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 안녕하십니까?”

길을 가로막는 듯한 굵직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병원로비에서 거사님 한 분이 밝은 표정으로 합장인사를 하고 계셨다.

! 반갑습니다. 몇 호에 입원하셨어요?”

“6층 병동입니다. 입원했다 퇴원했다 그러는 중입니다.”

빨리 치료받고 완쾌하셔서 정상적인 생활 하셔야죠!”

고맙습니다, 스님. 말씀만 들어도 속이 다 시원하네요. 근데 법당은 어디에 있죠?”

별관 103호에 있는데 법당 찾기가 조금 어려워요. 한번 같이 가보실래요?”

~ 고맙습니다.”

법당에 도착하자 거사님은 부처님전에 정중히 삼배를 올렸다. 그리고는 찻잔을 앞에 두고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 그림 박구원.

어디가 편찮으신 건가요?”

폐가 안 좋다고 합니다.”

하시는 일이 뭔데요?”

경찰관이에요. 기동대 큰버스 운전을 몇 년째 하고 있죠.”

어쩌다 건강이 안 좋아진 거예요?”

직업이 이렇다보니 밤새서 대기할 때 지루하니까 담배도 많이 피우고, 피로가 누적돼서 그리됐죠.”

다른 곳으로 전근도 어려우신가요?”

. 그런 셈이죠.”

짤막한 대화를 나눈 거사님은 그날부터 법당에 다녀간 날이면 항상 메모를 남겨놓았다. 병실에서 함께 기도하며 인연을 쌓은 거사님은 찬불가를 좋아했다. 특히 삼귀의와 사홍서원을 참 잘하셨다.

어느 날인가는 법당 복도에 목탁소리가 울려 퍼져 법당문을 열어보니 거사님이 목탁을 치고 계셨다. 인기척에 놀란 거사님은 목탁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이쿠, 스님! 죄송합니다. 허락도 없이 목탁을 쳐서.”

아니에요. 정진하는 모습 보기 좋은데요. 열심히 하세요!”

용기를 북돋는 말이 됐는지 거사님은 종종 법당에 내려와 목탁을 치며 큰소리로 독경을 하셨다. 하지만 병세가 말기에 이르자 거사님의 발걸음은 뜸해졌다. 그러다 거사님이 병원 10층에서 뛰어내리려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극심한 통증 때문이었다. 어느 날은 병실에 들렀는데 거사님이 뜬금없이 불쑥 질문을 던졌다.

스님, 나무아미타불을 열심히 하면 참말로 극락갑니까?”

나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갈 수 있다고 대답했다.

저 같이 좋은 일 한 적도 없고, 술 마시고 노름도 했는데 염불만 하면 갈 수 있다고요?”

, 맞아요.”

그럼 이제 제가 할 거라곤 염불밖에 없네요.”

순간 거사님의 눈빛이 반짝이는 듯했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경승실장스님은 거사님에게 아미타경과 108염주를 선물했다. 특히 왕생극락발원문을 열심히 읽으라는 당부도 하셨다.

거사님은 아픈 와중에도 염주를 손에서 놓지 않고 염불을 하셨다. 하지만 슬프게도 거사님의 임종은 예상보다 빨랐다. 가족들은 거사님이 평온한 모습으로 작별인사를 나누고, 혼몽 중에도 정신이 들 때마다 입술을 들썩이며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했다고 설명했다.

장례는 거사님 자녀인 두 남매가 상주가 돼 치렀다. 거사님의 아들은 장래희망이 경찰관이라고 했다. 의식의 끈을 놓는 그 순간까지 염불삼매에서 나오지 않았던 거사님의 의지처럼 아들 역시 굳건한 의지로 멋진 꿈을 이뤄내길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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