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명숙 부산파라미타청소년협회장

▲ 백명숙 회장은… 1946년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결혼 후 시어머니의 불교 신행 활동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심을 지키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1992~2000년 금강암 신도회장 및 합창단장, 2001~2004년 부산불교합창단연합회장, 2001~2003년 부산불교신도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부산파라미타청소년협회장,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 여성부 회장, 부산광역시청소년단체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1996년 대한적집자사 총재 봉사상, 2009년 조계종 포교원 불자대상 원력상과 2014년 포교원장상을 수상했다.

30여 년간 학생들에게 장학금 지원
2007년 (사)부산파라미타 회장에 취임
파라미타 ‘어울림 마당’ 활성화 시켜
2월 부산청소년단체협의회 회장 추대

정이 많고 나눠주길 좋아하는 어머니는 항상 자신은 챙기지 않았다. 바쁘게 일하고 가족을 챙기던 그 커다란 손은 거칠지만 아름답다. 그 수고가 항상 기쁨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무조건적인 사랑이 바탕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라는 말이 가슴속에 저릿하게 다가오는 것도 이 때문이리라.

이처럼 따뜻한 사랑으로 청소년들을 품어주는 대모(大母)가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내 무릎을 굽히고, 그들의 꿈을 응원하며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는 이. 바로 백명숙(70ㆍ대동심) 부산파라미타청소년협회장이다. 그는 자신의 법명인 대동심(大同心)처럼 아이들을 모두 끌어안는다. 특별히 무언가를 바라서가 아니다. 그저 아이들은 미래의 주인공이기에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떨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따뜻한 엄마의 마음 때문이다.

#학생들의 꿈이 나의 꿈
4월 8일 부산시 부산진구 서면, 백 회장을 만나러 찾아간 거리에는 학원 건물이 넘쳐났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학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백 회장이 운영하는 학원 역시 쉬는 시간을 즐기는 학생들의 목소리로 떠들썩했다. 지난 30년 동안 유명학원을 운영하며 매일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고 또 이들을 격려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다. 그는 ‘학생들이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곧 자신의 꿈’이라는 소신을 갖고 살아왔다.

“오랜 시간동안 학원을 운영하면서 참 많은 아이들과 대면했습니다. 좋은 소식을 들었을 때는 맘껏 기뻐해주고, 반대로 아이들의 꿈이 좌절될 때면 마치 제 꿈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백 회장이 본격적으로 학생들의 가정경제 형편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97년 IMF로 인한 경제위기를 겪은 뒤다. 이전에도 학원을 계속 다니지 못하는 학생이 있었지만 IMF 이후부터는 꽤 많은 학생들이 학원에 나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왜 공부를 그만두느냐고 물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져 학원공부를 이어갈 수 없다고 하더군요. 특히 발전가능성 넘쳤던 수재들도 많아서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이 상황을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들을 위해 학비를 지원하고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당시 전국서 유명학원 3곳을 운영하던 백 회장은 학원 안팎에서 조사를 통해 가정경제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찾았다. 그리고 매년 2월부터 대학입시를 볼 때까지 약 10개월간 장학금을 지원했다. 대학 합격 후에는 입학금도 후원했다. 셀 수 없는 금액이었을 터.

“돈으로 환산해 본적은 없어요. 매년 지원하는 학생 수도 달랐고, 금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그가 이처럼 물심양면으로 도운 학생들은 사회로 진출해 각자 맡은 역할을 해내고 있다. 물론 학생들을 다 기억할 수 없고, 멀리서나마 몇몇 감사인사를 전해 듣는 것이 고작이지만 백 회장은 그저 보람을 느낄 뿐이다.

“제가 도운 학생들을 다 기억하지는 못합니다. 다만 그들이 커서 사회활동을 하다가 저와 만날 때가 있어요. 감사인사를 하며 그때 주신 도움으로 잘 성장했다는 얘기를 들을 때 뿌듯하죠.”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며 베풂을 아끼지 않은 백 회장은 청소년을 위한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 바로 불교를 바탕으로 한 인성교육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필요성을 느낄 무렵 파라미타청소년협회(現 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를 알게 됐다.

▲ 2015년 열린 부산파라미타 신입생 환영 행사에서 백명숙 회장이 청소년들에게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있다.

#인성교육 첫 걸음 ‘이해’
부산파라미타청소년협회가 탄생한 1996년 그는 남편인 김석조 前 부산파라미타청소년협회장을 도와 청소년들의 활동을 지지했다. 이어 2007년 차기회장에 취임한 그는 단체의 정체성과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파라미타는 불교지만 불교가 아닌 형태로 청소년들의 문화에 접근합니다. 따라서 단체의 정체성과 내실에 신경 쓰지 않으면 본래 목적을 잃은 채 방황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되돌아보고, 청소년들의 바른 인성 함양에 주력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가 청소년 인성교육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다름 아닌 부산과 울산에서 유명한 입시학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청소년들의 변화를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켜봐왔다. 성폭력, 왕따, 그리고 자살 등 안타까운 소식을 뉴스를 통해 빈번히 접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 질 듯 아팠단다.

