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잡설 한 마디. 배우 차태현과 전지현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기억하는가. 2001년 개봉한 이 영화는 전국 48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00년대 한국영화 붐을 이끌었다.

복고 열풍이 불어서일까. ‘엽기적인 그녀’ 2편이 오는 5월 개봉한다. 햇수로만 보면 15년만에 속편이 나온 것이다. 주인공 견우 차태현은 그대로 나오지만,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은 출연하지 않는다. 영화사가 공개한 예고편을 보면 알 수 있다. 공개된 영상은 견우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녀와 저의 만남을 아직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그녀는 어느날 갑자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라졌습니다. ,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내레이션 뒤로 견우에게 등을 보이며 스쳐지나가는 뒷모습이 클로즈업되면서 비구니 한 명이 등장하고 이내 종종 걸음으로 비구니 스님들과 사찰로 자리를 옮긴다. 이번 엽기적인 그녀 2’의 스토리는 전지현이 비구니가 돼서 돌연 차태현과 결별했는데 대륙의 딸인 빅토리아가 찾아와 결혼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웃고 넘길 수도 있는 소재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21세기 현대에 와서도 출가피치 못할 사연으로 속세를 떠나는 것처럼 소비하고 있어서다.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법응 스님이 48일 출가포럼에서 발표한 발제문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출가는 행동이고 대체적으로 깊은 사고(思考)를 바탕으로 하기에 발심출가라 한다. 출가는 삭발염의와 계율을 지킬 것을 약속하고 승가의 일원이 되며, ‘상구보리하화중생이라는 삶으로 대변된다. 출가는 이기심과 고통이 발현될 수밖에 없는 속세의 굴레를 끊고 무한 확장과 대자유의 삶을 통해 세속의 인연들을 심출가시키는 일을 하기에 의미 있는 삶이 분명하다.”

현재 한국불교는 제도, 수행환경 등 많은 부분에 있어서 현대화됐다. 하지만 출가와 승가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19~20세기의 박제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교는 오래되고 어렵고 힘들 것이라는 박제된 기억을 영화라는 대중문화 영역에서도 소비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 같은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누군가는 어린이·청소년 포교의 추락으로 인한 계층 포교를 원인으로 꼽을 것이고, 아니면 그간 미진했던 사회참여에 대한 것 때문이라고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응 스님이 던진 질문 안에 있다. “아날로그 중의 아날로그,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종교인 불교는 이렇게 복잡다단한 사회 현상과 다양한 문화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다른 종교와 공존하며 때로 경쟁하면서 흔들림 없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인류의 미래를 밝히는 빛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결국, 불교가 최종적으로 맞닥뜨려야 할 것은 일반 대중이다. 부처님 법을 전하는 전법·포교도 출가도 대중에게 기인한다.

조계종 교육원은 올해를 출가 진흥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던지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지난 1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문직 은퇴자들의 특수 출가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문직 은퇴자와 미래세대의 출가를 동시에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퇴 출가와 출가 홍보는 단기적인 방편이다. 어디까지 미래세대들이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할 수 있도록 계층 포교가 되살아나야 한다. 또한 불교와 스님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돌려놓을 필요도 있다. 지금까지 전무한 출가 전담 부서 역시 개설돼야 한다. 제도 마련도 중요하다. 그만큼 투자도 함께 선행돼야 한다. 투자가 없는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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