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전 계단 옆에, 형체를 명확히 알기 어려운 석상이 있다.

시간이 그 형상을 모두 흘려버렸지만, 분명 네발 달린 짐승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세조의 목숨을 구한 고양이를 기려 만든 석상이었다.

폐사지의 석물은 남아 그 자리의 시간을 말하고 있기에 유달리 사랑스럽다. 부처의 얼굴이 남아 있지 않은 석불, 흐릿한 연꽃문양, 날개의 일부가 남은 비천상 등을 보면서 그 자리에 있었을 과거의 시간을 상상하고, 내 마음대로 그 모습을 그려 넣어본다.

가만히 고양이 석상의 머리에 손을 올려보니 차가운 돌의 기운이 손을 타고 가슴을 시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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