“심각한 사회문제들이 많이 일어나지만 정작 그 문제는 청소년들의 잘못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안타까운 점은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놀 문화가 없다는 점입니다. 문화는 곧 그들만의 소통이며 말 없는 대화입니다. 지금 청소년들은 기껏해야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영화를 보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들의 끼와 감성 그리고 스트레스를 건전하게 다룰만한 공간이 없습니다. 인성교육은 다른 게 아닙니다. 아이들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 시작입니다.”

▲ 부산파라미타청소년협회 이취임식. 맨 아래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백명숙 회장.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백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활동은 바로 파라미타 ‘어울림마당’이다. 어울림마당에는 부산지역 학생들이 다수 참가한다. 그리고 어울림마당은 학생들이 그간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갈고 닦은 솜씨를 뽐내는 장으로 활용된다. 이들을 위해 마련되는 부스는 스포츠대회 뿐 아니라 다도, 춤 공연, 전통놀이 체험까지 다양하다. 또한 백 회장은 2008년부터 전국대회 규모의 ‘청소년 합창대회’를 열어 화음을 통한 화합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요즘 청소년들은 예전에 비해 체격은 커졌지만 마음씨는 줄어든 것 같습니다. 사회적으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만연한 탓이겠죠. 합창에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화합이 전제돼야 합니다. 따라서 구성원들은 합창연습을 하며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소외된 청소년도 품어야
그는 부산파라미타청소년협회장 외에도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 여성부 회장, 부산광역시청소년활동진흥센터 운영위원, 부산광역시청소년육성위원회 위원 등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25일에는 그간의 노력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부산 청소년 관련 기관을 대표하고 아우르는 사)부산광역시청소년단체협의회 신임회장으로 추대됐다.

부산광역시청소년단체협의회는 2001년 9월 창립됐다. 불교뿐 아니라 현재 한국스카우트부산연맹을 비롯한 부산지역 34개 민간 청소년단체들이 소속돼 있다. 청소년단체 사업 지원 및 청소년 지도자 양성, 연수 및 청소년프로그램 개발 지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청소년 관련 위탁사업 등을 수행하는 부산 청소년단체 대표기관이다.

백 회장은 부산광역시청소년단체협의회장으로 추대되자마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비전을 제시했다. 바로 소외된 학생을 찾아 돌보겠다는 것이다. 특히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활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협회 기관에 소속된 아이들은 그나마 선택된 아이들입니다. 소외된 청소년들이 파라미타나 스카우트 활동 등을 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찾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아이들을 품어 양지로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는 신임회장으로 추대된 후 부산시청 여성가족부서 국장을 만났다. 청소년들을 위한 활동을 추진하는 한편 여론을 수렴할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백 회장은 처음 만날 청소년들에게 제시할 새로운 콘텐츠를 고심한 끝에 ‘전통문화’가 주는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

“이 나라 이 땅 전국 방방곡곡이 바로 박물관이고 성보입니다. 청소년들에겐 열 마디 말보다 한 가지 체험이 더 깊게 다가옵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체험활동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이에 맞춰 백 회장은 첫 나들이를 불국사와 경주 양동 마을로 정했다. 자연 속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걷고 웃으며 서로 마음을 여는 것이 소통의 첫 걸음이라고 했다.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불교문화와 전통문화가 살아 있는 곳에서 청소년들에게 평안을 안겨주고, 닫힌 마음을 도닥거려 안아주겠다는 것이다.

#모든 이의 행복 발원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이 아닌 달을 봐야 한다. 백 회장이 선택한 문화라는 도구는 궁극적으로 포교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이런 신념을 뒷받침하는 것은 바로 신행과 나눔이라는 양 날개다.

백 회장은 매일 새벽이면 능엄주를 펼치고 세상 사람들의 행복을 발원한다. 이어 참선 수행으로 아침을 맞는다. 그는 독실한 불교 집안에서 태어나 결혼과 함께 멀어졌던 불교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이 행복한 마음은 곧 봉사로 이어졌다.

▲ 2008년 구덕운동장에서 실시한 제3차 무차만발공양.

백 회장은 해마다 봉축을 맞아 한일불교문화교류협의회 여성부 회원들과 무차만발공양을 준비한다. 그동안 주로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 부산 용두산공원에서 3000인분의 비빔밥을 준비해 나눴는데 올해에는 부산 연등축제에 맞춰 송상현광장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제가 불교를 공부하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르침이 인과(因果)입니다. 인과의 법칙은 곧 진리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행복을 위한 씨앗을 꾸준히 심어야 합니다. 문화나 봉사ㆍ나눔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자 노력하는 것도 모든 이의 행복을 위한 일입니다.”

천강유수 천강월(千江有水 千江月) 만리무운 만리천(萬里無雲 萬里天). 천 개의 강물에 천 개의 달이 뜨고, 만 리에 구름 없어 만 리가 같은 하늘이네. 법당 주련에 많이 쓰이는 장엄염불 구절이다. 모든 강물에 달이 비치려면 1개뿐인 그 달은 무엇보다 밝아야 하고, 맑은 하늘이 되기 위해선 구름 한 점 없어야 한다. 조건 없는 사랑으로 미래의 대들보들을 품어주는 백명숙 회장이 밝은 달로, 구름 없는 하늘로 거듭나 천진불에게 부처님 광명을 비추는 등대가 되길 응원한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