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자원봉사연합회

2008년 지역민 돕는 취지로 창립
2013년 재정난에 도원 스님 나서
성보사 신도 재정 후원, 봉사 앞장
어려움 딛고 지역봉사 중심 우뚝

성보사 법사도량으로 77년 출발
재정공개로 신도 참여열기 높아
17년 삼송 이전, 나눔 터전으로
도원 스님 사회기여 지속할 것

 

▲ 시민자원봉사연합회 도반들이 배식봉사를 앞두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 뒷줄 세 번째가 회장인 도원 스님이다. 앞줄은 이날 봉사팀으로 나선 푸른마을 아파트 부녀회 회원들. 이중 2명이 성보사 신도라고 밝혔다.
종교는 달라도 이웃사랑은 한가지입니다.”

614일 낮 12시 무렵, 한산했던 경기도 고양시 고양동의 한 건물에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찾아들었다. 200남짓한 식당에 가득 모인 80여 어르신들에게 봉사자들이 따뜻한 김이 나는 음식들을 나르기 시작했다. 여름의 무더위 속에 땀을 흘리면서도 봉사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밝은 웃음을 보이는 이들은 시민자원봉사연합회(이하 시자연) 소속 자원봉사자들이었다. 불교를 비롯해 개신교 신자들로 이뤄진 이들은 2008년부터 고양시 취약계층 주민들에게 8년째 무료급식과 도시락 배달을 하며, 종교를 초월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고양동은 고양시에서도 저소득층이 많이 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배식이 진행된 시민자원봉사센터는 멀리 떨어진 고양시 종합사회복지관을 대신해 지역민들의 복지센터 역할도 맡고 있었다. 인근 복지시설이 없는 복지 사각지대였기에 시민자원봉사센터에는 한 끼 해결을 위해 찾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몰려드는 어르신들로 인해 봉사센터 식당은 배식을 시작하고 금세 북새통을 이뤘다.

▲ 시민자원봉사연합회장 도원 스님.
밀려드는 어르신들로 봉사자들은 연신 식판에 밥을 뜨고, 반찬을 올리느라 분주했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서 직접 식판을 나르는 한 스님이 눈에 띄었다. 바로 시민자원봉사연합회 상임회장을 맡고 있는 성보사 주지 도원 스님이었다. 스님은 단순히 어르신들의 점심이 담긴 식판을 전달한 것이 아니었다. 어르신들의 근황을 묻기도 하고, 함께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한 어르신은 미리 준비라도 한 듯 스님에게 속옷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날 배식을 받은 김정홍(법계화, 92) 씨는 스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우울증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딸을 위해 매일 사찰에서 함께 기도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어려운 사정을 챙겨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교회 문제에 사찰이 구원투수로
스님이 사찰 소속의 봉사단체를 창립해 활동하는 경우는 많지만 시민봉사단체를 이끄는 경우는 드물다. 어떻게 해서 사찰 주지스님이 지역 시민봉사단체를 이끌고 있을까. 사연은 길었다.

도원 스님이 시자연을 맡게 된 것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시자연은 고양동 일대에서 사업을 진행하던 우일덕 개명장학회장과 김금복 ()통일로 사장이 지역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만든 단체였다.

출발은 고양동파출소 옆 가건물 무료급식소로 시작됐다. 지역민들의 나눔활동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지역 불자들도 봉사에 동참했다. 특히 시자연 사무실 인근 성보사 신도들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배식봉사에 동참한 성보사 신도 최인숙 보살은 처음에는 옆집 사람의 동참권유로 봉사에 나서게 됐다. 고양시 불교봉사단체인 천수천안봉사단 활동도 하고 있지만, 동네 어르신들의 어려움을 돕자는 취지가 좋아 동참했다성보사 내에서 많은 이들이 취지에 공감해 먼저 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도들이 봉사활동에 나서자 자연스럽게 주지스님도 단체 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스님은 처음에 한 명의 회원으로 활동했다.

20132대 회장을 맡았던 개신교회 목사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며 사퇴하게 됐고 시자연은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시자연의 상황이 점점 악화되자 봉사자들은 함께 봉사활동을 하던 도원 스님에게 시자연을 부탁했다.

스님은 처음 거절 의사를 표했으나 주변의 설득에 동네에서 지키고 발전시켜야 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회장직을 맡게 됐다.

▲ 2013년 2월 고양새마을금고 쌀 및 후원금 전달식.

봉사단체를 이끄는 것은 감투가 아닌 봉사자의 봉사직이었다. 당시 시자연은 고양시에서 지원받던 2800만원의 사회단체보조금이 끊긴 상태였고, 후원자도 많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문제보다 재정적인 어려움이 컸다. 스님은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했다. 하지만 성보사 신도들이 힘을 보태게 됐다.

평소에 스님이 신도들에게 사찰 재정을 공개하고 집행 시에도 동의를 구하고 있어요. 스님이 시자연을 맡게 된 것을 신도들이 알고 속사정을 듣게 되자 오히려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습니다.”

현재 시자연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허계숙 보살은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허 보살은 당시에는 배식봉사팀도 지금보다는 적었다고 전했다.

도원 스님과 신도들이 한마음이 되어 후원금을 지원하고 다른 배식봉사자들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무료급식을 진행하나보니 봉사자들이 늘기 시작했다. 후원도 꾸준히 증가해 200여 명이 동참하고 고양시와 경기도에서도 다시 지원금이 나오게 됐다.

현재 시자연의 한 해 사업비용은 13000만원. 후원금과 지원금을 제하고도 센터 임대료와 고정 인건비 등 연간 6000만원을 지금도 성보사에서 지원하고 있다.

