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돌로 만든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던 것 같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 눈을 뜨니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오누이가 석탑 아래서 장난을 치고 있다. 그러다가 순간 둘은 탑 아래 가지런히 서서 합장했다.
원형다층석탑 아래 가지런히 손을 모은 오누이의 원(願)은 무엇이었을까?
얼마나 오랜 옛날부터 저 탑은 그 아래서 고개를 숙이고, 엎드리고, 무릎 꿇은 이들의 마음을 받았을까? 그 많은 가슴 속 이야기를 받아들였기에 무수한 시간과 시련을 지내고도 여전히 이 자리에 그대로 서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