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족을 생각하다- 우리는 佛子 3代

“어머니의 기도는 가피와 복의 근원”
부산 홍법사 문명애 불자 가정

증조할머니 불심 증손자까지 이어져
증손자 동자승 출가로 친구도 얻어

“아버님을 일찍 여의고 6남매를 키우신 어머니는 삶의 고단함 가운데서도 어김없이 새벽 3시면 일어나셨고 천수경 독송 소리로 저희를 깨우셨어요. 저희는 어머니가 기도로 아침을 맞는 모습에 게으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홍법사(주지 심산)에서 가족수계법회를 한 문명애(67)불자는 평생을 지켜본 어머니 이상년(진실행ㆍ85)불자의 삶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문명애 씨 가족은 4월 24일 홍법사 대광명전서 4대가 함께 가족수계를 받았다. 게다가 딸의 시부모님들과 사위까지 모두 함께 계를 수지했다. 그들은 할머니의 삶에서 본 부처님 가피가 얼마나 큰 복덕이 되는지를 깊이 알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딸 현정연(39) 불자는 어릴 적부터 할머니 집을 방문하면 빼곡히 적혀 있는 부처님 경전들이 곳곳에 있었고 언제나 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경전들을 지금도 보고 계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감동과 신심이 절로 생깁니다. 이런 환경때문에 〈법화경〉 〈금강경〉은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어요. 저도 지금은 어머니와 불교대학을 신청하고 깊이 있게 불교를 공부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이 진실행 불자의 신심은 증손녀와 증손자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동자승 단기출가에 손자 박도영이 참여한 것이다. 손녀인 박지원 학생과 함께 현재 매주 홍법사 어린이 동림법회에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단기출가에 대한 생각이 없었어요. 할머니의 권유로 참여하게 됐죠. 21일 간 동자승 출가 경험은 지금도 아이가 잊지 않고 기억을 합니다. 자녀 둘 다 모두 제가 기도하며 108배를 하면 함께 자연스럽게 동참합니다.”

그리고 현정연 불자는 자녀들에게 주는 가장 좋은 선물로 ‘도반’을 꼽았다. 어릴 때 자연스럽게 만난 좋은 도반은 서로에게 가장 좋은 가르침이 되고 불심을 받아 들 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좋은 친구를 만나긴 어렵습니다. 아들이 동자승 단기출가를 통해 만난 아이들과 여전히 만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도반을 얻었으니 가장 좋은 선물을 부처님께 받은 것이죠.” 


“아버지와 아들 연결고리, 바로 불교”
서울 봉은사 장항배 불자 가정

사찰은 부자지간 추억이 서린 곳
며느리 “아이들, 합창단 시킬 것”

“저희 형제와 아내, 그리고 아버님과 장인, 장모까지 모두 봉은사에 다닙니다. 한절에 함께 다니니 저절로 대화도 많아지고, 화목해지네요.”

서울 봉은사(주지 원명)에서 활발한 신행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서경 장항배(44) 불자는 “집안이 모두 불교신자라는 것에 행복하다”고 강조했다.

장 씨의 가족은 5월 1일 열린 봉은사 유아수계법회서 온 가족이 함께 계를 받았다.  이날 수계법회에는 장 씨의 아버지인 초암 장병인 거사(75)를 비롯해 동생인 명법 장용원 씨와 아내 성덕향 박외숙, 제수 상락행 정혜승 씨, 아들 명도 장준혁, 명선 장재혁, 조카 서경심 장지윤까지 총 8명이 동참했다.

이처럼 많은 인원이 봉은사 유아수계법회에 온 이유는 집안 어른인 장병인 거사와 맏아들인 장 씨의 불심이 깊기 때문이다. 특히 장 씨에게 불교는 자칫 서먹할 수 있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고리였다.

“항상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님과 아버님을 곁에서 지켜보며 다른 이들보다 방황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형제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에서 좀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힘을 받았어요.”

현재 장 씨는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될 정도로 기업보안과 기술유출방지 등의 귄위자다. 석박사 과정 후 여러 대학을 옮기면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던 것은 부모님의 이런 자식을 위한 간절함을 어려서부터 지켜봤기 때문이었다. 동생 장용원 씨도 맞장구를 쳤다.

“이제 와서 뒤돌아 보면 부모님과 어렸을 때 함께 연등을 달고 사찰에 온 것들이 모두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가족의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라 매번 올 때마다 옛 생각이 나곤 해요. 온 가족이 모두 교양대학을 나왔습니다. 동문이기도 하네요.”

장항배 씨도 “1981년부터 다녔다. 저희 신도 번호가 8811번인데 현재 신도번호가 수십만 번대까지 있으니 초창기 신도라고 할 수 있다. 연비만 몇 번을 받았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장병인 거사는 여기에 사돈도 모두 불자라고 말했다. 종교가 같기 때문에 대화가 잘통한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수계법회에 참여한 두 며느리들도 아이들에게 불교를 알리기에 적극적이었다. 며느리 상락행 정혜승 보살은 “사찰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는 것 같다”며 “아이가 자라서 생각이 있다면 어린이합창단을 시킬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 


“멘토 부모님께 배운 신행은 삶의 지표”
부산 대광명사 최상욱 불자 가정

사위도 결혼 후 불교에 귀의
아이들 ‘광명진언’ 외우며 공부

“부모님의 신행 생활을 어릴 적부터 보고 자랐고 그 모습이 익숙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저도 불자가 되었습니다.”

부산 대광명사(주지 목종)에서 1월 26일 3대를 이은 가족이 가족수계 법회에 동참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최상욱(68) 불자의 딸 최두경(40)씨는 부모님들의 신행 생활이 곧 포교였다고 했다.

특히 그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모범 멘토’의 중요성을 알았다고 했다. 지금 두 아들을 둔 어머니로 돌이켜 생각해보면 부모님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버지, 어머니는 지금도 존대를 하세요. 서로 존중하고 다투시거나 큰 소리로 싸우는 모습을 아직까지도 본적이 없어요” 이런 부모님들의 모습에 불자가 된 것은 딸 뿐 만이 아니다. 결혼 당시 무교인 사위 최지운(44)씨도 결혼 후 불교에 귀의해 가르침을 배우고 있다.

“남편은 저희 부모님이 하시는 말씀을 정말 귀담아 들어요. 자녀를 가르칠 때도 좋은 말을 사용해야 한다고 가르치셨는데 아직도 마음 깊이 담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부모님들의 말씀에는 힘이 있어요. 바로 모범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죠.”

아버지 최상욱 불자는 이같은 말에 “행이 없는 불자는 설득력이 없다. 최선을 다해 바른 불자로 살고자 애를 쓴다. 그리고 불교에 대해 강요하지 않는다. 단지 마음을 어떻게 쓰면 좋은지 관(觀)하는 법에 대해 한번씩 말을 해준다”고 귀띔했다.

부모의 영향력은 이제 초등학생인 그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최연수, 최형진 학생은 법당에 들어오면 익숙한 모습으로 삼배를 올린다. 특히 유아 때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불안해 했던 최연수 학생은 대광명사 주지 목종 스님을 찾아가 일찍히 죽음에 대해 듣고 배웠다.

최연수 학생은 “스님께서 죽음은 옷을 갈아 입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하셨다. 그 설명을 지금도 기억한다. 지금은 공부 할 때 지혜를 부탁하며 기도하고 혼자 있을 때 두려움이 있으면 ‘광명진언’을 외우며 스님 말씀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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