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이해 ‘UP’하니 절 문턱은 ‘DOWN’
배려·이해 ‘UP’하니 절 문턱은 ‘DOWN’
  • 박아름 기자
  • 승인 2016.05.10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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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포교 모범도량을 가다

도움벨누르면 이동도우미 출동
스님들 직접 경사판 제작키도
따뜻한 환영에 주인의식 생겨
장애인 전용 주차·화장실 완비
점자 법요집제작해 법회 열기도

▲ 강북장애인복지관 소속 불자회 ‘바라밀’회원들을 위해 화계사 스님들이 직접 나무 경사판을 제작했다.

불교계 전반은 일부 도심사찰을 제외하면 대부분 산중 높은 지대에 위치하거나, 전통건축양식을 유지하는 지리·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장애인의 이용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로 인해 부처님께 삼배라도 올리고 싶은 마음에 절을 찾았던 장애인 불자들은 엄두도 못 내고 돌아서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에 몇몇 사찰에선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경내 이동 서비스 제공 장애 편의시설 확보 장애인 포교프로그램 개발 등 장애인의 사찰 이용 편의 방안을 확충하는 데 힘쓰고 있다.

전통사찰양식 한계, 극복하기 나름
서울 강남 봉은사(주지 원명)는 전통사찰양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안내 서비스를 제공한다.

봉은사는 보통 사찰의 일주문과 같은 진여문양쪽에 각각 도움벨을 부착, 경내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벨을 눌러 도움을 요청하면 경비원 또는 종무원들이 직접 나와 경내 진입을 돕는다. 진여문부터 법왕루로 이르는 길목에 계단 옆으로 평지 경사로를 확보하고 있지만, 장애인들이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기 위해선 인적 도움이 불가피하단 판단에서다.

신도 김규연(80) 씨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나처럼 나이가 들어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많다. 사찰에 이런 시스템이 생겨 매우 기쁘다작은 사찰에도 이런 제도가 많이 도입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봉은사가 진여문 양쪽에 배치한 도움벨.
봉은사 측은 현재 장애인들이 도움벨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은 한 달 평균 4~5건 수준이라며 장애인들은 대부분 보호자를 동반하기 때문에 이용률이 높진 않지만, 혼자 방문하는 장애인들도 부담 없이 이용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봉은사는 전각 등 경내 곳곳에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전화주세요란 안내판을 명시하고, 장애인들이 이용시 불편함을 느낄 때마다 전화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또한 올 초에는 장애인전용주차구역 2곳도 확보했다.

서울 강북 화계사(주지 수암)는 산중에 위치한 특성상 계단이 많단 점이 장애인들 이용에 불편요소로 작용하지만, 휠체어를 타고 대웅전 내부에 진입해 직접 법회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장애인 불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특히 대웅전으로 진입하기 위한 경사판은 사중 스님들이 직접 법당과 어울리도록 나무로 제작해 특별함을 더했다.

강북장애인복지관 소속 불자회 바라밀회원들은 매월 셋째 주 일요일마다 화계사서 법회를 봉행한다. 평균 20여 회원들이 꾸준히 참석할 만큼 열의가 대단하다.

