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팔정도(八正道) ①

지혜가 없는 자에게 선정(禪定)은 없고, 선정이 없는 자에게 지혜는 없다. 선정과 지혜를 갖춘 그는 참으로 열반에 가까우리라.”

이 경문은 법구경(法句經)의 게송 제372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그야말로 불교의 수행 길에서 명상과 지혜가 중심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 둘은 서로 협력관계 또는 보완관계에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관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디가 니까야16 대반열반경에서도 ()’와 더불어 온전하게 닦아진 명상이 큰 결실을 이루고 커다란 유익함을 가져오며, 명상과 함께 온전하게 계발된 지혜 역시 마찬가지로 유익한 결과를 이룬다고 설명하고 있다. 계율과 명상과 지혜는 불교의 수행 길에서 어느 하나도 소홀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라는 이 세 가지 공부가 서로 맞물리게 함으로써 체계적이고 입체적인 수행의 길로 제시한 모범은 여덟 가지 성스러운 수행 길’(八正道)에서 만나게 된다.

팔정도의 체계 안에 내장되어 있는 수행 길의 면모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한자어 ()’자의 의미를 먼저 바로 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올바르다는 뜻이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에 여덟 가지 항목에서 모두 바른, 올바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게 된다.

▲ 그림 나은영.

정견의 팔리어는 삼마(samma-) 디티(dithi)’, 여기서 삼마가 바로 에 대응하는 말이다. 그런데 삼마에는 한자와 마찬가지로 올바르다의 뜻이 있지만, 놓쳐서는 안 되는 또 하나의 뜻이 있다. 바로 완전함이다. 그러므로 이를 반영하여 삼마의 의미를 옮기면 바르고 온전한이라고 번역할 수 있으므로 정견은 바르고 온전한 견해가 된다.

온전하다는 의미를 더하면 여덟 가지 성스러운 수행 길의 어느 것도 한 번의 수행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팔정도를 구성하고 있는 내용을 하나하나씩 살펴보는 지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부처가 행한 최초의 설법에서 명시한 것처럼 팔정도 전체가 적절한 길’(中道)의 추구임을 먼저 점검해보자.

중도(中道)의 기본적인 뜻이 가운데 길(majjhima maggo)’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이때의 가운데는 공간적인 또는 수학적인 중간을 의미하는 것에 멈추어 있지 않다. ‘양 극단을 벗어나는 것’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태도등이 중도를 실천하는 핵심이라는 설명은 기존의 불교학개론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런데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태도가 왜 중요하며, 그것을 지향하는 길을 성스럽다고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을 충실하게 찾는 것이 여덟 가지 성스러운 수행 길의 의미와 그 위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하나의 길이리라.

여기 승용차를 운전하며 차창으로 건널목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또 보행자로서 건널목을 지나려는 사람도 있다고 하자. 이때 건널목의 녹색 신호등이 점멸을 시작하는 순간이 되면, 대강 무시하고 앞으로 내달리려는 차와 서둘러 건너가려는 보행자의 의지가 서로 맞물리고 있는 지점이 생겨날 것이다. ‘건널목 녹색 신호등이 점멸하고 있는 순간은 그저 하나의 사실이지만, 그것을 보고 판단하고 다음 행위를 결정하는 순간에는 늘 자신의 감정, 의도, 가치, 관점, 견해, 이 개입되어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재빨리 도로를 내달리려는 승용차의 질주본능과 서둘러 건널목을 통과하려는 보행자의 의지 중에서 누가 옳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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