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다스리는 법

나도 모르게 벌컥 화내는 버릇
인터넷 중독 같은 습관적에너지
상대방 탓 아닌 내 탓으로 돌려
() 통찰해 에너지 끊어야

 

스님, 괜히 화날 때가 많아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욱할 때가 많거든요. 그냥 남편과 이야기할 때도 화가 나고, 시부모님이나 주변 사람들 말씀이 듣기 거슬릴 때도 화가 나요. 문제는 화가 나면 감정 억제가 잘 안 된다는 거예요. 인상 쓰는 것은 기본이고, 어떤 때는 손에 잡히는 대로 마구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해요. 스님, 화가 날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얼마 전 한 30대 주부가 위 내용으로 상담을 요청해왔다.

사람의 가장 큰 적은 자기 내부에 있다. ‘가 바로 그놈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전쟁터에서 수천 명의 적을 물리치기보다 자기를 이기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승자라고.

우리의 가장 큰 적은 끊임없이 내부에서 불타오르는 화와 욕심과 어리석음이다. 이를 사람을 해치는 3가지 독이라고 해서 삼독(三毒)’이라고 한다.

화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욕구불만 때문이다. 뭔가를 갖고 싶거나 하고 싶은데 내 마음대로 가질 수 없고 내 뜻대로 할 수 없으니까 화가 나는 거다.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화의 공통적인 속성이다. 사람들이 화를 가장 많이 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괜히 남들도 미워져 벌컥벌컥 화를 내는 거다. 자아존중감이 없을 때 더욱 그런다. 자아존중감이 없거나 낮으니까 매사에 열등감을 느끼고, 열등감을 감추기 위해 누가 눈에 조금만 거슬리는 행동을 하거나 말만 해도 벌컥 화를 내는 거다.

세 번째 이유는 우울증에 걸렸을 때 화를 많이 낸다. 특히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을 보면 우울증에 걸려 있는 경우가 아주 많다. 특별히 화낼 이유도 없고, 화날 상황이 아닌데도 툭하면 화가 날 경우엔 혹시 내가 우울증을 앓고 있는 건 아닌지,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 등을 방문해 자신의 감정과 정신건강 심리상태를 정확히 체크해보아야 한다. 그럴 경우 간단한 심리상담과 약물치료만으로도 화내는 버릇을 쉽게 고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첫 번째 이유와 두 번째 이유로 화를 자주 낸다. 이는 부단한 노력으로 화내는 습관의 고리를 끊는 수밖에 없다. 나도 한 세월 그 고리를 끊기 위해 노력해왔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화의 뿌리는 그만큼 깊다.

첫 열쇠는 화났을 때 상대방을 탓하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무의식 속에 화의 씨앗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화가 치미는 순간 대부분 그 원인을 상대방에게 돌린다. 그러다보니 무의식 속에 잠재해있던 화의 씨앗이 불기둥이 되어 치솟아 오르는 거다.

모든 화의 씨앗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만으로도 습관적인 화의 연결고리가 대부분 끊어진다. 화에 대한 통찰과 자각이 생기면, 화는 오히려 남을 사랑하고 용서하는 긍정에너지가 되어 자기 자신이 먼저 화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물론, 겸손하고 자애로운 인품을 가진 훌륭한 사람으로 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스마트폰 중독이나 인터넷 게임중독처럼 화는 중독성이 강한 습관적 에너지라는 인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한번 화내는 버릇이 들면 좀처럼 그 중독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모든 인간은 생존을 위한 자기 방어적 공격성을 본능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화도 그러한 공격성의 한 표출이다.

화에 대한 통찰과 자각만 오면 습관적인 화의 에너지를 끊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불교에는 그런 도구와 장치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 나도 승려생활을 하면서 그런 도구와 장치들을 이용해 어려서부터 습관적으로 길들여져 왔던 화내는 버릇은 물론 기질까지도 상당 부분 바꿀 수 있었다.

내가 시험해본 결과 가장 손쉽고도 즉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건 의식적으로 호흡하기이다. 화가 나려고 할 때, 혹은 화를 내고 싶을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말고 마음속으로 열까지 숫자를 세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는 거다. 그렇게 하나- - - 하고 열까지 세며 큰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다보면 대개의 화는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

숫자를 헤아리며 숨을 쉬라는 것은 그만큼 의식적으로숨을 쉬라는 뜻이다. 그래야 화에 집중되어 있던 나의 에너지(주의, 생각)가 자연스럽게 숨 쪽으로 돌아오며 화가 정화되기 때문이다.

화날 때 내가 나를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보는 것도 습관적인 화의 연결고리를 끊는데 퍽 좋다. 내가 누군가? 천하의 주인이다. 스승인 용타 스님은 이에 대해 천하의 주인인 나는 우주만물과도 바꿀 수 없는 혼(마음, 정신)을 가지고 있고, 천재 예술가 천만 명이 동원되어도 빚어낼 수 없는 예술품인 몸이 있으며, 그 혼과 몸으로 경험하고 사는 값진 경험세계가 있다고 강조하셨다. 상대방도 나처럼 그렇게 소중하고 귀한 혼과 몸과 경험세계가 있는 고귀한 존재라는 인식을 가지면 함부로 화를 낼 수가 없는 것이다.

화날 때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명상을 하는 것도 화를 차분하게 다스릴 수 있는 묘약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 이 나쁜 자식아!” 하고 욕을 해서 화가 나게 되었다고 해보자. 그러면 다음과 같이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단계적으로 명상해보는 거다.

친구가 , 이 나쁜 자식아!’ 하는구나.”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법,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지. 나도 모르게 내가 친구 기분을 상하게 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친구가 컨디션이 안 좋아 짜증이 나 있는데 내가 말을 걸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도 친구가 내 멱살을 잡고 귀싸대기를 때리지 않고 욕만 하니 얼마나 감사하냐.”

이런 식으로 상대방의 입장이 돼 상대방의 기분과 상태를 이해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기르다보면 아무리 화날 상황이 되어도 감사한 마음과 함께 얼굴에 미소가 먼저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방법이 많고 좋아도 본인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스님들은 그걸 수행이라고 한다. 부지런히 수행하고 정진해서 생각과 말과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화내는 버릇은 고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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