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삼부경 역해

번역 및 해설 서주 태원|운주사 펴냄|3만원
기존 여러 원전 판본 꼼꼼히 대조
깊은 이해 위해 명쾌한 해설 덧붙여

불교서 말하는 팔만사천법문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즐거움을 얻게 하는 것이고, 자기의 참된 성품을 깨달아 성불에 이르는 것이다. 이 길은 부파불교를 거쳐 대승불교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수행법으로 개발돼 남방불교에서는 위파사나 수행이 주를 이루고, 북방불교에서는 유식종의 유식관, 선종의 참선, 밀교의 주력, 정토교의 염불과 이 외에 참회, 사경 등의 많은 수행법이 실천된다.

이 가운데 정토법문과 이를 실천하는 염불수행은 인광대사 말에 따르자면 불교 내의 ‘특별법문’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다른 법문들은 대개 자신의 수행력으로 불성을 밝혀 깨달음을 얻는 자력의 측면이 다분한 반면, 정토법문은 아미타불이 세운 본원력에 의하여 타방정토인 극락에 왕생하여 깨달음을 얻는 타력 내지 불력의 법문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토법문은 자신의 힘만으로 계정혜를 닦아 생사를 벗어나고 깨달음을 이룰 가능성이 희박한 중생이 아미타불의 본원력과 가피력에 의지해 서방정토에 왕생함을 목적으로 하는 대승불교의 특별한 법문이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정토법문을 믿고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나무아미타불’을 부르는 염불수행을 해왔다. 왜냐하면 ‘아미타불’의 명호를 부르는 것은 다른 수행에 비해 아주 간단하고 쉬워 출가나 재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편적인 수행법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평생 정토를 신앙하며 학문적으로 정토교학을 깊이 연구하여 다수의 정토 관계 저술을 해온, 한국 정토불교계의 대표적 학승이라 할 수 있는 태원 스님이 정토삼부경을 번역하고 해설한 것이다. 경전 원문을 번역함에 있어 기존의 여러 원전 판본을 꼼꼼히 대조하고 교열하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말 번역에 있어서도 원문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였다.

아울러 각 문단마다 경전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더욱 깊은 이해를 위해 간략하면서도 명쾌한 해설을 덧붙였다. 해설을 함에 있어서 원문의 자구적인 뜻과 교학적이고 학문적인 의미 전달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경전을 읽으면서 정토법문에 대한 믿음을 일으키고 왕생을 발원하여 실제로 염불수행을 할 수 있도록 신앙적인 면을 더욱 부각하여 해설하였다. 경전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지적 만족을 위함이 아니라 거기서 설하는 가르침을 내 안으로 받아들여 내 삶을 구체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함이 목적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정토법문의 기본 교학적인 해설에 덧붙여 이러한 신앙적인 측면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이론과 실천이 새의 두 날개처럼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는 데 기존의 정토삼부경 번역본과는 다른 특징과 의의가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정토법문의 특징은 이렇다. 첫째는 수행하기 쉽다는 점이다. 염불은 수행의 능력이 높고 낮음, 죄가 있고 없음, 남자와 여자, 빈부귀천을 가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렵고 복잡하고 많은 학식을 필요로 하지 않고 오르지 ‘아미타불’의 명호만 부르면 부처님의 본원력에 의지해 무생법인을 성취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아미타불의 본원에 의해 평등하게 구원된다는 점이다. 아미타불의 본원은 남녀노소, 학식이 많고 적음, 죄의 유무를 가리지 않고 오직 염불하는 수행자는 다 구제한다. 아미타불께서는 상근기보다 하근기를 위해, 선인보다 악인을 불쌍히 여겨 본원을 세우셨기 때문이다. 셋째는 생사를 단번에 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모든 종교는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겼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기독교의 영생, 도교의 불로장수, 불교의 무량수(無量壽) 등을 지향하는 것들이 그렇다. 그런데 염불하는 사람은 생사가 끊어진 세계에 태어나기 때문에 단번에 생사의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넷째는 뒤로 물러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수행을 함에 있어 어느 정도 진척이 있다가도 조금만 방심하면 퇴전할 뿐만 아니라 마장의 방해를 받아 언제 성불할지 기약이 없지만, 염불하여 정토에 태어나면 불퇴전의 지위에 올라 뒤로 물러나지 않기 때문에 성불이 언제나 눈앞에 있다. 다섯째는 수행하기 좋은 도량이 주어진다는 점이다. 이 사바세계에서는 향락에 쉽게 현혹되어 미혹에 빠지게 되고, 주위환경이 주는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무상은 신속하여 몸은 늙고 병들어 간다. 하지만 극락정토는 아미타불의 본원력으로 건설된 수행공간으로 이러한 장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장엄된 모든 것들은 법음을 울려 수행을 독려하여 무생법인을 얻게 한다.

한국불교에서 수행 하면 보통 화두참선을 제일로 친다. 하지만 화두를 통하여 깨달음을 얻는 것은 보통사람으로는 너무 어렵다. 그러므로 이제 자력으로 할 수 없으면 부처님의 원력에 의지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시대의 근기가 낮은 대중들에게 수행의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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