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재난 대응 메뉴얼 필요
첨단 방재기술도 관심가져야

산업화, 도시화는 기능과 효율을 강조하면서 우리 삶의 환경과 양식이 전 지구적으로 동질화되어 가고 있다. 특색을 잃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전통공간은 우리의 정체성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남은 전통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 궁궐이나 일부 전통마을이 있지만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전통공간은 전통사찰이다.

전통사찰의 정체성은 도시화된 공간에서 자연적, 전통적 요소를 갖추고 있으며, 옛정취와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멈춘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숲의 종교라 불리는 불교는 보전의 영역의 보수성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우리는 살아가면서 예기치 않은 일을 흔히 접한다. 그중에서 뜻하지 않은 변고를 우리는 재난이라고 부르는데, 그 분류가 천재(天災)이든 인재(人災)이든 재난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우리의 영속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전조치가 필수적으로 수반되어야 하는데, 전통사찰은 일상적인 방재조치를 적용하기에는 그 사찰의 역할이나 경관적 측면에서 많은 부담을 갖게 된다.

2005년 양양 낙산사 전소사건, 2012년 내장사 전소사건 등에서 보듯이 전통사찰을 위협하는 가장 큰 재해는 화재이다. 전통사찰은 화재가 발생하면 전각 등 구조물은 물론 각종 국가지정문화재도 더불어 잃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총무원에서는 산림청과 더불어 사찰 안전성확보라는 명목으로 전각 주변의 나무를 벌목하고 주변 임목높이의 1.5(통상 20-30m)이상을 확보하며 지역 풍토에 적합한 내화수림대 조성을 검토한 바 있고 일부 시행된 바 있다. 이 대책에는 소방임도와 방화선 확보도 같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련의 방재대책에 대해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기도 했지만 부작용도 발생했다. 방화선 확보를 위해 전각 주변 나무를 지나치게 벌목하거나 사찰 경관에 어울리지 않는 내화수림대 조성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방재조치는 외부 화재 요인에 대한 대비이고, 실제로 화재발생 빈도는 전기누전이나 촛불 등으로 인한 내부 요인이 더 크다는 것이다(2006 주요사찰 방재대책 현황조사 보고서). 내부 요인을 막기 위한 방재대책은 메뉴얼 마련과 방재대비 훈련인데 이러한 부분도 시행되었고, 현재도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진하다는 평가이다.

특히, 방재대책 메뉴얼은 사찰의 여건에 관계없이 마련되었을 뿐만 아니라 방재를 위한 연속성을 시스템적으로 갖고 있지 못하다. 결론적으로 외부요인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대응을 한 측면이 있고, 내부요인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재해예방 교육 등의 관리가 부족하다.

향후 방화선 확보와 방화수림대 부분에 있어서는 전통사찰 고유의 경관을 헤친 부분이 없는지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 전통사찰의 경관을 유지하면서 재난예방조치를 해야하는 것은 사찰이 안고 있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최첨단의 정보기술을 이용한 재난 예찰기술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아울러 천차만별인 사찰환경에 대해 예측되는 재난 대응을 유형화하여 메뉴얼을 현실화 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이상의 모든 문제는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이 요구되는 사항이므로 범정부적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무론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서 재해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거나 혹은 재해가 발생해도 즉각적이고 합리적인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하면 인재라고 평가한다. 전통사찰에서 발생하는 재난은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는 것이며, 손실이 결코 가볍지 않은 만큼 늘 예방하는 자세의 견지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