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불교=박아름 기자] 요즘 사찰 수행환경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 난개발로 인한 수행환경 침해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개발공사 때문에 살 수가 없다며 걸려오는 스님과 신도들의 제보 전화가 봇물 터지듯 이어진다.

부산 해운정사는 경내 앞 바로 10m 거리에 40층 고층 아파트가 건설 중이다. 공사 기간 동안 발생하는 소음과 미세먼지로 악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지만, 완공 후 사찰의 조망권 침해도 큰 문제다. 그러나 재개발을 희망하는 지역민의 입장도 배제할 수 없어 해운정사는 자연과 조화를 이룬 재개발을 촉구하는 선에서 도량 수호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한 부산 청량사는 에코델타시티 조성사업(시행-한국수자원공사부산도시공사부산시)’으로 인해 사찰 전체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일주문지장전해우소 및 경내 앞마당까지 공사 부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청량사는 수행환경수호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사 중단 운동이라도 불사할 것이라며 강력한 대응에 나섰지만, 한국수자원공사는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특히 본지로 걸려온 제보전화 중에는 약 18년 간 국가기관에 의해 사찰 부지를 무단점유 당한 충격적인 사례가 있었다. 대전 극락정사 종교부지에 설치된 대전소년원의 12m 장벽이다. 대부분의 수행환경 침해 사례처럼 개발공사로 인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큰 장벽 앞에 주지 스님의 고민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스님에 따르면 지난 4월 실시한 안전평가서 장벽 상태가 위험하단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주지 지운 스님은 대전소년원이 경내 부지를 침범해 12m 장벽을 설치했다. 18여 년 전부터 법무부, 청와대 할 것 없이 민원을 넣고 있지만 아무것도 해결된 게 없다며 본지에 호소해왔다. 대전소년원 측에 확인해보니 “18년 전 장벽을 설치한 공사업체 측이 측량 조사를 잘못해 벌어진 일이다. 담장을 다시 옮겨 설치하려해도 지금 당장은 어렵기 때문에 내년 예산 배정 결과에 따라 재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라 밝혔다. 하지만 대전소년원 측의 이 같은 답변에도 불구하고 스님은 쉽사리 마음을 놓을 수 없다. 18년 동안 수차례 같은 회신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삼척 안정사, 성남 봉국사 등 전국 곳곳 사찰이 개발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몇 달 새 드러난 사찰 수행환경 침해 건만 해도 한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다.

조계종단에선 사회부 환경위원회가 수행환경 침해 관련 업무를 전담한다. 그러나 각 지역별 개발계획 마다 이해관계와 특수성을 파악하기 어렵고, 자문관련기관 항의 공문발송 등에 역할이 한정된다.

조계종 사회부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구본사별 사회노동환경위원회 설치를 추진 중이다. 사회노동환경 현안에 대해 각 지역마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교구본사별 전문기구를 구성, 전문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단 취지다. 지난달 설악산 신흥사가 처음으로 사회노동환경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올 하반기 내 월정사해인사법주사직지사 총 5개 사찰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사실 과거에도 몇몇 교구본사에 환경위원회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직접 피해를 입지 않는 이상 문제의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활동이 전무했고 명맥만 유지됐다.

사찰 수행환경 침해가 남의 절일이란 안일함서 벗어나야 한다. 내 절 앞마당에 내일이라도 당장 도로가 들어설 수 있다. 사찰 수행환경 수호가 불교계 전체의 공동과제임을 직시하고, ‘말사-본사-종단이란 공동대응시스템이 하루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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