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곪았던 것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른바 갑질사례가 자주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다.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의 항공사 직원 폭행,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승무원 폭행 및 항공기 회항, 국회의원 김현의 대리기사 인격모독, 호텔 직원을 폭행한 호두과자 회사 사장, 김만식 몽고식품 명예회장과 최재호 무학소주 회장의 운전기사 폭언폭행, 명예퇴직을 거부한 직원에게 면벽대기 근무를 강요한 두산 모트롤,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의 경비원 폭행,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의 140가지 갑질심부름 매뉴얼 등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더욱이 전직 국회의장이 절대약자인 골프장 캐디를 성추행하여 법정에 섰다는 소식까지 들어야 하는 국민들의 기분은 솔직히 말해 그저 그렇다’.

그런데 갑질은 재벌 2,3세와 같은 특수계층의 전유물만은 아닌 것 같다. 식당 종업원이나 백화점직원을 함부로 대하는 일반인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버스기사를 사정없이 폭행하는 승객 갑질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처럼 갑질은 이미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감도 좋지 않은 갑질이란 단어가 누구나 사용하는 보통명사가 된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계약관계에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이 상대방인 ()’에게 온갖 횡포를 부리는 일을 빗대어 하는 말인 갑질이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든 것은 그만큼 한국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이는 사회적 인식의 천박함과 불평등의 구조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정신의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에 의하면 나를 몰라봐로 비유되는 우월콤플렉스는 이상적인 나(자기)’를 성취하지 못한 좌절감을 불필요한 자기과시로 보상받으려는 병든 심리 상태다.

이렇게 자기를 특별하게 대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그가 기대한 만큼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감히 네가 나에게를 외치며 격한 분노를 터트린다. 재벌 2,3세 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의 어줍지 않은 갑질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우월콤플렉스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반증이다. 이러한 우월콤플렉스는 이상적인 나에 미치지 못한 지금의 부족한 나에 대한 열등콤플렉스의 반영일지도 모르겠다.

알프레드 아들러도 우월콤플렉스와 열등콤플렉스는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붙어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열등콤플렉스를 현재의 나를 더 높은 곳으로 채찍질하는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을 줄 알아야 하고, 나도 모르게 찾아온 우월콤플렉스를 열등콤플렉스의 또 다른 한 측면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지혜가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바로 그때 개인과 그 개인이 속한 사회의 건강성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 어쩌면 우리사회의 여러 가지 갈등들은 한쪽의 열등콤플렉스와 다른 한쪽의 우월콤플렉스가 극심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사실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굳이 <대반열반경>일체중생 실유불성(一切衆生 實有佛性)’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모든 인간은 본래의 타고난 인격적 가치를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다.

그렇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상대방을 인간적으로 대해야 하는 것은 민주시민의 상식이자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물며 사회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자신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들을 괴롭힘으로써 우월감을 과시하거나 자신의 특권을 확인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가진 잘못된 가치관과 미성숙한 사회화과정에 대한 치료와 재교육의 대상이지 부러워해야 할 대단한 사람들이 아니다.

사람이 귀한 줄 모르거나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다소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보편적 도덕성의 회복만이 한국사회의 건강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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