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시봉이야기

원택 지음|장경각 펴냄|1만 6천원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 개정증보판 발간
200쪽 분량 ‘시봉이야기 그 후’ 더해져
시봉하면서 느낀 생생한 경험담 소개
백련암 생활 등 비하인드 스토리 공개도

1971년, 원택 스님은 친구 따라 가야산 백련암을 찾았다가 ‘가야산 호랑이’ 성철 큰스님(1912~1993)을 처음 만났다. 1만 배를 한 뒤 얻은 화두가 바로 ‘자기 마음을 속이지 말라(不欺自心)’였다. 자신에게 가장 엄격하고 정직해야 하며 자신과의 약속만큼은 꼭 지키며 충실하라는 일침이었다.

맏상좌로서 성철 스님을 20여년 간 시봉한 원택 스님(백련불교재단이사장)이 은사스님의 가르침과 일화를 정리한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를 펴냈다. 기존 내용에 ‘시봉이야기 그 후’가 첨가된 개정증보판이다.
첫 출간은 2001년, 당시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2012년 성철 스님 탄생 1백주년을 맞아 재출간 된바 있다. 책의 역사가 15년 이상 된 셈이다. 원택 스님은 책출간을 통해 은사인 성철 스님 시봉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한다. 장좌불와 8년, 동구불출 10년으로 수행정진한 성철 스님은 평생 누더기 한 벌과 서책만을 남기며 무소유로 일관했다. 원택 스님은 그 밑에서 혹독한 행자생활을 거쳐 생전 22년, 사후 23년 등 총 45년간 성철 스님을 극진히 모셨다.

책은 스승과 제자 사이에 있었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마치 현장을 들여다보듯 실감나게 풀어나간다. 원택 스님은 “마음을 다해 시봉한다 했건만 큰스님을 보아도 보지 못한 것 같고, 만나도 만나지 못한 것 같다”며 스승에 대한 한없는 존경과 그리움을 나타낸다.

첫 출간은 물론이고 재출간될때도 세월은 흘렀지만 호응은 여전히 뜨거웠다.

원택 스님의 기억에 다르면 “조계사 앞길서 만난 동국대 불교대학 오형근 교수는 이 책은 21세기판 사원 세시풍속기록이며 어떻게 출가하는지, 행자 시절 고생하는 모습, 어른스님의 지도 등이 잘 묘사돼 좋았다고 정말 큰일 하셨다”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또 어느 보살은 일부러 찾아와 “원택 스님! 우리집 양반이 그렇게 절을 못 가게 하더니 〈성철 스님 시봉 이야기〉를 읽고서는 ‘이런 스님들이 절에 살면 당신 절에 가도 좋다’고 허락했습니다. 세상에서 스님들에 대한 생각들이 보살들의 마음과는 다른 모양인데, 이번에 스님들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았을 뿐만 아니라 스님들의 격을 한층 높여주셨습니다. 스님,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기도 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성철 스님은 투박한 듯하면서도 촌철살인과 명쾌함의 소유자였다. ‘가야산 호랑’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단도직입적 언행은 속세를 초월해 수행자의 길을 오롯이 걷던 성철 스님이었기에 쾌도난마처럼 후련하게 느껴진다.

원택 스님이 출가를 결심할 때의 일화도 그중 하나이다. 두 번째로 자신을 찾아온 원택 스님에게 성철 스님은 직설법으로 묻는다. “니 중 안 될래? 고만 중 되라.” 그리고 몇날 며칠 고민 끝에 출가를 결심한 원택 스님에게 엄명을 내린다. “내일부터 1주일 동안 매일 삼천 배 기도 하거래이.”

해인사 인근 남산 매화봉에서 찍은 성철 스님(사진 오른쪽)과 원택 스님 모습.
책 속에는 성철 스님과 원택 스님의 첫 만남과 출가, 돈오돈수 논쟁, 치열한 구도정신 등 진면목을 볼 수 있다. 특히 스승과 제자 사이의 치열한 구도열정에는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항상 언제 읽어도 생생한 감동으로 전해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번에 새로 나온 최종판에는 어떤 것들이 새롭게 들어 있을까? 200쪽 분량의 ‘시봉이야기 그 후’가 더해졌다. 성철 스님 일상사와 해인사 백련암 생활, 원택 스님이 성철 스님을 시봉하면서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들이 실감 나게 담겨 있다.

그림자 시봉을 하며 불교계의 ‘효자 스님’으로 알려진 원택 스님은 1972년 성철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행자 시절 꾸중도 많이 듣고 뺨까지 맞는 등 혹독한 생활을 했지만 은사 스님의 향훈과 가르침을 한번도 거스르지 않고 수십년간 성철 스님 곁을 지켰다. 그런 원택 스님의 눈으로 바라본 성철 큰스님의 삶과 가르침이 듬뿍 담긴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원택 스님은 “큰스님께 잘한 일-생전 하나, 열반 후 셋’으로 선양사업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생전에 잘한 일로는 〈성철 스님 법어집〉과 〈선림고경총서〉 출간을 꼽고 있습니다. 법어집은 성철 스님이 출간 후 부처님께 밥값을 했다고 자평한 〈선문정로〉와 〈본지풍광〉을 비롯해 〈백일법문〉 등 모두 11권의 책으로 구성됐습니다. 총서는 선(禪)의 핵심을 담은 경전과 어록을 번역 출판한 37권의 책입니다.”고 말했다.
이어 “열반 후 잘한 일로는 ‘칠일칠야 8만4천배 추모 참회법회’와 ‘사리탑 건립’, 〈성철 스님 시봉이야기〉 〈영원에서 영원으로〉 〈설전〉 등의 출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성철 스님 탄신 100주년 기념사업과 열반 20주가 추모사업, 겁외사에 들어선 ‘성철스님기념관 건립’, ‘성철스님 이야기’ 음반 출시, 〈명추회요〉 발간 등이라고 생각합니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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