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선수 정말 교과서같은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TV에 중계되는 수많은 스포츠경기에서 해설위원들이 멋진 장면을 설명할 때 주로 쓰는 표현 중 하나다.

학생들의 바른 교육을 위해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재, 교과서. 그 분야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검증된 내용을 전문가들이 서술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흔히 교과서 같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만큼 교과서는 사회적으로 공신력을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교과서에 쓰인 불교서술은 전혀 교과서답지 못한 경우가 많다.

고려를 멸망시킨 조선의 시각으로 쓰인 <고려사>에서 신돈에 대해 늙은 여우의 요정으로 평가한 것을 그대로 교과서에 싣는 것이나 나미아무타불만 외면 누구나 극락왕생할 수 있다는 정토종을 백성 사이에 퍼뜨린 것으로 원효대사를 설명한 대목 등은 불자라면 누구나 어이없고 분개할만한 내용이다. 제대로 된 설명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불교계가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교과서에 서술된 불교 관련 내용의 오류를 바로잡고, 보다 나은 불교서술을 제안코자 지난해 초 구성된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 산하 초중고 개편교과서 연구위원회가 최근 새로운 성과물을 만들었다. 바로 도덕통합사회 교과의 ‘2015 개정 교과서 집필 참고자료를 제작,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를 비롯해 검정교과서 출판사 등 10여 곳에 배포한 것이다. 역사 교과는 과거 교육과정을 비교분석해 참고자료를 만들었지만 교과서 국정화로 인해 배포하지 않았다.

도덕 교과 참고자료는 각 단원 성취기준에 어울리는 불교 관련 일화를 꼼꼼하게 소개했다. 저학년을 위해서는 성실예절 등 주제에 맞춰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를 담았고, 고학년들에게는 불교의 특징을 살려 교리와 행복론, 자연관 등을 설명했다.

통합사회 교과는 인권자본주의 등과 관련해 불교계 활동 및 소욕지족 등의 가르침을 담았다. 물론 이 교과에는 종교적 형평성의 문제로 인해 불교서술이 반영되기 어렵지만 역사도덕 교과 외에 새로운 분야를 조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큰 기대 없이 배포한 참고자료에 대해 각 출판사의 반응은 매우 호의적이었다는 후문이다. 교과서 집필자가 직접 위원회에 연락해 자료를 요청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참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이는 교과서를 집필하는 데 있어 그만큼 불교를 잘 아는 이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불교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집필진이나 출판사만 탓할 노릇은 아니다. 우리가 얼마큼 관심을 갖고 대중에게 불교를 이해시키려 노력했는지 돌아보는 게 순서다.

과거 8~90년대 두 차례에 걸쳐 출범했던 교과서 위원회가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없었던 건 꾸준한 관심이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이제는 교과서를 보며 불교를 접하는 새싹들을 위해 눈높이를 낮춰 마주볼 때다. 불교의 제대로 된 이해를 돕는 것이야말로 포교의 가장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교과서의 오류를 고쳐나가면서 교리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편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우리가 붓다로 살자고 외치는 것처럼 말이다.

부처님은 보리수 아래서 성도한 후 49일간 해탈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그리곤 이 진리를 과연 중생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부처님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법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수많은 중생들에게 대기설법을 했고, 그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과연 불교가 어려운 것일까 아니면 불교를 쉽게 설명하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 아마도 이렇든 저렇든 어렵다는 핑계로 우리 모두 관심 갖지 않고 게으름을 피운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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