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현 법의인류학자

4월 화요열린강좌 뼈가 들려준 이야기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미국드라마 CSIBONES. 뼈 전문가들이 뼈에 담긴 정보로 살인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모습이 그려진다. 뼈로 알 수 있는 정보는 도대체 무엇일까? 미국 국방부에서 참전 무명용사들의 유해를 조사하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연구하는 진주현 법의인류학자는 426일 열린 대한불교진흥원 4월 화요열린강좌에서 가야시대인이 몇 살까지 모유수유를 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뼈가 갖고 있는 정보는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정리=윤호섭 기자

▲ 진주현 법의인류학자는…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한국고등교육재단 장학생으로 선발돼 2003년 유학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대와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인류학으로 석ㆍ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10년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온두라스, 중국 등에서 발굴현장에 참여해 인류의 진화와 기원, 사람과 동물 뼈대의 구조적ㆍ기능적 차이 등에 대해 연구했다. 현재 하와이에 있는 미 국방부 소속 합동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사령부(JPAC)에서 법의인류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뼈로 알 수 있는 다양한 정보
사건해결·역사연구에 큰 도움
우리나라 법적 보존 근거 없어
연구 분야 발달에 걸림돌 작용

안녕하세요. 저는 법의인류학자입니다. ‘뼈 전문가라고 생각하시면 쉬운데요.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어봅니다. 저는 미국 국방부에서 전쟁포로와 전쟁실종자 유해를 찾아 가족 품으로 돌려드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관 본부는 하와이 진주만에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은 미군이 참전했던 전쟁지역 유해를 발굴하는데 주로 3개 전쟁에 힘을 쏟습니다. 가장 먼저 2차 세계대전입니다. 실종자가 제일 많기 때문인데요. 해군 전통에 따라 바다에 수장된 유해가 많아서 발굴은 적은 편입니다. 다음은 베트남전입니다. 여기에 기관 예산 80%가 집중돼 있습니다. 가장 적은 부분을 차지하는 건 한국전쟁입니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수는 36000명 정도입니다. 이 중에서 7900명을 아직까지 찾지 못했는데 사실 찾을 수 있느냐’ ‘찾을 필요가 있느냐는 논의도 있습니다. 7900명 중에 5000명 정도가 북한지역에 있고, 그만큼 관심도 덜하기 때문이죠. 많은 분들이 영화 국제시장에 흥남부두에서 미군이 철수하는 모습을 보셨을 겁니다. 그 지역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동사했는데요. 전사자보다 동사자가 더 많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1954년에 중공군과 미군이 시신교환을 했고, 미군은 4400구의 유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800구가 하와이로 왔죠. 하와이 펀치볼 국립묘지에는 ‘US UNKNOWN KOREA’라고 적힌 묘가 800개 정도 있는데요. 바로 앞서 말씀드린 무명용사들의 묘입니다. 사망했지만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죠.

지금은 과학기술이 발달해 신원을 확인하는 데 DNA를 많이 씁니다. 그래서 무명용사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묘를 팠죠. 조사해보니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했더군요. 따라서 뼈는 굉장히 잘 보존돼 있지만 유기물질이 전부 없어져 DNA를 구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다시 묻을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여기서 희망을 준 뼈가 바로 쇄골입니다.

연령 추정 가능한 쇄골
쇄골은 엄마 뱃속에서 가장 먼저 생기는 뼈입니다. 임신 5주가 되면 생기기 시작하거든요. 사람 몸에 뼈가 206개 정도 된다고 하는데 이 중 제일 빠릅니다. 그리고 가장 늦게 성장이 끝납니다. 쇄골은 어릴 때 서로 떨어져 있다가 만 23세 정도에 붙기 시작하고, 30세면 성장이 완료됩니다. 다른 뼈들은 훨씬 이전에 붙죠. 즉 연령 추정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저희는 1949년부터 참전한 미군이 결핵 위험 때문에 흉부 엑스레이를 찍고 입대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기록이 너무 오래돼서 버리려고 한다는 것도요. 쇄골은 사람마다 모양이 다르고, 운동으로 잘 변하지도 않습니다. 또 흉부 엑스레이에 잘 나타나고요. 그래서 그 자료를 사서 엑스레이를 복원하는 회사에 맡겨 복원했습니다. 그리고 전사자에 대한 기록을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이 조사를 통해 유해 추정인물을 정리하고 육군참모총장의 허가를 받아 묘를 개장했습니다.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인데 이런 노력을 통해 60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유해가 50구 정도입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은 대부분 나이가 어리고 기혼자가 드물었기 때문에 자식이 없어 가족 품으로 돌아가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동물도 쇄골이 있을까요? 쇄골의 중요성은 부러졌을 때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데요. 쇄골이 부러지면 팔을 돌릴 수 없습니다. 즉 팔 돌릴 일이 없는 동물은 쇄골이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쇄골이 가장 중요한 동물은 새입니다. 모든 힘을 날개에 두기 때문이죠.

쇄골이 가장 먼저 발견된 동물은 바로 공룡입니다. 공룡에게 왜 쇄골이 있었을까요?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가 날개는 날기 위해 진화했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새의 날개는 분명 날기 위해 있는 것이지만 반드시 날라고 만들어졌다는 법은 없습니다. ‘코가 안경을 쓰려고 만들어진 건 아니지 않느냐고 얘기하면 이해하는데 주제를 날개로 바꾸면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일반적으로 새의 조상이라고 생각하는 익룡은 공룡이 아닙니다. 날아다니는 파충류입니다. 공룡이 새가 됐다는 얘기가 많은데요. 그러면 새는 날개가 있으니까 새가 된 공룡도 날개가 있어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익룡 뼈를 분석해보면 새와 비슷한 게 없습니다. 날아다닌다는 공통점밖에 없죠.

