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연임한 이기흥 회장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의 연임이 결정됐다. 이 회장은 6월 30일 열린 대의원총회서 제26대 회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그는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이 회장이 전국사찰을 돌며 감동받은 것은 공양주는 없어도 신도회는 여법하게 조직돼 있다는 점이었다. 가는 곳마다 스님과 신도회는 반갑게 맞아주고, 운영상 어려운 점과 종단 발전에 대한 의견을 스스럼없이 털어놨다. 강행군으로 지칠법한 그에게 말사 의견은 감로수 같았다.
“목표한 사찰 중 거의 절반을 돌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국불교를 이끌고 있는 것이 말사 신도회라는 걸 느꼈습니다. 98%의 사찰이 신도회가 구성돼 있었고, 한국불교 발전을 위한 역량결집에 100% 공감했습니다.”
이 회장은 8월 12일까지 나머지 160여개 사찰을 전부 순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루에 3~4개 사찰을 다녀야할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다. 이를 통해 말사 의견을 백서로 발간, 불교발전을 위해 종단에 전달할 예정이다. 아울러 그는 전국 모든 불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공간을 만들어 소통에 나설 것을 밝혔다.
“행복바라미 SNS통신원이 1300명입니다. 웹진회원 또한 3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이 가진 능력을 온라인공간에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장려해 많은 불자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법률문제로 고민하는 불자가 글을 쓰면 불자변호사들이 자문해줄 수 있도록 쌍방향 소통창구를 만들 겁니다.”
이 회장이 불자들을 위한 온라인공간을 계획한 것은 역량결집이 가장 큰 목적이지만 재정자립 또한 큰 부분으로 작용한다. 그는 온라인공간의 틀이 어느 정도 잡힌 뒤 광고·홍보마케팅 등을 실시하면 중앙신도회 재정자립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중앙신도회는 회장 개인 역량에 따라 변화가 크기 때문에 의지가 있는 누구든 신도회장으로서 포부를 펼칠 수 있도록 기반을 닦겠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이 회장은 지난 4년간 이어온 행복바라미를 개신교계의 ‘자선냄비’처럼 브랜드화 하겠다고 다짐했다. 불교가 대사회구호에 앞장서고 이웃과 함께한다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그는 이를 위해 행복바라미 모금함을 300개 말사에 설치하고, 1년간 모금한 뒤 개봉해 지역 저소득층에 사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행복바라미의 모금 기본 취지는 지역에서 모연한 기금을 지역에 회향하는 것입니다. 사찰에서 1년간 모금한 뒤 신도들과 함께 개봉해 주위의 이웃을 돕는다면 그 자체가 무한한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스로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반성과 함께 자긍심 고취에도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 사찰에서 ‘진작부터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 회장은 현재 개별적으로 각 말사에서 실천하고 있는 나눔을 행복바라미와 연계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다. ‘행복바라미 ○○사 장학금’과 같이 전국 불자들의 역량결집을 도모해 불교의 위상을 높인다는 취지다. 각 말사의 실적을 중앙신도회 공으로 돌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불교의 가장 큰 문제가 각자도생”이라고 못 박은 뒤 “결코 그럴 일은 없다. 불교와 행복바라미를 연결시켜 전국민이 모금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신뢰를 쌓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회장은 300개 말사 순례를 마치고, 8월 20~21일 대전 인근에서 각 교구본사 및 말사 신도회 임원들을 모아 대규모 워크숍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서 재가불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불자로서의 자세를 다지는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한편 취임식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연임하는 사람에게 취임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새로 구성되는 회장단과 등산이나 한번 하겠다”고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