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환 코만 스포츠웨어 회장

한국사회는 양극화로 사회분열이 심각해지고 있다. 여기에 사회지도층의 비위(非違) 소식은 연일 들리고, 국민들의 좌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국 한인 의류업계 대부로 통하는 조일환 코만(Koman) 스포츠웨어 회장(79)은 이런 시기에 사회지도자들의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저지주에 위치한 코만 스포츠웨어는 미국 내 전국 소매점에 젊은이들이 입는 영캐주얼 의류를 공급하는 회사다. 조 회장이 한인 의류업계의 대부로 불린 것은 바로 정도(正道)경영과 사회공익 활동을 실천하는 모습 때문이다. 현재 조 회장은 사업을 더 키우는 것보다 인재 육성 사업에 주력하며 회향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그를 3월 29일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만나 한국사회에서의 당면한 사회갈등에 대한 해결 방안을 들어보았다.

조일환 회장은… 1939년 경북 영천에서 출생했으며 1971년 도미해 1974년 맨해튼 브로드웨이 수입 의류 도매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현재 코만스포츠웨어로 연간 2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국사회에 한국 알리기에도 앞장서 1984년부터 1992년까지 뉴욕 한인학교 이사장을 역임하고, 1996년부터 현재까지 한·미 불교진흥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조 회장은 한인사회에서의 활발한 활동 뿐만 아니라 컬럼비아대에 150만달러를 기부해 불교학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옥스퍼드대와 코넬대에 한국서적을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07년 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문화대학 재학생들의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한 해외연수 기금으로 장학금 50만 달러를 기탁하기도 했다. 불자로서는 만우장학회를 통해 뉴욕 원각사에서 스님들의 미주포교도 지원하고 있다.
정도경영으로 미국서 사업 성공
미국이민자 최고상 수여 받아
“어리석더라도 원칙이 중요”

2005년부터 동국대서 불교공부
“의식부터 바껴야 불교 발전”
스님불자 미국 연수에 도움 손길

2007년 동국대 50만 달러 기금 전달
2009년 컬럼비아대 150만 달러 기탁
코넬대와 영국 옥스퍼드 대에도 후원

- 현재 연매출 2500만 달러의 중견기업 사장으로 있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사업 초기 제품 전체를 분실하기도 하고 1990년대 8년 적자로 회사가 기로에 서기도 했다. 수차례 위기를 극복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인가.

한 우물을 파야 한다. 상황이 어려울 때면 한눈을 파는 사람들이 많다. 회사가 어려울 수록 재투자, 제품개발에 나서야 한다. 비즈니스는 잘될 때와 안될 때의 사이클이 분명히 있다. 안될 때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제품의 단점을 분석해 고객만족에 나서야 한다. 결국 내 물건을 갖고 간 이들이 이익을 얻는다면 비즈니스는 저절로 된다.

성공에 대해 너무 집착하지도 말아야 한다. 원칙이 중요하다. 지금 현재의 활동과 원칙에 충실하면 성공은 절로 따라온다. 조금은 어리석게 보이더라도 우직하게 일하는게 답이다. 황소 같은 사람이 성공한다.

- 미국서 성공한 사업가임에도 2005년 한국에 돌아왔다. 이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장학활동에 적극 나섰다. 2007년에는 동국대에 해외연수기금으로 50만 달러를, 2009년에는 미국 컬럼비아대에 150만 달러를 기탁했다. 코넬대와 영국 옥스퍼드 대에도 한국서적 구입비를 후원했다. 그 이유는?

내가 먹고 사는 문제만 해결하면 그 이상의 돈은 내 것이 아니다. 정말 그 돈을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 주인이 돼야 한다. 돈의 가치는 많고 적음이 아니라 어떻게 값지게 쓰느냐에 달려있다. 사람을 키우는 일에 힘을 보태야 보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자라나는 한인 후손들에게 나누는 삶의 가르치고 싶은 작은 바람을 늘 갖고 있다. 그래서 미국사회에 한국을 알리는 일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 삶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에 답을 구하고자 불교공부를 마음 먹었고, 2005년 한국에 왔다. 동국대에서 학생들과 공부하다보니 한국의 젊은이들이 해외의 많은 부분을 경험하고 보다 진취적인 사고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해외연수도 후원하게 됐다.

사람이 모든 것을 이룬다. 기계화, 산업화 시대를 살고 있지만, 결국 이런 기계를 만들고 다루는 것도 사람이다. 결국 사람을 키워내는 것도 사람이다.

2014년 만우장학회 해외연수보고회서 해외연수 스님들과 화이팅을 외친 조일환 회장(사진 앞열 오른쪽서 네번째)
- 특히 만우장학회 등을 통해 한국 스님들의 미국연수를 후원하고 있다. 한국불교의 세계화와 미국포교 등에도 힘을 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밖에서 본 한국불교의 모습은 어떤한가.

