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족을 생각하다- 불교, 세대전승 확보가 시급하다

한국사회 개종률 감소 추세
10대 前 종교 결정 증가해
가족 중심적 종교로 재편 중

불교 세대전승 낮지 않지만
젊은층 없어 확장성 ‘적신호’
낮은 신앙 만족도 요인 지적
‘불교→개신교’ 비율도 높아

미래 세대위한 포교 급선무
가족들 사찰 오게 유도해야
불자 세대전승 인식 개선도


한국사회에서 가족 구조는 크게 붕괴되고 있다. 부부 중심의 핵가족화, 소자녀 가족, 노령화 가족을 비롯해 독신자 가족이 크게 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 ‘가족변화양상과 정책 함의’에 따르면 1990년과 2010년 가구 수를 비교했을 때, 20년 사이에 1~2인 가구는 22.8%에서 48.2%로 급증했고, 4~5인 가구는 58.2%에서 30.6%로 줄었다.

통계청의 〈2010년~2035년 장래 가구 추계〉에 따르면 2010년 부부+자녀 가구가 37%, 1인 가구 23.9%, 부부 가구 15.4%이지만, 2035년에는 1인 가구가 34.3%, 부부 가구 22.7%, 부부+자녀 가구20.3%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 종교 ‘가족중심’ 재편 중
반대로 종교적으로 보면 현재 한국 사회는 개종이 어려워지는 가족 중심 신앙으로 재편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2015년에 발간한 통계보고서 〈한국인의 종교-1984~2014〉에 따르면 개종률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1984년에는 개종을 경험한 사람은 17%, 1994년에는 16%에 달했지만, 2014년에는 10%로 줄어들었다.
이와 더불어 신앙을 결정하는 시기도 10대 전후로 빨라지고 있다. 2014년 한국갤럽의 통계에 따르면 10대 전후로 종교를 결정하는 비율은 38%에 달했다. 30대가 21%, 20대가 19%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에서 실시하는 인구센서스에도 나타난다. 출생 코호트(cohort, 특별한 기간에 출생하거나 특성을 공유하는 집단)별로 10대 이전 종교 유입율을 분석해보면, 1975~1984년에는 27.4%에서 1985~1994년 36.2%로 증가했고, 1995~2004년에는 42.8%으로 대폭 상승했다.

세대간 종교 전승 비율에 있어서 현재 불교는 나쁜 편이 아니다. 자신의 종교와 부모의 종교가 일치하는 비율에서 부친 67%, 모친 82%(2014년 통계 기준)으로 개신교, 가톨릭보다 높게 집계됐다.

하지만, 불교에서 개신교로 이동한 비율도 적지 않다. 한국갤럽의 통계에 따르면 현재 개신교를 믿고 있는 사람 중 13%가량이 부모가 불교였고, 가톨릭 신자 중 11%의 부모가 불교였다. 반대로 부모가 개신교와 가톨릭을 신앙했지만, 자녀가 불교로 개종한 비율은 각각 1%에 불과했다.

세대 전승, 불교에 불리한 이유
세대 전승에 있어서 불교가 불리한 점은 10~30대의 미래 세대가 50~60대에 비해 매우 적다는 점이다. 세대를 이어 불교를 신앙할 미래자원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연령별로 보면 불교는 10~20대가 전체 불교인구의 10%, 30대는 11%에 불과하다. 반면 50~60대 인구는 각각 30%를 상회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갤럽은 보고서에서 “부모가 특정종교를 믿는 경우 자녀도 해당 종교를 믿는 경향이 있고,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동일한 종교를 믿는 배우자를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는 불교인의 가족 구성원 종교 일치율이 높지만, 다수가 고령층이라는 점에서 인구 확장성은 다른 종교에 비해 불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족 신앙을 복원하기 위해서 이웃종교들은 매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기독교계는 ‘가정 사목과 복음화’를 주제로 예전부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세기에 걸쳐 ‘가정’이란 기본공동체에 기반한 신행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가톨릭은 사목 헌장에 혼인과 가정의 가치를 밝히는 한편 성직자, 교회단체, 부부들이 구체적으로 해야 할 역할들을 명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란시스코 교황이 “신앙은 인간의 도성에 빛을 비추는데 그 첫째 자리는 가정”이라고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가족 단위의 신행공동체 형성에 앞장서고 있다.

