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에게 듣는다] 무여 스님 축서사 문수선원장

무여 스님은 수행에 철저하다. 보통 선원이라면 하루에 대략 10시간씩 3개월간 안거에 든다. 하지만 무여 스님은 하루 15시간, 5개월간 안거로 유명한 경북 봉화 축서사 문수선원 선원장이다. 스님은 “화두선은 한국불교의 최고 자랑인 정신문화를 이끄는 보배”라며 “하루 한 시간씩만 마음을 내서 정진하면 갈등과 분쟁대신 평화와 행복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월 4일 축서사로 달려가 우리 중생들의 바램인 ‘행복한 삶을 사는 비결’에 대해 무여 스님께 여쭈었다.  정리=김주일 기자

▶무여스님은 1940년 경북 김천서 출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중 ‘남의 집 머슴살이 같은’ 속세의 생활을 떨치고 오대산 상원사서 희섭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이후 상원사 동화사 송광사 해인사 관음사 망월사 등 전국의 제방 선원서 40여 년 동안 수선안거 했다. 1987년 이후 봉화 축서사에 주석중이다. 칠불사와 망월사 선원장을 역임하며 한국불교계의 대표적 선지식중 하나로 존경 받고 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에
몰입하려면, 단전까지 깊숙한
숨을 마셨다가 내쉬는 숨에
‘난 누구인가’를 생각하세요.


화두가 늘 있는 상태를 ‘순일’하다고
합니다. 그 정도 경지까지 가면
마음이 늘 고요하고 편안합니다.
그러면 얼굴만 봐도 달라지죠.

매 순간 마음의 평정과 고요를 찾는다면 행복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렇습니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 괴롭다고 느끼는 순간, 화가 고개를 쳐드는 순간, 그 순간들마다 우리는 마음 속의 고요를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만 하면 ‘못살겠다. 죽을 것만 같다’며 절박한 사람들도 얼굴이 절로 펴지고, 환한 웃음을 짓게 됩니다. 더 깊은 경계로 가면 행복을 노래하며 덩실덩실 춤을 출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을 닦기 위해선 어느 정도 고행이 필요합니다. 요즘 사람들은 너도나도 편하고 쉬운 것만 찾는 것 같아요. 그런 것은 얻어지는 것이 거의 없죠.”

참선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말씀인가요.

“선(禪)은 인간이 행복하게 살고 삶에 보람과 긍지를 느끼도록 하는 것입니다. 화두법이나 호흡법 등으로 선을 하면 마음이 평안해집니다. 우리 인간은 생각 하나하나가 모두 괴로움입니다. 선을 통해 잡스러운 생각을 버리고 마음을 고요히 할 수 있습니다. 가마솥에 물 끓듯 일어나는 잡념이 사라지며 마음의 평화를 느낍니다. 이럴때 온몸서 묘한 기분이 느껴집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감이죠. 참선에 일생을 바쳐도 아깝지 않다는 느낌이 들고 재미가 생깁니다. 그러면 세상 만물이 즐겁게 보이지요.”

행복하려면 수행을 하라셨는데 수행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며, 어떻게 화두를 드는지요?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이혼율이 가장 높은 반면 행복지수는 거의 꼴찌 수준이라고 합니다. 괴롭고 힘든 세상이지만 이럴수록 부처님 말씀을 되새겨야 합니다. 그 요지는 마음을 닦으라는 것이지요.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마음 닦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수행은 마음을 고요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오묘한 기분, 기쁘고 즐거운 기분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수행이죠. 오늘 이 자리에서는 화두참선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화두란 참선자가 일생동안 풀고 해결해야 될 문제입니다. 화두가 있는 사람은 자기 화두를 들고, 없는 사람은 ‘나는 누구인가’를 들면 됩니다. 요령은, 화두를 간절하게 정성껏 생각하고, 끊임없이 드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의정이 일어나 화두에 ‘푹’ 빠지게 됩니다. 이 상태가 되면, 모든 망상들이 전부 사라지고 마음이 고요해 집니다. 내가 왜 어제까지 저 사람을 그렇게 싫어하고 미워했을까 싶을 정도의 부처님 같은 얼굴로 우선 내 자신이 변합니다. 그러면 미워하고 싫어한다는 말 자체가 머릿속에서 없어지고 모든 것에 무심해 집니다.”

무심해진다는 것은 결국 마음이 커지고 넓어진다는 의미인가요?

