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족을 생각하다- 세대전승 진흥 전문가 제언

수행 중시·교육 없는 풍조가
자녀에게 불교 전승 않게 해

미래세대 불교 지원·포교 부족
종단 미래세대위는 ‘휴업 중’
한국불교 전반적 변화 필요해

가족 성원 모두에게 도움 주는
다양한 문화·학습 프로그램 필요

 

▲ 서울 강남 봉은사에서 열린 유아수계법회에서 한 아이가 마정수기를 받고 있다. 현대불교 자료사진

한국불교 세대 전승은 현재 ‘빨간불’이다. 불교를 이끌 10~30대의 미래 세대가 50~60대에 비해 매우 적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이는 세대를 이어 불교를 신앙할 미래자원들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연령별로 보면 불교는 10~20대가 전체 불교인구의 10%, 30대는 11%에 불과하다. 반면 50~60대 인구는 각각 30%를 상회하고 있다.

이외에도 낮은 신앙 만족도와 이로 인해 불자 스스로 가족 포교가 적극적이지 않는 점도 세대전승의 불안요소로 꼽힌다.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신행 풍속도 역시 젊은 세대를 사찰로 이끌지 못하는 이유다.

 

“종교는 너 편한대로 믿으렴”
불교의 세대 전승이 불안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불자들의 인식 부족과 더불어 불교 신행이 현 세대에게 메리트(Merit)를 주고 있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개인 수행을 중시하는 종교적 특성으로 인해 근대적 조직화와 전통적 신행 사이의 간극이 커져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한국불교는 해방 이후 급격하게 진행된 서구화·산업화 과정에서 근대적 조직으로 이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참선을 통한 개인 수행에 기반한 전통적인 신행·수행양식은 그대로 남았다”면서 “둘의 간극이 너무 벌어져 있다. 공동체와 조직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가족 간 전승이 이뤄지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조계종 어린이·청소년 전법단장 성행 스님(청계사 주지)은 “평소 사찰에 다니고 불법을 실천하는 것에 대해 부모세대들이 자식세대에게 자부심을 주지 않는다. 불교사상에 위화감이 있는데 자녀들이 사찰을 오려 하지 않는다”면서 “적극적인 신앙도 권유하지 않는다. ‘너희는 믿고 싶은 종교를 믿어라’라고 하니 자녀들이 다른 종교로 개종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성불자들의 신앙은 대부분 ‘기복’에 치우쳐 있다”며 “요즘 젊은이들에게 종교는 자기 계발의 아이템이기도 하다. 교육·문화 프로그램들이 부족하다보니 젊은 세대에게는 적극적인 어필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계종 포교부장 무각 스님(서울 공생선원장)도 “교육을 통해 불자들의 소양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불교를 가족에게 권할 수 있다”면서 “불자 개개인이 불교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불교가 관념적으로 인식되는 것이 문제다. 실제 생활에서 이익이 되고 실천적이라는 것을 교육을 통해 알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를 잡아라
가족들을 사찰로 이끌기 위해서는 10~20대 미래세대를 우선적으로 사찰로 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현재 가족들은 철저하게 자녀들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불교는 어린이, 청소년, 대학생 등 계층 포교는 붕괴 직전까지 갔으며, 미래세대 발굴과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해결하고자 지난해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통해 조계종 종단 기구로 ‘미래세대위원회’ 구성을 결의했지만, 현재까지 사업 예산만 잡혔을 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다.

이에 대해 무각 스님은 “미래세대 포교에 대한 부분은 아직 제대로 방향이 잡히지 않았다. 현재 새롭게 구성된 7대 포교원 집행부에서 방향부터 잡기 위해 논의 중”이라면서 “재원이 한정적이기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세대가 고민하는 취미, 취업 등을 불교계가 파악해 정말 실천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종교계 청년일자리박람회, 불교 명사(名師)의 청소년멘토링 등 해야 할 부분은 무궁무진하다. 말로만 공생, 공동체를 외쳐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성행 스님도 “종교 인구 중 1020세대가 빠르게 줄고 있다. 종교를 갖지 않으려는 것은 ‘종교=기복’이라는 인식이 강해서다”라며 “각 사찰이 역사문화의 관점서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을 강화해야 하고, 인문학 강좌를 적극적으로 유치해야 한다. 종교·문학·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이 사찰과 불교임을 젊은 세대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불교, 무엇을 할 것인가
불자 가족 내 세대 전승을 확산시키기 위해서 불교계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불교계 전반에 걸쳐 신도 참여 확대와 시대에 맞는 가족 세대별 프로그램 개발 등 한국불교의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윤승용 이사는 “한국불교는 전반적으로 경직돼 있다. 신도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장(場)이 드물다”면서 “사찰 운영 등에 참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불교에 대한 충성도는 높아진다. 무엇보다 인식 변화를 통해 근현대화와 전통 신행의 간극을 빨리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성행 스님은 “가족이 함께 찾는 사찰이 되려면 아이들 쉼터나 공부방 등이 연계돼야 한다. 젊은 부부들이 찾을 수 있도록 육아 관련 시설도 있어야 한다. 사찰에 놀이방이나 수유실이 있어야 하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특히 불교 특유의 인성 프로그램 등을 정비해 응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무각 스님은 “가족에게 도움이 된다면 저절로 사찰로 데리고 올 것이다. 이는 개별 사찰이 아닌 종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가장 먼저 법회문화부터 젊은 세대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변화시켜야 한다. 음성공양도 신이 나는 것으로 바꾸고, 법문도 스님들이 젊은 세대에도 어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