먼저 미국에 오고 나서 불교가 큰 힘이 되었다. 모태신앙이었지만 미국에서 사업을 하며 뉴욕 원각사를 나가게 됐다. 2005년 동국대에 와서 젊은 스님들을 보니 말 그대로 ‘눈 푸른’, 원력이 높은 스님들이 많았다. 이 스님들을 미국에서 공부시키거나, 혹은 영어라도 제대로 가르치면 불교포교에 큰 도움이 되겠구나 싶었다.

한국에서는 보통 문법만 가르치기에 회화 등을 복합적으로 가르치는 학과과 필요했다. 그래서 불교영어학과 개설을 학교 측에 요청했다. 이후 학과가 만들어졌는데, 정작 나는 학교 측에 한 일이 없었다.

그래서 학과 학생들의 학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했고, 기금 50만 달러를 학교에 전달했다. 그리고 그 기금으로 현재 학과 학생과 스님들의 미국연수를 후원하고 있다.

한국불교 세계화에 있어 먼저 미국에 오시는 스님들은 포교의 애로점이 많다. 가장 먼저 언어적 한계다. 영어를 능숙하게 해야 하지만 대부분 기본적인 구사력도 미흡한 부분이 많다. 언어 뿐만 아니라 그 나라 사람들의 의식을 깊이 이해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미흡하다. 결국 대부분의 스님들이 미국의 한국사찰에 오면 고령의 1세대 교포들을 대상으로 설법할 수 밖에 없다. 사실 10대부터 40대까지의 2세대, 3세대 포교, 그리고 현지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포교가 중요한 것인데 말이다. 한국불교도 깨어나야 하고 변화해야 한다.

- 많은 이들이 해외에서 생활하면 자연스럽게 기독교로 개종하는 경우가 많다. 조 회장님에게도 이런 유혹이 있었을 것이다. 불자로서 불교로 회향하고 있는 인연을 듣고 싶다.

아버지가 일찍 작고하시고 어머니께서 진각종 심인당에가서 옴마니반메홈 불공을 매일 하셨다. 자식들을 위해 기도하는구나 하면서 고맙다고만 생각했다. 정말 힘든 시기에 미국에서 절에 가게 됐다. 뉴욕 원각사였다. 30년을 다녔는데, 회사 운영하면서 많은 개종의 유혹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금강경〉을 독송하고 불교공부를 하는 것에 행복했다.

미국교포의 80%가 교회에 다닌다. 한인사회의 정보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꿋꿋이 절에 다녔다. 하루는 한 직원이 ‘사장님 불교가 멉니까?’하는 것이었다. 교회에 다니는 직원이었다. 철퇴를 맞은 듯했다.

곰곰이 뜯어보니 사찰이 불자들을 교육 시키는 것이 부실했다. 기도만 있었다. 그 때부터 불교에 대해 더 알고 싶었고, 다른 이들에게 불교를 알리고 싶은 화두가 생겼다. 그 원력으로 2004년 태국의 위빠사나센터를 찾게 됐다. 위빠사나를 하고 나니 불교 체계가 세워졌다.

이론이 없는 믿음은 미신이 되고, 신자들은 광신도가 된다. 이론과 기본이 없는 믿음은 종교적으로 치우칠 수 있다. 한국불교는 간화선 중심이고 다른 나라는 그 나라마다 수행풍토가 다르다. 공부를 넓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것만 옳다는 데서 벗어나 한국불교가 좋다면 다른 나라 불교도 함께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그래서 스님들이 다른 불교도 공부하고, 다른 시야도 갖도록 후원하는 것이다.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한국스님들의 의식변화가 선결돼야 한다. 포교를 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 각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필요하다면 한국에서의 사고방식 또한 버려야 한다. 의식의 패러다임을 확 바꾸지 않는다면 한계가 있다.

- 의식의 패러다임을 지적하는 부분에 공감한다. 한국사회로 본다면 예전보다 공동체의식이나 희생과 봉사 등에 대한 의식이 퇴보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사회지도층이 이런 의식의 퇴보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조 회장님은 모범적인 이민생활로 2009년 미국 앨리스 아일랜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회지도층의 사회기여나 정도경영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회 지도층의 기여활동은 큰 파급효과가 있다. 300명의 기업체를 예로 들어보자. 이 기업체에는 가족, 친척 등 연관된 이들이 많다. 이들 기업의 수장 한명이 자신의 역할을 다했을 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경제민주화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듯이 양극화 해소가 과제다. 이런 기업의 수장들이 제 역할을 다하면 이윤 분배 등은 저절로 된다. 정치인들의 행위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이 이런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 우리나라가 한국전쟁 이후 어려움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군 것은 사회지도층부터 이런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 새마을 운동 때는 전국민이 굶어도 힘이 났던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잘 살아도 힘이 없다. 상대적 빈곤 때문이다. 여기에 대한 책임은 사회지도층에 있다. 나라가 발전하고 선진국으로 가는 국면에서는 정말 꼭 필요한 부분이다.

혼자 잘살아보겠다고 욕심부리기보다는 잘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클 수록 다른사람과 함께 하는 삶을 실천해야 진정으로 잘사는 세상을 이룰 수 있고 생각한다.

- 최근 한국에서는 경제성장이 침체되고 사회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다. 또 여기에 ‘나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주의가 고조되고 있다. 이를 어떻게 보는가.

