구해 중국역사로 편입하고 싶어했습니다. 황하강 서쪽에서 일어난 이들 문명권을 조사해보니 하나라는 기원전 2070~1600년까지 연대를 확인했습니다. 2001년도에 중국 중앙신문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발표하며 단대공정의 시작을 공식적으로 알렸습니다.

이후 중국 공산당은 중화문명 탐원공정을 벌였습니다. 2003년 정식 개시한 이 고정은 삼황오제 신화 시대를 모두 중국 역사시대로 만들어 중국의 역사적 실체를 무려 1만 년 전으로 끌어 올리려는 의도를 지녔습니다. 요하지방에서 발견된 문명의 흔적들을 중국문명으로 둔갑시키려고 했는데, 과연 이들이 한족의 문명일까요?

중국은 예로부터 황하 문명권임을 스스로 강조해왔습니다. 그런데 만주 요하지방에서 엄청난 유물들이 쏟아졌습니다. 이들을 7개 시절로 나뉠 수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문명은 소하서문명인데 기원전 7500년 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후 흥융화, 사해, 조보구, 홍산, 소화연 문명권들이 차례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발견된 옥귀걸이의 재료인 옥이 압록강 근처 수암현이 출처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지역은 대대로 우리 조상들이 터를 잡고 살아온 곳입니다. 옥귀걸이 발견지와 재료 출처지는 450km의 넓은 거리인데 같은 문화권이 아니라면 유통되기 매우 힘들었을 겁니다. 요동과 요서 지방이 한 문화권이었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또 흥융화문명의 특징인 빗살무늬토기는 황하문명에서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유일하게 요하지방에서만 발견되었죠. 요하문명과 황하문명의 지역적·시대적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이쯤되면 홍산문명을 일으킨 주체가 누구인지가 중요해집니다. 중국 공산당은 한족은 황제족들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면서, 요하지방에서 일어난 문명 모두를 중국문명권으로 포함하려 합니다. 고조선을 비롯한 모든 국가들을 중국 황제의 후손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황제족이 치우와 전쟁이후 이겼다는 기록과는 달리 이들은 고비사막 서쪽에서 앙소지역으로 남하했습니다. 전쟁에서 이긴 쪽이 물러날리 없습니다. <환단고기>에는 치우가 이들을 굴복시켰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환인은 저 멀리 카스피해로부터 몽골 초원지대를 거쳐 요하에 왔다고 기록합니다. 스스로 이라고 부르는 이들 민족은 밝은 성정을 지녔고 홍산문명의 기원입니다. 홍산문화에는 신석기 문화 특징이 모두 담겨 세계 학자들이 요하지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때에 중국은 스스로 웅녀와 단군상을 만들어 이 지역 고대사를 본인의 역사로 둔갑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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