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스님이 강조하는 인생 원칙 〈어떻게 살 것인가〉

설정 스님, 박원자 지음|나무를 심는 사람들 펴냄|1만 4천원

- 무엇을 하든 내 전체를 던져 집중하라
- 내 삶의 주체는 나다. 어렵고 괴로운 것도 다 내 것이다
- 어려운 길을 갈 때 비로소 당당해질 수 있다
- 공부와 노동이 함께해야 힘 있는 공부가 된다
- 어떤 공부나 종교를 갖든 좋은 성격을 갖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다. 시베리아에 갖다 놓아도 살 수 있는 자신감을 갖자
- 사람은 단풍잎처럼 늙어 간다. 나이들 수록 자기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
- 명예를 위해 자신을 천덕스럽게 만들지 말라
- 한 끼를 먹더라도 수행자는 자신 있고 당당하며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
- 자기 정화하는 시간을 꼭 가져라


“우리가 사는 게 뭡니까?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나는 어떤 존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 존재인가? 삶의 보람은 무엇이며, 나의 사명은 무엇인가, 이걸 확실히 알고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입니다.”

열네 살이던 1954년, 부친의 생신불공을 위해 수덕사에 들렀다가 그대로 출가한 설정 스님은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수행자의 길에 들어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수덕사와 정혜사서 사는 동안 전강 스님, 송담 스님, 탄성 스님 등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선사들과 지내며 참선과 농사가 하나인 선농일치의 삶을 몸으로 익혔고, 수행자로서의 근기를 알아보고 감탄한 정신적 스승 금봉 스님도 만났다.

또래보다 작고 약한 몸으로 잦은 병치레를 하면서도, <천수경>이나 염불, 도량석 등을 다 외울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고, 염불 소리가 좋아 금봉 스님께 ‘저 아이가 과거에도 중이었구나’ 하는 소리까지 들었다. 법정 스님도 ‘설정 스님의 축원이 최고의 축원’이라고 하셨는데, 40대 초반 수덕사 주지 시절에 녹음한 스님의 새벽 도량석은 지금까지도 ‘금세기 최고의 도량석’이라고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많은 후학들이 ‘가장 스님다운 스님’으로 칭송하고 존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슨 일이든 정성스럽게 잘하면 된다’는 부처님 가르침을 매사에 몸소 실천하며 솔선수범하기 때문에 여든을 바라보는 산중의 최고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후학들과 함께 지금도 여전히 하루 8시간이상 정진하고 일하며 농사짓기 때문이다.

설정 스님은 책에서 “예전에 수덕사는 스님들이 직접 농사 지어서 자급자족하고 살았어요. 승려들이 신도들에게 의존치 않고 먹고 입고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것을 자급자족하면 구성원들이 건강하고 당당해져요. 옛 도반들은 나를 보고 나이 들어 너무 어렵게 산다고 하지만 나는 대중들과 함께 수행하고 일하며 사는 것이 재미있습니다”라고 밝힌다.

이 책을 집필한 박원자 작가도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책 출간을 위해 2014년부터 2년간 약 14차례 스님과 인터뷰하면서 분명히 각인된 게 하나 있습니다. 설정 큰스님은 76세라는 연세가 안 느껴지실 정도로 매순간 최선을 다해 사시는 꼿꼿한 청년의 이미지였습니다. 수덕사 스님들 말에 따르면 절에서 제일 먼저 일어나셔서 제일 마지막으로 울력을 마치시는 분이 바로 설정 스님이라고 합니다”라고 술회한다.

 

후학들 ‘가장 스님다운 스님’으로 칭송
‘정성 다해 최선 사는 삶’ 몸소 실천
“소통하려면 내 전체를 열어야 한다”
수행자가 지닐 생명줄… 신심, 원력, 공심

 

일평생 관통해 온 강직함과 공심의 표본
스님의 일생을 관통한 소신과 철학이 ‘강직함’이라는 것은 1980년 계엄군에 의해 자행된 10.27법난에 대처한 모습서도 잘 드러난다. 수덕사 주지를 맡은 지 얼마 안 돼 법난이 일어나 영장도 없이 대전 보안대 지하실로 잡혀간 적이 있었다. 이유도 모른 채 잡혀가 심문을 당하자 사흘 동안 독방서 잠을 자지 않은 채 단식하며 좌선 했다. 매일같이 조서 쓰라는 강요에도 한 줄도 쓰지 않고 버텼고, 그곳서 있던 일을 나가서 얘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는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그렇게 열흘 간 고초를 겪었는데 얼마 뒤 사회에 기여한 공로로 중앙관청서 표창장을 받으러 오라는 얘기를 듣고 그 자리서 단박에 거절했다.

