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여 스님 부산종교지도자협의회장

 

18년간 어린이 포교에 헌신
10여 년 전 어린이 교사대학 설립
명상프로그램 직접 개발 보급 나서

종교간 화합에 앞장 서다
10여 년 째 종교지도자協 회장 맡아
“종교화합 순회 음악회 개최 큰 보람”

나눔 불사는 평생의 業
‘세상을 향기롭게’ 설립해 구호 사업
장학사업, 무료급식, 라오스 지원 등

 

국내외 구호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사)세상을 향기롭게 대표이사 정여 스님은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이사장과 대표 직함을 맡고 있는 것만도 10여개가 넘는다. 대표적 직함이 부산 지역 이웃종교인들의 화합을 위해 결성된 부산종교지도자협의회 회장이다. 이 모임은 불교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천도교 유교 등을 아우르는 부산지역 범종교 단체다. 정여 스님은 “지구촌 행복과 평화를 방해하는 많은 것들 중 하나가 종교분쟁인 만큼 대한민국 종교지도자들부터 팔을 걷어 부치고 함께 뜻을 모아 이웃종교를 사랑하며 종교간 화합과 협력을 몸소 실천해 보여야 합니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원력을 펼쳐온 것이 또 있다. 청소년 포교다. 올해로 18년째다. 파라미타청소년협회 전국 회장도 맡고 있다. 특히 요즘 어린이·청소년 포교는 현저히 감소 추세에 있다. 오랫동안 포교에 전념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정여 스님에게 어린이 포교, 종교화합, 나눔 실천 등에 대해서 물었다. 정리=김주일 기자

요즘 어린이 포교를 하는 곳이 많질 않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린이·청소년 포교에 18년이나 헌신하셨는데,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는지요?

쌍계사 금당선원서 3년간 정진하다 대중포교를 해야겠단 생각에 부산으로 왔다. 당시 부산에는 어린이 포교열기가 뜨거웠다. 지금으로부터 약 18년 전 일이다. 그 때 부산에는 불국토 운동이 일어났다. 뜻 맞는 스님들이 어떻게하면 교육과 포교를 통해서 부산불교를 좀 더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했다. 여러 선배 스님들이 중심이 돼서 어린이 포교와 사회복지에 진력했다. 나도 부족하지만 힘을 보태자는 뜻에서 시작한 것이다. 당시 부산서는 1년에 한 번씩 어린이 지도자 수련대회를 열면 참가자가 3~400여명이상 됐다. 학생들만이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참석했다. 한마디로 어린이 지도자 교육이 활성화된 셈이다. 그래서 어린이 포교 활성화를 위해 교육기관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어린이 교사 대학을 설립했다. 조계종 특수대학 1호인 셈이다. 처음 정식으로 특수학교 허가가 난 것은 십년 남짓 될 것이다. 부산에 있는 청소년 불자들이 졸업 하고, 교사대학을 통해서 공부하면서 어린이를 지도할 수 있는 능력도 생겼다. 지도자 양성이 가능해진 것이다. 졸업자에겐 어린이교사 2급 자격과 구연동화 2급 자격증을 부여했다. 풍선공예, 레크리에이션 자격증도 부여한다. 1년 과정에 4개의 자격증을 딸 수 있게했다.

라오스 의료봉사 활동중인 정여 스님(왼쪽 두번째).
일반인도 누구나 입학할 수 있습니까?

물론 어린이 포교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처음에는 지원자들이 많아 서류 심사를 엄격히 했다. 현재는 인원이 감소한 추세고, 관심은 있지만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인터넷을 통해 입학과 공부를 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 제도까지 다양하게 마련해 호응이 높다.

과거에 비해 교육 인원수가 줄었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분석하십니까? 또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보통 요즘 각 가정의 자녀들이 많아야 2명이다. 거의 외동인 경우가 많은데 하나뿐인 자식을 종교생활에 할애하는 부모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요즘엔 절에 가는 것 보다 영어단어 하나라도 더 외우는 것이 실속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절에서 반야심경을 외우기보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가르치지 못하는 예절, 도덕에 대해 지도하거나 불교적 명상을 가르쳐 인성적인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혹은 영어와 한문도 가르치면 어릴 때 배운 지식들이 살면서 인생을 좌우하는 큰 힘이 될 것이란 생각에 교육과정에 포함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육 커리큘럼이 과거에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는 달리 요즘 와서 실용적으로 바뀐 것인가요?

실제로 학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을 가르치지 않으면 학생들이 오지 않는것이 현실이 됐다. 아이들에게 영어는 필수적인 교과목이지만 과외나 학원을 통해 배우면 비용이 든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 선택해서 절에 오게 해 영어를 가르친다. 또한 아이들에게 억지로 참선 교육을 시키기 보다는 5분 명상을 위주로 교육하고 있다.

