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는 마음으로 깊이 듣기

틱낫한 지음|시공사 펴냄|1만 2천원
“우리가 평소 스쳐지나온 존재
인지하는 순간 번뇌서 해방돼”

2014년 11월 뇌출혈로 쓰러진 이후 의식을 되찾은 틱낫한 스님이 뗀 첫마디는 바로 ‘행복’이었다. 생사의 기로에서조차 잊지 않은 단어다. 이번 에세이의 주제도 바로 이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늘 행복해지기를 꿈꾸지만 정작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매 분, 매 초 고통과 마주한 현대인에게 틱낫한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금방이라도 부서져버릴 것처럼 자신이 연약하게 느껴질 때, 마음이 불안정할 때는 지구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와 쉬면 된다’고. 늘 곁에 있지만 우리가 간과해온 존재 지구. 스님은 지구별이야말로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이 지구별의 품으로 돌아가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행복을 향한 첫걸음이라 설명한다. 행복을 주제로 다양한 서적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근본적이고도 사실적인 관점의 에세이는 현지 출간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수많은 독자의 이목을 끌었다. 문명의 발달에 쫓겨 잊고 있던 진정한 의미의 휴식, 그것을 통해 얻는 행복과 평화에 대해 이야기한 이 책을 지식인들은 ‘위대한 지혜’라는 단어로 칭송했다.

당신이 원하는 행복은 무엇인가? 차 한 잔 마시면서도 다음 업무를 생각한다면,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기에 급급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생사의 기로에서조차 틱낫한 스님이 전하고자 했던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이 책은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보다 근본적으로 평화와 행복을 얻는 법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 방법의 중심에는 ‘지구별’이 있다. 많은 사람이 “지구별은 단지 나를 둘러싸는 환경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렇듯 우리는 지구별을 자신과 동떨어진 존재, 즉 객체로 보지만 사실 지구별은 바로 나 자신이며 내 안에 지구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 덩이의 빵이 토양, 햇볕, 빗물, 농부의 노력 등을 통해 형성된 존재이듯 우리 역시 지구별의 물질과 에너지로 이루어진 존재이다. 따라서 행복과 평화를 구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를 이루고 있는 지구별을 보호하고 또 지구별과 소통해야 한다.

지구별의 품으로 돌아가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잠시 멈추어 깨어 있는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차를 마실 때는 차의 맛을 음미하고 거리를 걸을 때면 걷는 걸음과 호흡에 집중한다. 꽃을 볼 때는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세수를 할 때는 물의 시원한 감촉을 충분히 느낀다. 우리가 평소 스쳐 지나오던 것들의 존재를 인지하는 순간 우리는 과거도 현재도 아닌 지금 이곳에 온전히 존재하게 되며 비로소 수많은 고민에서 놓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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