그 후 정권이 불교를 탄압하는 것에 대해 규탄하는 대규모 법회를 열었다. 수행자는 공적인 마음과 원력, 신심으로 무장됐을 때 수행자다운 것이고, 스님이 스님다울 때 당당하고 진실된 삶을 살 수 있다는 소신으로 살아온 설정 스님에게도 고난의 시절이 있었다. 스님은 수덕사 주지로 발령받고 출입 정지 가처분을 받았을 때와 췌장암으로 죽음과 마주했을 때라고 기억한다.

저자 설정 스님은? 1941년 11월 충남 예산군 덕산면 대동리서 태어났다. 다섯 살 때 주역의 대가인 부친에게 한글과 천자문을 배웠다. 열네 살이던 1954년에 아버지의 생신불공을 위해 수덕사에 들렀다가 그대로 출가해 1955년 원담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수지했다. 수덕사 주지와 종회의장을 역임했고, 2009년 덕숭총림 4대 방장에 취임했다.

나이 들어서는 철저한 자기관리를 권하다
설정 스님은 선사들의 말이나 경전을 인용하기보다 어떤 질문이든 본인의 언어로 상대가 이해하기 쉽고 편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표현으로 읽는 이를 감동시킨다. 유연한 마음으로 한 수행법만을 고집하지 않는 것처럼,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여 후학들에게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 특히 설정 스님은 책 속에서 사회지도층에 대한 경책도 내린다. “지도자는 너그러워야 하며, 남의 말을 안듣는 사람은 바로 자신감이 없어서이다. 소통하려면 내 전체를 활짝 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책의 제목처럼 스님이 들려주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대답은 무엇일까? 설정 스님은 “참생명인 나를 찾는 것이며, 올바른 가치관을 세우고, 그 가치관에 따라 지혜롭고 성실히 사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 자리서 보람을 느끼며 사명감으로 주인 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생을 잘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나를 놀리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나이 들수록 더욱 철저히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사람은 단풍잎처럼 늙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록 몸은 늙었더라도 정신이 초롱초롱하고 마음은 당당한 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감을 갖고 사람답게 살면 오늘 몸을 내버린다고 해도 걱정할 게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부부간에도 다섯 가지 사랑의 조건이 있어야 한다면서 관심, 존중, 책임, 이해, 내 것을 다 놓아 버리고 주는 것을 들었다.

수행자들에게 전하는 간곡한 당부
“한 끼를 먹더라도 수행자는 자신 있고 당당하며 떳떳하게 살아야 합니다.” 수행자는 먹을 것, 입을 것, 잠, 이렇게 세 가지가 부족해야 하며, 공부와 노동이 함께해야 힘 있는 공부가 된다면서 수행자가 지녀야 할 세 가지 생명줄로 신심, 원력, 공심을 들었다.

무엇보다 명예를 위해 자신을 천하게 만들지 말라면서 수행자는 청정해야 함을 강조한다. 마음속에 규칙을 가지고 절제된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행에 철저하고 사명감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일만 하는 스님은 일꾼이지 수행자가 아니며, 하루에 한두 시간이라도 반드시 수행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사찰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면서 지금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사회, 경제적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과 함께 한국 선의 전통인 경허 선사에 대해 스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 경허 스님뿐만 아니라 만공 스님, 수월 스님에 대한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동적인 이야기도 들어있다.

정리하자면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선 스님의 생애와 수행 이야기를, 2부에서는 일반인에게 들려주는 인생 법문, 3부는 승가에 전하는 조언을, 4부는 수덕사 수행의 표상인 경허 스님에 대한 생각 등을 실었다.

한편 박원자 작가는 “처음에는 설정 스님이 일생을 담기에는 모순이 많은 사람이라며 책 출간을 여러 번 고사하셔서 솔직히 어려움이 있었다”며 “스님의 영원한 화두인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매순간 진지하고 몸소 실천하시며 사시는 스님의 말씀을 생생히 옮긴 것이어서 감동이 컸다”고 출간 소감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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