불교계의 세대 전승이 불투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불자들의 낮은 신앙 만족도가 세대 전승 ‘적신호’의 이유로 보인다.

실제, 한국갤럽의 통계에 따르면 종교적 신앙심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21%만이 ‘불심이 깊다’고 말한 반면, 개신교인은 52%가 깊다고 응답했다. 기도·경전 읽기 빈도, 생활 속 종교 중요도에서도 불교는 꼴찌를 면치 못했다.

이는 조계종 종책연구기관인 불교사회연구소(소장 법안)가 2014년 발간한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난다. 신앙생활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신앙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응답자 중 개신교가 65.1%로 가장 높았으며, 가톨릭은 50%, 불교는 34.3%였다. 지계와 경전 읽기 빈도에서도 불교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불교 ‘세대 전승’ 관심가져야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불교 역시 가족 중심의 신행공동체를 공고히 하고, 적극적인 세대 전승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조직 구성의 최초 단계는 가족이다. 불교가 이 시대에 자기 역할을 찾고 살아 움직이는 포교를 통해 대중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가족을 고려한 신행체제를 갖췄야 한다는 것이다.

불교사회연구소가 2014년 1500명을 대상으로 연령별 사찰 의식 참석에 대한 입장을 조사한 내용을 보면 가족신행공동체 구성에 대한 필요성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만 16~19세 33%, 20대 35.6%, 30대 41%, 40대 42% 50대 45.2%, 60대 53.5%로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간의 사찰의식 참여의사가 극명히 나뉘었다.

이에 대해 이명호 한양대 강사는 ‘2030년 한국사회의 종교지형의 변화와 불교’ 주제의 논문에서 “총인구 감소로 인해 절대적 규모의 종교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에는 포교활동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포교 효과는 지금보다 낮아질 것”이라면서 “이 경우 가족 내 세대 계승이 포교의 기본이 되고, 종교 존립의 기본적인 토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고연령층 여성 신도 대부분이 가족을 대표해 자신이 기도하고 사찰에 다닌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가족 내 포교에 대해서는 무감각해 불교의 세대 간 전승은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족 내 세대 전승 활성화를 위해 이명호 강사는 “현재 음력 중심의 법회 운영과 각종 기도와 성지순례는 고연령층 여성에게 최적화된 신행활동이며 확장성이 부족한 방식”이라면서 “어린이·청소년 포교와 가족 단위의 신행활동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법회는 모든 사찰에서 운영되도록 중앙 차원에서 지원돼야 하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주직 스님의 의지와 생각에 따라 가변적으로 운영돼서는 안된다”면서 “교재 개발과 지도법사 등 법회 운영에 필요한 여러 사항은 중앙 종단과 교구본사 단위에서 제공돼야 하며 가족 신행활동은 법회 형식을 넘어 가족들이 활동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족 세대 간 불교 전승에 대해 조계종 포교부장 무각 스님은 “현대 사회에서는 가족에게 도움이 된다고 하면 저절로 사찰에서 신행활동을 한다. 사찰 신행활동이 자기 계발에 대한 메리트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는 종단적인 과제다. 기존 사찰의 운영구조를 바꿔 젊은 세대가 법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어린이·청소년 전법단장 성행 스님(청계사 주지)도 “가족의 연령층은 청소년, 부부, 노인 등으로 구분되고 역할과 사회적 위치도 세분화된다. 각 계층에 맞는 포교가 필요하다”면서 “무엇보다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인성 프로그램 등을 정비해 응용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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