노옥선(67) 바라밀 회장은 처음엔 일반 신도들과 사찰에 불편을 끼칠까 늘 걱정스런 마음이었다. 그러나 회원들끼리 조금씩 정성을 모아 매달 부처님께 꽃·향 등 공양물을 올리며 마음 한구석이 떳떳해졌다또한 사찰 측 배려가 더해져 이제는 우리 스스로 바라밀을 행한단 생각으로 열심히 신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 회장의 딸 박보현(41) 씨는 화계사가 계단이 많아 오르기 힘듦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를 비롯한 바라밀 회원들의 참여율이 높은 것은 사찰 측의 배려 덕분이라고 말한다. 박 씨는 화계사는 장애인들이 직접 법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을 따로 마련해 준다. 장애인들에겐 대웅전에 들어가 스님 법문을 직접 듣고 부처님 전에 합장할 수 있단 것만으로 큰 위안이 된다이로 인해 바라밀 회원들은 신심이 돈독해질 뿐만 아니라 사찰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주지 수암 스님은 우리 사찰을 이용하는 신도들이 겪는 불편을 해소해 주는 것일 뿐, 그 누구에 대한 특별대우가 아니다젊든 나이가 많든, 건강하든 병이 들었든 모두 같은 이웃이다. ‘장애인 포교라 분류할 것도 없이 그저 모든 이웃이 부처님 품안에서 불편 없이 어우러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빌딩식, 편의시설 완비로 만족 UP
최근 지어진 현대양식, 즉 빌딩식 구조 사찰은 주출입구 접근로·장애인전용주차구역·장애인용 승강기·위생시설·안내 설비 등 비교적 장애인 편의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 빌딩식 사찰인 서울 목동 국제선센터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판 핸드레일을 설치했다.
서울 목동 국제선센터(주지 탄웅)는 출입문에 점자 보도블록과 더불어 3층 법당까지 이르는 길에 점자 안내판 핸드레일을 설치함으로써 시각장애인들의 편의를 도모한다. 또한 경사판을 이용해 휠체어가 법당 내에 직접 진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용 승강기·화장실 등 대부분의 편의시설을 구비하고 있다.

특히 국제선센터는 장애인 시설 및 단체와 MOU협약을 체결하고 해당 시설 이용 장애인을 위한 템플스테이를 연중 1~2회 개최함으로써 장애인 불자 포교에도 앞장서도 있다.

국제선센터 측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휠체어를 이용하는 노보살님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은 편이라면서 또한 불자가 아니었더라도 협약 시설 이용자들이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며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자체만으로도 불교에 대한 접근성과 친밀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 불광사(회주 지홍)도 진입 경사로·장애인용 승강기 및 화장실은 물론, 대웅전을 제외한 모든 전각에 휠체어를 타고 입장이 가능하도록 설비했다. 특히 대부분의 주요 행사가 열리는 보광당은 다른 사람 도움 없이 장애인들 스스로 진입할 수 있도록 바닥 턱을 없애고 법당 뒤편에 발코니석을 따로 마련, 휠체어에 앉은 채 법회 및 행사에 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수화동영상·점자경전 맞춤형 포교
사회복지법인 연화원 광림사(주지 해성)20여 년 전부터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정기 법회를 열고 있다. 매달 둘째·넷째주에 열리며, 주지 해성 스님과 동국대 명예교수 법산 스님이 교대로 법문을 설하신다. 특히 법회에 참여하는 장애인들이 직접 스님의 법문을 습득할 수 있도록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점자 경전을 제공하고,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선 빔프로젝트를 통해 수화동영상을 상영한다.

광림사는 당초 주지 해성 스님이 장애인 불자들을 위해 법회를 열고, 우리나라 최초로 청각장애인 운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소규모 사찰로는 이례적으로 장애인 포교에 앞장서왔다. 그 후 2003년 사회복지법인 연화원을 개원하고 본격적으로 장애인 복지사업을 펼쳤다. 2009년에는 6층 광림사 법당 아래 5층 공간에 연화직업재활원을 개설, 장애인의 자립 생계유지를 돕고 있다.

2010년부터 광림사 법회에 참석 중인 한국시각장애인불자회 강태연(36) 씨는 그 전에는 매주 이절 저절 옮겨 다니며 법회를 봤다. 우리에게 오지마라 하는 절은 없지만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 법회 볼 장소를 찾기 매우 어려웠다광림사는 스님이 직접 사찰예절도 가르쳐주시고 점자 법요집으로 법회에 참여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해성 스님은 과거에는 법륜회라는 택시기사 불자모임에서 지체장애인들의 이동을 도와줘 지체장애인을 위한 법회를 열곤 했다지금은 자원봉사자들이 없어 운영이 어렵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부처님 품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 광림사 주지 해성 스님이 제작한 〈점자법요집〉으로 법회에 참석 중인 시·청각 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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