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고속도로는 하얀 꿈속처럼 짙은 안개로 길이 나 있었다.

가야할 거리도 멀고, 주말이면 늘 막히는 고속도로라는 악명을 기억했기에 새벽길을 골랐지만 정작 내 이마를 누르는 것은 눈앞을 막는 안개도, 도로를 메운 자동차도 아닌, 실체가 없는 것이다.

우리 삶이 항상 이렇다. 하루하루 나아가는 생()에서 걸음을 멈춰 세우는 것은 물리적인 장애나 불행이 아닌 예측하지 못했던 불확실성, 불안감이다.

일주문을 지나 여기저기 불규칙적인 듯 규칙적으로 서있는 석불과 석탑들을 마주하니, 또 다시 안개 속에 들어선 기분이다.

천개의 탑과 천개의 부처가 산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는 이 골짜기에 이제는 석탑이나 석불이 없는 빈자리에도 여전히 불()의 기운이 가득해서 빈 공터도 그냥 밟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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