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해체 보수 어떻게 진행되나

보존처리 생생 데이서 일반 첫 공개
폭파됐던 상륜부·옥개석 피해 심각
시멘트 모르타르 전체 점유 10%
복원 위한 철심 58개가 박혀 있어
풍화·백화·흑화·박리 수습 필요

모르타르·철심 제거가 주요 관건
시멘트 제거 後 동일 부재로 복원
흑화는 레이저 세척 후 물리 제거

이렇게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문화재가 있을까. 일제 강점기 불법 반출돼 조경석으로 떠돌다가 6.25 전쟁 때는 폭격 피해를 입고 지금까지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국보 제101호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이야기다. 현재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은 전면 해체 보수가 결정돼 지난 3월 22일 해체보고식을 갖고, 4월 5일 해체가 완료돼 국립문화재연구소로 이송됐다.

이에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해체 보수 현장이 일반에 공개됐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센터장 이규식)는 5월 27일 문화재 보존처리 현장을 일반에 공개하는 ‘생생(生生) 보존처리 데이’ 행사를 마련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현재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해체 보수 현장이 처음으로 공개됐으며, 담당 학예연구사로부터 탑의 역사와 피해 상황·향후 보존계획 전반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법천사지 지광국사탑 복원을 맡고 있는 이태종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가 5월 27일 열린 ‘문화재 보존처리 생생 데이’에서 복원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피폭’ 塔 옥개석, 1만 2천 조각나
지광국사탑이 해체 보수라는 조치가 내려진 이유를 알려면 문화재에 담긴 애사(哀史)를 우선적으로 알아야 한다.

9세기에 창건된 원주 법천사지에 1085년 세워진 지광국사탑은 빼어난 조형미로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자 수난을 겪기 시작한다.

일제 강점기 자료에 따르면 지광국사탑이 본래 자리인 법천사지를 떠나게 된 시기는 1911년이다. 탑을 매입한 주인은 일본인 와다 쓰네이치로 당시 서울 명동서 일본인이 운영하는 개인병원에 조경용으로 전시하게 된다.

1912년에는 이를 남산 기슭의 저택으로 탑을 옮겼다가, 다시 일본 오사카 귀족에게 팔아 불법으로 반출시켰다. 오사카 귀족은 지광국사탑을 자신의 가문 묘지 정원 장식품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를 안 조선총독부가 반환명령을 내리면서 와다는 탑을 돌려받아 조선총독부에 기증했다.

그래도 지광국사탑은 본래 자리인 법천사지로는 갈 수 없었다. 조선총독부가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가 열린 경복궁의 장식재 구실을 하기 위해 옮겼기 때문이다.

6.25전쟁은 지광국사탑에게 치명상을 안겼다. 1951년 지광국사탑은 폭탄에 맞아 상륜부와 옥개석이 파손됐다. 당시 피폭으로 탑의 상륜부와 옥개석은 1만 2000여 조각으로 쪼개졌다. 전쟁 이후 1957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복원기술자 故 임천 선생이 탑을 복원·수리했고, 후에도 해체와 이전을 반복하다 1990년에 이르러서야 국립고궁박물관 뒤뜰로 자리를 잡았다.

암으론 2~3기, 와병 중인 塔
지광국사탑의 해체 보수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본관에서 진행 중이다. 현재 약 30t에 달하는 탑의 부재가 33개 부분으로 해체돼 하나하나 보존 수리가 준비되고 있다.

연구소가 밝힌 탑의 피해 상태는 심각했다. 우선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1957년 시멘트 모르타르로 복원한 부분이다. 전체 탑의 10.6%가 시멘트 모르타르로 복원됐으며, 상륜부와 옥개석에 집중돼 있다. 특히 옥개석의 경우 48%가 복원 부재로 시멘트 모르타르가 사용됐다. 또한 이를 지탱시키기 위해 59개의 철심이 탑에 박혀 있는 상황이다.

석탑의 풍화도 ‘중간에서 높은 단계’로 심각한 수준이다. 인간으로 따지면 암 2~3기에 해당된다. 또한 육안으로 봐도 백화와 흑화 현상이 상당히 진행됐으며, 탈락·박리·생물 피해·조류 배설물 등의 피해도 확인됐다.

석탑 복원을 책임지고 있는 이태종 학예연구사는 “현재 지광국사탑의 손상이 많이 진행된 이유는 폭격 피해를 입었던 것과 이후 복원부재로 시멘트를 사용했기 때문”이라면서 “1957년 당시에는 시멘트 모르타르를 사용해 복원하는 것이 최고의 기술이었지만, 50년 정도가 지나면 시멘트 자체에서 중성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학예연구사는 시멘트 모르타르가 왜 문제인지를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시멘트가 중성화가 시작되면 백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시멘트 중성화로 염(鹽)이 생겨 노출되면 결정화가 이뤄진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염의 체적(부피)은 300%가량 높아지고, 암석을 떨어져 나가게 한다. 이를 ‘박리’ 현상이라고 부른다.

백화 현상 뒤에는 흑화 현상도 진행된다. 백화 현상을 만들어낸 탄산칼슘은 ‘다공성(多孔性)’의 특징을 가진다. 이는 오염물의 흡착이 잘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단 백화 현상이 진행되면 박리와 흑화현상은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피해인 것이다.

약 30t에 달하는 탑은 33개 부분으로 해체돼 보존처리 작업에 들어갔다.
복원 최고의 난제, 시멘트 제거
지광국사탑 복원은 2019년까지 이뤄지는 장기사업이다. 현재는 오염물을 제거하는 세척 작업과 시멘트 모르타르 상태를 진단 중에 있다.

오염물이 흡착된 탑의 부재를 세척하는 데는 레이저가 사용된다. 인간 피부에 나타난 점을 제거하는 데 사용된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사용하는 레이저 세척기는 오로지 검은색에만 반응해 부재의 흑화를 손쉽게 제거한다.

이 학예연구사는 “흑화된 부재를 물리적으로 제거할 경우 암석에 많은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하지만 레이저를 이용하면 별 다른 손상없이 흑화를 제거할 수 있다”면서 “백화 현상은 상태가 무르기 때문에 붓으로 제거하며, 박리는 접합제를 사용해 붙이는 작업을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원 중 제일 중요하고 어려운 부분은 탑 복원 부재의 10%, 옥개석에만 48%가 사용된 시멘트 모르타르를 제거하는 부분이다. 모르타르 제거와 복원은 2017~18년에 걸쳐 이뤄진다. 당장 2017년에는 모르타르 제거 부재 선정과 결실부재 모형 제작이 들어가며, 2018년에는 동일 부재를 찾아 복원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이태종 학예연구사가 행사 참관객들에게 레이저 세척기로 석재의 흑화된 부분을 제거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레이저 세척은 석조 문화재의 흑화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어서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에도 사용된다.
이 학예연구사는 “폭탄을 맞았을 때 탑은 매우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상당한 내부 균열이 있을 것”이라면서 “모르타르 제거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공법적으로 완전 제거도 가능하나 암석에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 수 없다. 어디까지 제거하고 동일 부재를 선정해 복원해야 할지는 최대의 숙제”라고 설명했다.

동일 부재 선정에 대해서는 “화강암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암석”이라며 “감마 스펙트럼 등의 과학 기법을 통해 동일 마그마에서 형성된 암석까지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지난해부터 우리 문화재가 어떻게 보존되는지를 공개 설명하는 ‘문화재 보존처리 생생데이’를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여름과 하반기에 걸쳐 추가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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