“잡스런 마음이 사라진다는 뜻인데, 넓고 크다는 뜻과도 상통합니다. 무심한 경지에 오면 그 자체가 행복이 됩니다. 범인들은 돈, 명예, 권세에서 행복을 찾지만 그런 것들은 잠깐 일뿐이죠. 그 순간이 지나면 괴로움이 뒤따르죠. 그러나 마음 공부서 참 행복을 느끼면, 조금만 느껴도 두고두고 기억할 수 있는 행복이 됩니다. 삶 자체가 평화롭고, 기분 좋고, 살만하고 행복한, 즉 사람이 바라는 전부를 성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일반 불자들이 쉽게 행할 수 있는 호흡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화두가 잘 안되면 호흡에 의지해 보세요. 예를 들어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에 몰입하려 한다면, 단전까지 깊숙한 숨을 마셨다가 내쉬는 숨에 ‘난 누구인가’를 생각하면 됩니다. 근기가 약해서 잘 안 되는 사람일수록 호흡에 의지하면 효과가 좋습니다. 연달아 호흡하고 내가 누군가를 되뇌면서 ‘의정’의 마음을 내면 됩니다. 호흡이 들어가는 각 부분을 관(觀)하면서 마음을 둬야합니다. 호흡을 헤아리되 1에서 30까지, 30에서 1까지 숫자를 오르내리면서 호흡하세요.”

수행 하면 인간관계서 화가 없어진다고 했는데 직장 생활서 업무로 인해 마음 상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화두가 늘 달려있는 상태를 ‘순일’하다고 합니다. 그 정도 경지까지 가면 마음이 늘 고요하고 편안합니다. 그러면 얼굴만 봐도 달라집니다. 말과 행동 하나에서 수행하는 사람의 태가 납니다. 그렇게 되면 말이 함부로 나가 남을 야단치고, 욕하고, 괴로움을 일게 하는 일이 없게 되죠. 본인의 할 말을 다하더라도 편안한 상태로 말하게 되고 굳이 상대를 기분 좋게 하려는 의도 없이도 기분 좋게 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신을 음해 한다면, 분한 마음이 일게 되는데 이것도 다스릴 수 있을까요?

“남을 음해하고, 괴롭히는 사람에게 비슷한 행동으로 맞서면 같은 사람이 돼버립니다. 점잖고 존경스러운 모습을 잃지 않으면 상대방도 어쩔 수 없이 절로 고개를 숙이는 때가 옵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보다 더 점잖고, 훌륭한 모습을 보이면 근본적으로 꼼짝 못 할 것입니다. 그러나 비슷한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 받으면 그 상황을 면할 수 없지요.”

직장인들은 몇 시간씩 화두 수행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조금씩만 해도 많은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요?

“아침 출근 전 10분~30분 정도 하면 좋고, 저녁에는 2시간까지 정기적으로 화두를 행한다면 좋을 것입니다. 만약 남다르고 보람 있는 삶을 살려한다면 그에 맞게 투자하고 애써야합니다. 처음에는 잘 안되더라도 닦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남다른 사람으로 변모해 있을 것입니다. 수행은 매일 제대로 잘 안되고 괴롭더라도 꾸준히 노력한다면 저절로 자리가 잡힐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도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데요. 특히 기복적인 사람들의 기도는 제대로 된 기도가 아닌가요?

“ ‘기도’의 본질에 엄격히 입각한다면 기복은 제대로 된 기도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바라고 원하고, 간절함이 있는 데서 불심이 생겨납니다. 그렇게 애쓰다 보면 차츰 기도가 제자리를 잡아가고, 제대로 된 기도가 나오죠. 제대로 된 기도는 ‘폭’ 빠져 일체 잡생각이 없는 상태입니다. 오직 석가모니 부처님과 관세음보살 명호 속에 빠지는 상태가 바로 진정한 기도입니다.”

결국 기도는 자신의 평화를 위한 것인가요?

“기도 목적의 출발은 ‘나’로부터입니다. 그러나 기도는 참으로 넓고 큰 것입니다. 그야말로 세계적이고 인류적인 것이죠. 출발은 나 자신이지만 결국 많은 사람을 위하는, 대승적 기도로 변하게 만듭니다. 종국에는 부처님의 자비정신, 보시정신을 발현하게 만들어 줍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고 보니, 가족에 대한 착(着)이 많이 생겨납니다. 특히 돌아가신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에 괴롭기도 합니다만 이러한 착도 수행을 통해 해결할 수 있나요?

“수행을 하다보면 착의 마음,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비좁은 마음, 답답한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변하고 떨어져 나가 넓고 큰 사랑으로 변모합니다. 부모를 향한 착이 큰 마음으로 변해서, 부모세대의 노인들에게 큰 사랑을 베풀 수 있습니다. 대자대비의 큰 마음을 내어 이웃들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게도 합니다. 착이 변화하는 바람직한 모습들이죠.”

부처님오신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마지막으로 불자들에게 들려줄 말이 있으시다면?

“부처님은 인류 최고의 스승이자 좋은 길잡이 입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자상하게 안내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사생자부(四生慈父)라고 일컫지요. 불자님들은 부처님이 일생 동안 보여주신 많은 덕목들을 믿고 뒤따르며 실천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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