특히 지구력이 떨어지는 요즘 아이들에게 명상을 어떻게 가르칠까 많이 고민한다. 요즘 아이들은 아주 삭막한 세상에 살고 있다. 그 아이들에게 명상을 시킨다고 하면서 데려다놓고 꼼짝도 못하게 한다면 오히려 이중고를 안기는 셈이다. 그래서 쌍계사에 있을 때 기공 잘하는 스님 밑에서 매일 3년 정도 수련한 경험을 살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어린이 명상프로그램을 직접 만들었다. 가장 편안한 자세로 합장하면서 숨 쉬고, 팔을 벌리면서 내쉬고 모으고 하는 등 아주 쉬운 수행법을 고안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니까 불과 5~10분 만에 편안함을 느꼈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가르치다가 지난해 부터 교육부서 허가를 받아 2급 자격증을 받도록 제도화 시켰다. 수련사를 양성하는 지도자 교육과정을 만들어 전국적으로 다니면서 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도록 했다. 새가 날아가는 모습, 노 젓는 모습, 그물 당기는 모습 등 어린이들에게 쉬운 이미지를 연상케 하면서 동시에 호흡을 유도하는 방식의 13개 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부에 등록했다. 어린이 대상은 5개였지만 중고등학생으로 확대되면서 도합해 13개를 만들었다. 본격적으로 펼쳐나가겠다는 생각에 책도 내고, 테이프로도 제작해 보급중이다.

초창기 어린이 포교에서는 인재양성에 치중했다면, 지금은 노하우를 갖고 지도자들에게 직접 명상을 가르치고 계신데 이유가 있으신지요?

우리사회에서 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심지어는 사람을 평가할 때도 물질이 기준이 될 정도다. 그런데 명상을 하면 물질적 욕심과 집착을 초월할 수 있다. 마음에 풍파가 일기 전 본래 고요한 상태,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깨끗한 하늘같은 마음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바로 ‘적멸위락(寂滅爲樂)’이라고 한다. 부처님께서 추구한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무한경쟁서 나와 단 5분만이라도 고요한 마음에 접어들면서 혼란하고 산만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소중한 것이라 생각한다.

정여 스님(뒷줄 가운데)이 다문화가정에 쌀을 전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현재 파라미타 회원수가 줄어들어 활동도 위축된 상태인데, 이에 대한 타계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미래의 꿈나무들이 어릴 때부터 부처님 사상에 젖어들게 해야만 활성화될 것이란 생각을 한다. 적은 수의 아이들에게 현실에 맞는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린이 포교는 어려울 것이다. 절에 다닌다는 아이들이 예절도 바르게 변화하고, 영어와 한문도 거침없이 사용하는 걸 보여주면 부모 입장에서는 무조건 아이들을 절에 보낼 것이다. 꿈나무들이 일상생활서 사용할 수 있는 명상을 배우면 다른 종교와는 확연히 다르게 좋구나라는 인식이 들게 된다. 이런 생각들이 모아 져야만 포교가 활성화된다.

20여년 가까이 어린이 포교를 하시면서 가장 보람으로 꼽을 수 있는 경험이 있으시다면?

아이들의 자세가 예절있게 변화하고, 명상과 기도를 통해 나보다 이웃과 사회를 위한 마음씀을 내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이 크다. 벌레 하나 함부로 죽여선 안된다는 자비사상을 익히며 부처님 품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질 때면 포교 원력에 대한 환희심이 넘친다.

종교화합 부분에 대해 질문하겠습니다. 스님께서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부산지역 종교지도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활동을 좀 소개해 주세요.

종교가 지구상에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불교와 기독교, 이슬람교가 대표적 종교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많은 종교 중에서 불교는 끝없는 자비심을 강조한다. 상대방이 어떤 자세를 취하더라도 끊임없이 감싸주는 게 부처님의 자비사상이다. 부산에는 불교 원불교 개신교 천주교 천도교 유교가 협회에 가입돼 있다. 처음에는 상대방 종교를 이해하고 알아야하기에 돌아가면서 본인의 종교에 대해 좋은 점과 지나친 점을 교육한다. 이런 좋은 관계가 유지해온지 대략 16년이 됐다.

회장직을 맡으시면서 보람있었던 일은 어떤 것이 있었습니까?

매년 종교화합 음악회를 개최한다. 지난해에는 용호동 성당서 함께 음악회를 마련했다. 각 종교의 회관에서 돌아가면서 연다. 이 음악회에서는 각자의 종교 노래를 서로 바꿔 부른다. 가령 불교는 찬송가를, 기독교는 찬불가를 부른다. 행사 1주일을 남겨두고 가야 성당에 스님들이 방문했는데, 성당서 찬불가 연습 소리가 들리니 매우 감동스러웠다. 절에서도 성탄절에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부르는데, 이런 경험들이 쌓여 종교간 갈등이 사라지는 감동적인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큰 보람이었다.

배타적인 종교가 있는 걸로 아는데 협회 운영에 힘들지 않으신가요?

