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팔정도(八正道) ②

승용차 안에서 운전자의 시선은 목적지로 빠르게 달려가려는 의도에 의해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따라서 신호등의 색깔이 바뀌는 순간, 재빨리 몰고 가는 것이 의미 있는 행위가 된다. 이때의 시선이란 질주의 가치가 실현시키는 쪽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느리게 움직이거나 신호를 위반해서 길을 건너는 보행자의 잘못이 매우 크게 보이게 된다. 왜냐하면 자신의 질주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보행자가 만들어내는 시선은 건널목을 지나가는 승용차에 집중될 것이다. 자신의 갈 길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의 안전 또한 위협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처럼 차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시선과 차 밖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방향만 다른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형성되는 의도와 가치 또한 달라진다. 여기에는 처음부터 옳고 그름이 정해져 있지 않으며, 선과 악, 빠름과 느림, 크고 작음 등의 판단도 어느 쪽이 더 가치 있는지를 결정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의 일상에서는 그 사람이 현재 머무르고 있는 위치와 방향이 하나의 생각이나 행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조건이 된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는 것이다.

여덟 가지 성스러운 수행 길’(八正道)에서는 이와 같이 실존에서 맞닥뜨리는 양면성에 주목한다. 바로 서로 다른 시선을 조건으로 발생하는 양면성의 존재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가운데 길’(中道)이라고 부르는 실천의 방식을 제시하는 일차적인 이유이다. ‘가운데 길의 실천이 제대로 이루어지게 하는 사상적 토대는 자신의 감각기관에 포착되는 대상이란 조건에 의해 발생된 것’(緣起)이라는 체계적 사유방식의 확립에서 나온다. , 불교 안에서 쓰는 용어를 그대로 적용하면 연기적 사유방식이 중도적 실천방식의 토대가 되며, 중도를 실천함으로써 연기적 사유는 그만큼 온전하게 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각각 인식론과 실천론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 그림 나은영.

여덟 가지 성스러운 수행 길을 구성하는 항목에 모두 (, samm-a)’자가 붙어 있는 이유는 서로 다른 위치와 방향 그 어느 곳에 있더라도 거기에서 최적의 가치를 모색하는 일을 올바르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나아가 팔리어 삼마에 내재되어 있듯이 그러한 노력이 완전함에 이를 때까지 끊임없는 노력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팔정도에 내재된 두 번째 성격이 된다. 그러므로 여덟 가지 성스러운 수행 길’(八正道)에 내재된 이러한 면모를 반영하면, ‘가운데 길이라는 뜻의 중도는 (상황에 따른) ‘적절한 길또는 최적의 길을 찾아가는 수행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길은 양면성을 고려하는 태도이고, 나와 다른 위치와 방향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하며, 하나의 생각이나 행위가 특정한 그곳에 있다고 해서 올바름의 전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살펴 아는 것, 이것이 바로 적절한 길’(中道)의 기초를 구성한다. 그러므로 적절한 길로 걸어가는 사람은 하나의 판단에 빠지지 않고, 하나의 생각에 집착하지 않는 유연한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지니게 된다.

이와 같은 실천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여덟 가지 성스러운 수행 길이 바로 팔정도(八正道)이다. 그것은 바르고 온전한 견해’(正見), ‘바르고 온전한 생각’(正思惟), ‘바르고 온전한 말’(正語), ‘바르고 온전한 행위’(正業), ‘바르고 온전한 생계활동’(正命), ‘바르고 온전하게 이루어진 지속적 노력’(正精進), ‘바르고 온전하게 이루어진 주의력의 일깨움’(正念), ‘바르고 온전하게 집중된 마음’(正定)의 여덟 가지를 가리킨다. 이제 니까야경문에 의거하여 이 의미에 대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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