시자연 활동을 하고 있는 성보사 신도 이인자 보살은 배식봉사와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편안하시라고 집에서 매일 108배도 올리고 있다. 일산 신도시에서 버스를 3번 갈아타고 나오는데, 몸은 고달파도 마음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도원 스님은 시자연을 맡은 2013년에는 한 개 팀이 무료도시락을 30개나 배달했으나, 현재 네 개 팀이 하루 100여 개를 배달하고 있다많은 곳에서 요청이 들어오지만 여건이 되지 않아 20여 분에게는 보내지 못하고 있다. 여력이 된다면 도시락을 더 드리고 싶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 2011년 12월 열린 시민자원봉사연합회 제3회 봉사자의 밤 행사.

법사회서 출범해, 도반으로 뭉쳐
시자연의 어려움에 적극 나선 성보사는 여타 사찰과 다른 독특한 점이 있었다. 성보사 스님과 신도들이 일치단결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승속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도원 스님은 목정배 동국대 명예교수가 창립한 대한불교법사회 출신으로 1970년대 초 불교에 귀의 후 유마선원 이재열 법사 등과 함께 수학했다. 이후 스님은 1977년 재가불자들과 불광동 한 건물 옥탑에 작은 법당을 만들었고 이것이 성보사의 시작이었다. 당시 스님은 불자들과 공부하는 교육도량으로 사찰을 꾸렸다. 이론교육과 함께 실천을 위해 스님과 불자들은 1984년 고양불교산악회를 구성하고 산림정화, 지역 어르신 돕기 등 사회활동에 나섰다.

1990년 삼송지구가 재개발되며 성보사는 고양동으로 이전하게 됐다. 이후 사찰합창단을 구성해 지역사랑음악회를 5년 연속 개최하는가 하면 매년 경로잔치와 성보사장학회를 통한 장학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도원 스님은 고양시사암연합회 사무총장을 지내고 2001년 천수천안불교자원봉사단 구성에 중심역할을 했다.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고양시불교사암연합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성보사 신도 최경숙 보살은 “1970년대 불광동 옥탑시절부터 시어머니와 함께 다녔다. 스님을 비롯한 신도들 모두가 불교의 사회기여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보살은 매주 첫째 주와 넷째 주에는 시자연 봉사를, 천수천안봉사단에서도 매주 1회씩 봉사하고 있다. 최 보살은 고양시로부터 621일 자원봉사왕에 뽑히기도 했다.

최 보살은 성보사에서 매년 자선바자회인 녹빛축제를 여는데 그 수익금으로 무료급식소를 지원하고 있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한마음으로 뭉쳐 하다 보니 지금은 재미있게 하고 있다. 신심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2015년 연합회 제5회 노인의날 경로대잔치.

지역민 한마음 뭉치는 계기로
시자연은 성보사가 활동에 열심이지만 불교, 기독교, 고양시의 시민단체들 모두 한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 불교계에서는 흥국사, 약천사 등 지역사찰 신도들과 인근 교회, 성당, 고양동과 관산동 주부단체들이 매일 조를 짜서 조리 봉사를 한다.

스님은 날씨가 더워지는 초여름에도 직접 음식을 조리하는 이들의 수고가 있기에 어르신들이 따뜻한 밥상과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특히 100여 명의 독거노인들을 위해 시자연 회원들이 직접 만든 도시락과 밑반찬을 전달하고 청소와 말벗을 해주고 있으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병원에 모시고 가 치료를 돕기도 한다.

신득철 자문위원은 고양동 일원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전에는 매년 4~5명의 독거노인들이 의문사 하거나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최근 2년간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자원봉사자들이 매주 찾아가 독거어르신들에게 희망과 위안을 드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자원봉사연합회는 2009년도 고양시 시민자원봉사단체부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도원 스님은 한번은 매일 도시락을 드리기 위해 찾던 한 어르신 집 문이 잠겨 있어 119를 급하게 불렀다. 함께 들어가 보니 어르신이 쓰러져 계셔서 병원에 후송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건강을 되찾으신 상태다고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교회 집사인 김준호 감사는 사찰에서 많은 역할을 하면서 불교포교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만, 처음 창립한 그 취지대로 지역봉사에 집중하는 것에 스님과 사찰신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고 싶다올해 스님이 연임했는데 그런 점을 시자연 봉사자들이 모두 느꼈기 때문이다. 불교에 대해서도 새롭게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많은 봉사자들 중에 도원 스님은 특히 고양동 젊은 주부들의 모임인 고아미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고아미고양동 아이들과 어머니들의 MEET’이란 뜻의 줄임말로 6000여 회원이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다. 이경민 고아미 대표가 현재 시자연 부회장을 맡아 회원들과 참여하고 있다.

이경민 대표는 시자연은 현재 주민주도 봉사에 관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이상적인 복지체계를 갖추고 있다. 제도권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에게 복지나눔을 실현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원 스님은 향후 일반시민들도 나눔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정기후원금을 3000, 5000, 1만원 등 다양하게 변경할 계획이라며 “2017년 삼송지구 개발이 끝나 다시 성보사 이전이 계획되고 있다. 지금 사찰건물을 지역민들을 돕는데 쓰는 등 나눔활동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상은 점점 삭막해져가고 있다. 이기주의가 팽배해져가는 이 시대에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부처님의 자비심이 곳곳에서 세상을 밝히고 있다.

▲ 2012년 4월 연합회 전문자원봉사자 교육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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