여기서 우리는 수렴진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서로 전혀 상관없는 동물이 비슷한 환경에 놓이면서 비슷한 형태로 진화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대표적인 예가 물고기입니다. 물고기는 북극에도 살고 남극에도 삽니다. 굉장히 멀죠. ‘이렇게 추운 물속에서 어떻게 얼지 않고 살아갈까?’라는 의문에 조사를 해보니 부동액 역할을 하는 분자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북극 물고기와 남극 물고기의 부동액 종류가 다르다는 겁니다. 결국 서로 다른 종이 유사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슷한 형태로 진화한 것이죠.

이걸 사람에게 적용해볼까요? 저는 미국에 살면서 한국뉴스를 열심히 보는 편입니다. 자주 접하는 소식 중 하나는 한국인들에게 비타민D가 모자란다는 것이었는데요. 비타민D가 부족하면 뼈에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미국 흑인노예 해방 후 흑인들이 대도시로 퍼졌습니다. 그런데 몇몇 도시에서 흑인들에게 구루병이 생기기 시작했죠. 특히 겨울에 금방 어두워지는 도시일수록 심했습니다. 여자는 구루병이 생기면 골반이 틀어져 아이를 낳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다보니 20세기 초 미국의사들은 흑인이 열등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만큼 당시 인종차별이 심했던 것이죠.

그러다 한 의사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흑인이 열등해서 구루병이 생긴다면 아프리카에 사는 흑인들은 전부 구루병에 걸려야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었죠. 조사해보니 아프리카에는 구루병을 앓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여기서 피부색과 뼈가 얼마나 밀접한 관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적도 부근에 사는 사람은 피부가 검습니다. 검은 피부는 자외선 차단율이 매우 높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피부암도 잘 안 걸리죠. 반면 북유럽은 겨울에 오후 2시에도 어둡습니다. 이런 곳에 피부 검은 사람이 살면 햇빛을 받지 못해 뼈가 망가집니다. 그래서 북유럽 사는 사람은 피부색이 까맣게 진화할 수 없습니다. 결국 피부와 뼈도 함께 엮여서 조상이 살던 환경에 맞게 진화한 것입니다.

옛날에는 대륙 이동이 어려웠기에 피부암이나 구루병 걱정이 없었는데 이제는 왕래가 쉬워서 자기 피부색과 맞지 않는 지역에 살며 문제가 생긴 것이죠. 물론 요즘은 비타민D를 약처럼 섭취할 수 있긴 합니다만 밖에 나가 햇빛을 받는 게 가장 좋습니다.

과거 기록 담은 정보의 바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동물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죠. 물론 다르긴 합니다. 두 발로 걷고 문화도 있고. 하지만 뼈 안에는 진화의 역사가 담겨 있고, 동물이 우리와 얼마나 비슷한지 보여줍니다. 우선 모든 척추동물은 같은 뼈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큰 뼈에서 점점 작은 뼈로 세분화 되는 구조는 심지어 인간과 박쥐도 같습니다.

말의 진화가 정말 재미있는 예인데요. 가장 오래된 말의 화석을 보면 당시 말 크기는 지금의 진돗개와 비슷했습니다. 말이 지구상에 나타났을 때 숲이 우거져 지금처럼 초원을 달릴 수 있었던 건 아니었나봅니다. 결국 말이 달리기 위해 태어난 건 아니었다는 얘기입니다. 환경이 변하면서 몸집이 커지고, 말발굽도 하나로 변합니다. 힘차게 뛰어야 하는 환경이 되면서 발굽도 진화한 것이죠.

지금도 말에게는 다섯 손가락을 만들 수 있는 유전자가 있습니다. 다만 말의 태아는 처음에 다섯 손가락 유전자로 출발해 임신 중기가 되면 유전자 두 개가 죽습니다. 임신 말기에 또 다른 두 개가 죽고요. 결국 발굽이 하나인 채로 태어납니다. 이처럼 유전학과 뼈 등이 주는 정보를 보면 옛 모습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뼈와 관련된 다양한 얘기를 들려드렸습니다. 정말 많은 정보를 갖고 있고 또 재미있는 게 뼈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한국의 경우 법적인 근거가 없어서 유해를 발견했을 때 임의대로 버릴 수 있다는 겁니다.

건설공사를 하기 위해 땅을 조사하고 묘를 발견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묘에서 유골과 백자가 함께 나온 상황이고요. 이때 백자를 함부로 갖다 버리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물건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유골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기에도, 마음에도 불편하다는 이유로 버린다고 해도 처벌할 수 없죠. 건설업자 입장에서는 빨리 치우고 싶을 것이고, 여기에 화장업체가 돈을 받고 처리하는 일이 많습니다. 유골을 연구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하지만 뼈만큼 당 시대의 정보를 많이 담고 있는 자료는 없습니다. 일례로 가야시대에 모유수유를 몇 살까지 했는지도 알 수 있는 게 바로 뼈입니다. 또 살인사건 등을 해결할 때도 뼈가 굉장히 중요한 자료가 되고요. 사건이 오래되면 남는 건 뼈밖에 없습니다. 옛 사람들이 걸렸던 병까지 추정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자료지만 중국이나 일본에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인식이 아직 많이 낮습니다.

한국인이나 미국인이 같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뼈에 대한 정보는 다르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한국인 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백인의 것을 가져다 맞춰보는 실정입니다. 결국 정확히 일치한다고 보긴 어렵겠죠. 뼈는 결코 불쾌하거나 부담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뿌리를 알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좋은 자료입니다. 앞으로 대중의 인식이 바뀌면 우리나라 연구분야도 발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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