먼저 기성세대에게 많은 책임이 있다. 우리 현실을 돌아보자. 사회를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는가. 매스미디어를 보면 항상 부정적인 면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에 반해 긍정적인 면은 다뤄지지 않는다.

기성세대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부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바로 아이들의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TV나 신문 등의 매체를 보면 자극적인 소재를 찾고 이를 여과없이 국민들에게 보낸다. 사회분위기 자체가 부정적으로 흐르다보니 긍정적인데서 나올 수 있는 원동력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부자들을 비도덕적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정말 본받을 부자들이 많은 세상이다. 어렵고 힘들게 사는 이들 중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노력해 일궈내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 또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이런 부분을 지속 조명해야 한다.

또한 국가도 장기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아무런 대안제시 없이 말로만 정쟁을 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우리나라의 발전 모습과 국민들이 마음을 모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지도자를 욕할 것이 아니라 세끼 밥을 먹는 이들은 모두가 지도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모두 함께 나설 때 변화는 시작된다.

현재 모두가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어려움은 항상 있었다. 1960년대 초를 돌아보면 부모들은 밖에서 굶어가면서 아이들을 공부를 시켰다. 공부를 한 아이들이 정작 취업을 할 때가 되니 직장 자체가 없었다. 이후 정부에서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강력히 전개하며 직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1970년대 산업이 발달하고 무역이 활성화됐다. 이 이면에는 대학 설립이란 교육인프라 확충도 있었다. 세계적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교육제도가 잘 되어 있어 우수한 인재들이 쏟아졌고, 이 것이 우리나라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이제 다시금 국가적으로 국민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그렇다면 국가 차원에서 어떤 부분에 대해 대비해야 할 것인가.

먼저 저출산 고령화로 젊은 세대가 감소하고 있다. 오히려 기회다.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의 개발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앞으로 20년만 지나면 OECD국가에서 로봇산업이 보편화되고 이를 개발하는 것 뿐만 아니라 관리하고 활용하는 기술자들이 필요하다. 신성장 동력을 찾아서 재빠르게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이에 맞춰 교육구조도 바꿔야 한다. 학령인구가 60만에서 40만으로 줄어드는 등 상태가 변하고 있다.

대학 인프라가 남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교육에 안주해서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 각 대학에서도 전문직업학교를 운영하고 산학협력 구조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세계 흐름에 앞서 교육을 진행해야만 한국사회에 미래가 있다. 밖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교육 인프라가 세계적인 수준이다.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다. 이를 위해서라면 적극적으로 후원할 생각이다.

2007년 동국대 해외연수기금 전달식 모습.
- 조 회장님은 30대의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창업했다. 한국의 청년들은 취업난으로 꿈조차 잃어버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있는가.

어려운 상황일수록 현실을 타개해나가고자 하는 용기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희망조차 없다고 한다. 그 이면을 보면 좌절감과 함께 현실에 안주하는 마음도 작용하고 있다.

반대로 보자. 그 어느 때고 현실이 말랑말랑했던 적은 없다. 취업만 하더라도 시대별로 차이는 있지만 그 어느 때라도 직장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때는 없었다.

언제나 현실은 고달프고 어렵다. 푸쉬켄은 ‘현실은 언제나 힘드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의 기성세대들도 어려움을 딛고 일어섰다. 역으로 이런 역경을 기회로 바꾸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정적인 사고를 떨치는 것이 먼저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처한 지금부터, 그리고 여기에서 열심히 자신이 가진 능력을 개발하고 또 준비하는데서 시작하자. 먼 미래를 미리 걱정할 것은 없다. 이것은 준비되지 않은 자의 모습이다. 나의 온 힘을 지금부터 다하는 것이 바로 미래에 대한 준비다. 결과를 바라지 말고 지금 여기서 온힘을 다한다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개개인의 앞길은 누가 열어주는 것이 아니다. 내가 열어가는 것이다. 사회나 밖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많은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아니면 취업이 되지 않아 대학원에 진학한다고 한다. 무엇을 위해서인가.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추진력이 생기고, 어려움이 닥쳐도 극복할 용기가 나온다. 현실도피, 또는 안주하려는 마음 속에는 좌절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식부터 바꿔야 한다. 노동의 중요성, 직업의 신성함, 직업의 귀천이 없어야 한다. 미국에 처음 건너갔을 때 정말 막막했다. 미국지사로 발령받았던 회사는 도산했고, 이후 혼자 힘으로 딛고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보따리 장사부터 시작했다. 이 주, 저 주를 다니며 옷을 팔았다. 그러다 보니 기회가 생겼다. 의식이 바뀌면 물꼬는 터진다.

국민의식의 변화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일환 회장. 그가 제시한 해법 속에 국민들에게 존경 받는 사회지도자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졌다. 한국사회의 미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달려있다. 노덕현 기자 noduc@hyunbul.com

2009년 미국 앨리스아일랜드상을 수상한 조일환 회장.
2009년 미국 앨리스아일랜드상을 수상한 조일환 회장.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