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팔정도(八正道) ④

여덟 가지 성스러운 수행 길’(八正道)의 두 번째는 바르고 적절하고 온전한 사유이다. 견해와 마찬가지로 사유가 발휘되는 양상 또한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 어떤 사유를 바르고 적절하고 온전하다고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특히 사유에 내재된 양면성이 문제가 되겠지만, 이에 대해서는 앞에서 충분히 논의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니까야>대념처경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무엇이 바르고 적절하며 온전한 사유’(正思惟)인가? 비구들이여! ‘벗어나 떠남’(出離, 출리)에 대한 사유, ‘분노(?, 진에)가 없음에 대한 사유, ‘해치지 않음’(無害, 무해)에 대한 사유, 이를 바르고 적절하며 온전한 사유라고 한다.”

바르고 적절하며 온전한 사유’(正思惟)를 이루기 위해 제시된 사유의 주제는 벗어나 떠남이다. 이 말은 세속에서의 삶의 방식을 떠나 해탈/열반을 추구하라는 출가 생활의 권장에서 그 일차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이티붓따까(如是語, 여시어)> 72에서 벗어나 떠남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으므로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경문에 의거하면, ‘벗어나 떠남의 대상은 집의 소유에 의존하는 삶의 방식에 머물러 있지 않다. ‘욕망에 의존하고 있는 세상’(欲界, 욕계),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에 의존하고 있는 삶의 방식’(色界, 색계), ‘물질로 이루어진 세계에 의존하지 않는 삶의 방식’(無色界, 무색계) 이 세 가지로부터 벗어나 떠날 것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벗어나 떠남에 대한 사유의 닦음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벗어나 떠나야 할 상태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필요로 한다.

▲ 그림 나은영.

다시 말해서 자신에게 고통을 주고 불만족스러운 상태에서 피하려고만 하는 삶의 방식을 그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쾌락을 누리고 만족을 추구하려는 자신의 마음 상태에 대한 정확한 사유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출가(出家)’의 의미가 집을 소유하고 있는 안락한 상태로부터의 떠남에 있듯, 이익과 쾌락의 추구라는 가치로써 움직이고 있는 세상의 문법에 대한 바르고 적절하며 온전한 사유를 전개하는 것이 벗어나 떠남이라는 주제어임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이것은 종교적 사유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산 정상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볼 때 생기는 시선처럼,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살아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에 대해 늘 스스로 질문하고 사색하는 태도가 바로 벗어나 떠남에 대한 사유의 면모인 것이다.

바르고 적절하며 온전한 사유를 이루기 위한 사유의 또 다른 주제어는 분노가 없음해치지 않음이다. 이 둘은 하나의 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분노의 감정은 흔히 적대감을 낳으며 폭력의 형태로 상대방을 해치는 형태로 나타나기 쉽기 때문이다. 불교가 지향하는 정신이 공동의 유익함을 추구하며, 즐거움은 함께 누리고 괴로움은 덜어주려는 자비(慈悲)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바르고 적절하며 온전한 사유는 그 성격상 지혜의 갖춤을 지향하는 사유체계’(慧學, 혜학)에 속한다는 해석방식은 이미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사유의 주제가 분노가 없음해치지 않음에도 있음은 지혜의 칼을 다듬는 노력만큼 자비의 노래를 함께 불러야 사유의 닦음이 온전해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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