과거 부산에는 한 때 종교간 갈등이 심했던 적이 있었다. 한 기독교 단체가 벡스코서 이제 갓 20살이 된 청년들을 모아놓고 청년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서 범어사, 안국선원 등의 부산지역 대표적 사찰 이름을 적어놓고 담임 목사가 이 절들이 무너지라고 선창하며 기도하는 모습이 인터넷에 올랐다. 대략 7~8년 전, 내가 범어사 주지를 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이에 맞서 불교계 청년들이 시민회관을 빌려 총불자 궐기대회를 했다. 그러나 부처님 사상은 상대방이 어떻게 나온다고해도 자비심으로 감싸야지 같은 폭력으로 맞서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을 설득했다. 이후 열린 마음을 갖고 계신 신부님과 목사님들이 범어사에 올라와 많은 기자들 앞에서 그러한 행태는 잘못된 것이라며 공개사과를 했다. 개척교회 목사들이 생각없이 한 행동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 사태가 누그러졌다. 그런 위기를 넘기고 부산지역의 종교간 굳은 화합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26일 원불교 동래교당 교육관서 열린 부산종교지도자 남북통일 간담회 후 기념촬영 모습. 사진 앞줄 왼쪽서 세번째가 정여 스님.
현재 대북지원단체인 ‘부산경남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로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종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종교적 입장에서 봤을 때 압박을 가할수록 힘들어지는 쪽은 김정은이 아닌, 노동자와 농민들이다. 그래서 인도적인 입장에서 종교인들은 꾸준하게 식량 원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힘든 노동자들이 한 끼라고 먹어야한다는 마음에서다. 북한세계를 와해시키는 방법은 ‘끊임없는 교류’다. 문화교류, 체육교류, 학술교류, 전반적인 경제교류까지 해나가야 한다. 교류를 통해서 남한의 정보가 폐쇄된 북한사회로 흘러들어가면 되돌릴 수 없이 넓게 퍼져나갈 것이다. 교류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민주주의 사상이 얼마나 평화로운 것인가를 일깨워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힘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 현 정부가 비무장지대에 평화공원조성을 논의한 적이 있다. 나는 평화공원 조성의 시작에 불씨를 당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북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평화공원을 조성해 5일 혹은 7일 장터를 열어 남한 쌀과 북한 잡곡을 맞교환한다면 서로에게 이익일 것이다.

국내외 구호사업을 펴고 있는 ‘세상을 향기롭게’ 대표이사도 맡고 계신데 정확한 설립취지는 무엇인지요?

사회복지란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것이기 때문에 포교와 사회복지는 같은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포교와 복지가 같이 행해지지 않으면 안된다. 이것이 설립취지다. 우리나라 모든 사찰서 고아원, 양로원, 요양원, 어린이집, 유치원, 무료급식 중 한 가지씩만 복지를 실천해나가도 불교가 세상 사람들로부터 가장 믿고 인정받는 소중한 종교가 될 것이다. 부처님 앞으로 들어온 공양, 시주물 또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복지사업에도 진력하신줄 아는데 어떤 활동을 하셨습니까?

개금종합사회복지관 관장과 금정종합사회복지관 관장을 맡으며 복지관도 인연을 맺었다. IMF당시에는 실직해 노숙자가 된 사람들 60여 명과 5년 정도 지내기도 했다. 또한 꾸준하게 무료급식 활동도 해오다가 현재에는 부산 불교사회복지협의회 초대 이사장으로 활동중이다. 범어사 주지로 있을 때 신심있는 불자들과 스님들을 가까운 양산대 사회복지학과에 매년 30명씩 졸업 시켰다. 불교사회복지를 키우기 위해서 스님들이 직접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분들이 현재 복지 시설을 운영하고, 조직하고, 위탁운영하고 있다.

해외구호사업도 단순 지원이 아닌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춰 활동하고 계신줄 아는데요.

그렇다. 우리가 6.25 전쟁 기간 동안 상당히 많은 나라서 원조 받았던 것처럼, 이제 한국 불교사회복지계도 여력이 생겼으니 해외에, 특히 동남아 국가들 위주로 원조를 많이 하는 편이다. 우리는 초등학교 짓기, 우물 파주기, 학비 및 영어교육 지원 사업 등을 라오스,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펼치고 있다. 특히 캄보디아에는 보통 20km 반경에 중학교가 있다. 스쿨버스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캄보디아 어린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도록 자전거 보내기 운동도 한다. 올해에도 2~300대 자전거를 보내면 그만큼의 아이들이 중학교에 다닐 수 있을 것이다.

국내애서는 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하시나요?

어르신들 백내장 수술과 무료급식을 진행한다. 구청이나 사회에서 돌보지 못하는 어려운 이들을 직접 찾아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민원 봉사도 하고 있다. 현재 ‘세상을 향기롭게’에서 활동하는 봉사 회원은 약 1,300여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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