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로 가는길

박재완 글 사진|연암서가 펴냄|1만 5천원
맑은 언어로 기록된 구도의 여정기
다양한 풍광 줌인한 禪 사진 돋보여

동료로 10여년을 함께 신문사서 일했다. 사진이 본업인 저자가 어느날인가 불쑥 수필가로 등단했다고 자신의 기고가 실린 잡지를 건넸다. 처음에는 놀랐지만, 글을 읽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앵글속 너머로 본 풍경이 그에게 글을 쓰게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머리말서 “산사서 아침을 맞을 때 산새 한 마리가 우주를 깨우고 있었고, 거대한 우주는 나비 한 마리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송이가 거대한 문명의 모든 결행을 멈추게 했고, 빛의 속도로 흐르던 시간은 눈부신 설경의 시간을 기다려 주었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는 우리가 있었다. 때론 뒤늦은 생각과 빗나간 마음을 안고, 기어이 겨울을 따라나선 갈대 앞에 서 있었다. 그렇게 나의 글은 풍경에서 왔다.”고 고백한다.

책은 크게 4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과 잘 버무려진 글들이 사유의 여운을 주는 ‘사찰 풍경 속 이야기’(제 1부), 붓가는 대로 자신의 신변 속 감상을 산문으로 써내려간 ‘산사로 가는길’(제 2부), 사진기자로 그동안 전국 산사를 누비며 기행을 적은 ‘절로 향하는 마음’(제 3부), 마지막인 문학과 영화의 무대가 된 사찰들을 소개한 ‘절 속의 문화읽기’(제 4부) 순이다.

특히 ‘절 속의 문화읽기’편에서는 기지 넘치는 제목들이 간간히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가령 2001년 개봉해 히트한 영화 〈달마야 놀자〉의 촬영지인 김해 은하사 편에서는 ‘건달들의 템플스테이, 형님 여기는 절입니다’로 소개했다. 신경숙의 단편소설 〈부석사〉에 등장하는 영주 부석사 편에서는 ‘아무나 그곳에 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할만큼 신경숙 작가의 말을 인용하며 애정을 표현했다.

저자는 사찰을 다니며 맛 본 다양한 경험과 그 곳서 줌인 한 선적인 사진에 특유의 맑고 명징한 언어를 가미해 이 책을 완성했다.

김종완 문학평론가는 “자기 내면의 흐름을 용서치 않고 낱낱이 따지는 시선은 가장 박재완적인 시선이다. 자기 엄격성은 작가에게, 특히나 수필작가에겐 필수적인 덕목이다. 그는 이 산행의 경험을 역경을 뚫고 어떤 목표물을 쟁취한 승리의 기록보다는 자기의 비굴을 어쩔 수 없이 목격하고만 자기 격하의 경험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며 “이 작가에게 이런 오기는 왜 생기는 걸까? 극한의 상황에서 나의 허약함을 발견했다면―어디 이게 나만이 갖는 허약함이겠는가. 인간이란 종이 갖는 허약함일 것이다―어떤 경우에도 인간에 대한 재발견이고 그렇다면 진전된 시선 아닌가. 그날 솟아오르는 태양을 보며 감격해서 셔터를 눌렀던 것은 그날의 태양 자체가 특별나서가 아니라 나에게 그 태양이 특별난 의미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수필가인 맹난자 선생도 “박재완의 수필은 맑은 언어로 기록된 구도의 여정기(旅程記)라 할 수 있다. 사는 게 힘들어도 나의 ‘자리’는 변함없었으면 좋겠다는 부동심(眞如)의 점검과 어쩌다 찾아온 근심으로 공부하면서 쏜살같은 시간 살다 갔으면 한다는 압축된 그의 언어는 독자로 하여금 많은 부문을 보완하면서 읽게 한다. 그것들은 곧 나의 문제로 환원(還元)되고… 그의 글에는 이런 힘이 있다. 통찰의 깊은 울림이 있다.”고 칭찬했다.

박재완 作, ‘아름다운 날’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