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이 나를 힘들게 할때

토마스 비엔, 비버리 비엔 지음|이재석 옮김|불광 펴냄|1만 8천원
일상 기쁨 회복, 중독 설자리 잃어
명상, 삶의 선택권 있음 깨닫게 해
명상 잘 하는 법은 명상 즐기는 것


바야흐로 중독의 시대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살아남기 위해선 불안과 고통으로 점철된 불확실한 날들을 견뎌야만 한다. 힘겹게 지탱한 삶에 무언가 위안과 보상이 절실하다. 고도로 산업화된 물질문명 사회는 자극적인 유혹으로 넘쳐난다. 알코올과 니코틴을 비롯해 약물 도박 게임 스마트폰 미디어 쇼핑 일 섹스 운동 음식 등 우리가 탐닉할 대상을 아주 손쉽게 제공한다. 그러나 중독 대상이 주는 희열은 순간적일 뿐, 그 대가는 혹독하다.

중독의 폐해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과 가정을 파멸에 이르게 하며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다. 그럼에도 무기력하게 중독에 빠져들고 어느 순간 구제불능 중독자로 낙인찍힌다. 한 순간도 자신의 의지대로 살지 못한다. 중독의 늪서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끊임없이 발버둥치지만 재발을 막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 지독하고 지긋지긋한 중독서 벗어날 수 방법은 무엇일까? 불교의 수행법인 마음챙김(mindfulness), 즉 ‘고요한 자각의 계발’은 중독에 빠진 마음 상태를 해결하는 훌륭한 해독제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마음챙김이란 현재 순간에 대한 자각(알아차림)과 수용(받아들임)을 특징으로 하는 열린 마음이다. 마음챙김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지금 이 순간을 경험한다. 우리가 평소 무심히 지나치는 주변과 자신의 내면에 고요하고 깊이 있게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지금껏 미처 깨닫지 못한 것들을 새롭게 자각한다. 중독의 본질이 삶의 고통을 회피하는 방법이라면, 마음챙김은 깨어 있는 상태로 삶을 마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독의 대척점에 있는 마음챙김이야말로 중독을 완전히 끊을 수 있는 핵심 열쇠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심리학자이자 명상 수행자인 저자들의 친절함과 따뜻함이다. 두 저자 토마스 비엔과 비버리 비엔은 부부로서, 수많은 마음챙김 워크샵과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중독자들을 새롭고 활기찬 삶으로 이끌었다. 중독자들과의 실제적인 상담과 치료 과정을 세세히 밝히며, 진정으로 그들이 중독의 굴레서 벗어나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간절한 마음을 담아 안내한다.

마음챙김 명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어렵거나 따분하고 지루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명상은 애써 참으며 노력해야 하는 무엇이 아니다. 저자들은 어떤 형식으로든 즐거운 명상이 돼야 함을 강조하며, 일상서 쉽고 즐겁게 실천할 수 있는 명상 수련법을 제시한다. 명상을 잘 하는 비법은 명상을 즐기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마음챙김은 일상이라는 원재료를 지혜와 평화, 기쁨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깨어 있는 마음챙김은 지금-여기서 현재 순간이 지닌 신선함과 풍요로움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하며, 일상을 충만한 기쁨으로 채워준다. 다른 특별한 대상에 의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삶의 공허함을 메우려 한 중독은 더 이상 우리 삶에 필요 없게 된다. 그때 비로소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가치 있는 의미로 명확하게 다가온다.

이 책의 서문을 쓴 G. 앨런 말라트(워싱턴대학 중동행동연구센터 이사)는 ‘명상이 중독행동에 미치는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습관적으로 매일 술 많이 마시는 음주가를 대상으로 6주간 명상 한 결과, 1일 음주 섭취량이 평균 50퍼센트 줄었다. 또 의료기관과 교정 시설서 치료중인 심각한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출소 후 다시 재입소 되는 상습성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들 명상 코스 참가자들은 중독 물질에 대한 충동과 유혹을 평온하고 균형감 있게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현대인은 누구라도 중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누구나 중독에 빠질 수 있다. 한마디로 중독에 포위돼 있다. 중독의 가장 큰 문제는 수많은 유혹과 자극의 과부하 속에 우리 스스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이 책은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권’을 깨닫게 한다. 김주일 기자


중독 고통서 벗어나 행복한 삶으로 들어가는 10개의 문

1. 현재의 생각과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라.
‘지금’에 충실할 때 과거를 치유하며 미래를 돌볼 수 있다.
2. 자신의 삶을 현재 집필 중인 이야기로 생각하라.
고정된 삶의 각본을 뿌리칠 때 새로운 인생이 펼쳐진다.
3. 검열하지 말고 솔직하게 일기를 써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때 내면의 지혜와 연결된다.
4. 명상을 통해 자신을 온전하게 받아들여라.
자신을 아프게 했던 것들과 더 이상 맞서지 않고 평온해진다.
5. 자연 속에서 여가를 활용하라.
인간에게 주어진 고차원의 지적·예술적·영적 능력이 발휘된다.
6.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
나에게 맞추려 하지 않을 때 건강한 인간관계가 성립된다.
7. 꿈이 보여주는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라.
꿈은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정확한 단서를 제공한다.
8. 일터에서 마음챙김을 적극 활용하라.
일에서 안정감과 만족감을 유지해야 삶의 균형이 이루어진다.
9. 슬픔, 걱정, 불안 등 부정적 감정을 보듬어 안아라.
긍정적 감정을 키울 때 진정한 기쁨과 내면의 평화가 깃든다.
10. 수행하라. 수행하라. 또 수행하라.
직접 수행하면서 경험해야 온전함에 이르는 참된 변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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