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시에서 수행하듯 살기로 했다

김종건 지음|도그지어 펴냄|1만 3천원
저자, “수행은 도시서도 충분히 가능”
인문학 고전 정수 통한 자기 수양서

‘물건을 버리고 행복을 되찾자’는 단샤리 열풍이 국내에도 거세다. 심플라이프를 주창하는 이 유행의 배경에는 삶의 복잡다단함이 점점 더 심화된다는 팍팍한 현실이 자리한다. 이 책의 저자는 ‘물건 버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도시서 수행하듯 살기를 제안한다. 지금은 더 얻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더 비우기 위한 마음공부’가 절실한 때라는 것이다. 즉 수행자처럼 사는 삶이야말로 도시서 마음 중심을 지키며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를 도발하는 것들에 쉽게 반응치 않고 ‘고요해지는 연습’을 통해 하루를 수행하듯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수행은 ‘성현들의 삶을 본받아 단 하루라도 완벽하게 살 수 있을까?’라는 화두로부터 시작, ‘단순함’으로 돌아가기 위한 기도, 명상, 경전 공부로 점철돼 있다. 그리고 매 시간마다 나태해지는 자신을 바로잡아줄 자경문(自警文)을 여러 고전서 취해 이 책의 적재적소에 수록했다.

‘하루’라는 일상의 최소단위를 수행하는 자세로 살기로 한 후, 저자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음을 고백한다. 이 책은 인문학 고전의 정수를 읽고 따라 쓰는 기쁨과, 하루를 반성하고 계획하는 시간을 동시에 제공하는 트랜스포머 자기 수양서이다.

지금 우리는 고요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끊임없는 경쟁과 그로 인한 불안, 분노, 강박이 우리의 정신을 온통 쥐고 흔든다. 그 결과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무시당하고, 조금이라도 무시당했다 하면 서로에게 폭발적 분노를 쏟아내는 사회 분위기가 고착돼 있다. 저자는 이런때일수록 중심을 잃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도시인들에게 ‘고요해지는 연습’을 권한다. 〈장자〉 덕충부 편에 ‘사람은 흐르는 물을 거울로 삼지 말고 고요한 물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명경지수(明鏡止水)의 고사가 나온다. 흙탕물은 마실 수 없지만 시간이 지나 모든 이물질이 가라앉고 고요해지면 맑은 물을 마시는 것처럼 우리 마음에도 고요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요함에 이르는 방법으로 저자는 쉽게 반응하지 않는 삶을 제안한다. 〈도덕경〉 16장서 노자는 ‘지극한 비움에 이르고 완전한 고요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지혜에 이르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고요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에게 끊임없이 도발하는 것들에 쉽게 반응치 않는 공부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일상의 최소단위인 하루를 조각내 고전 속 성현 말씀으로 우리의 삶을 관찰하는 낯선 경험을 제공한다. 매일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를 선물처럼 사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유불도 경전과 여러 고전을 다양하게 인용하며 독자들을 기도, 명상, 참선, 위빠사나 같은 생활 속 수행으로 이끈다. 하지만 하루 수행을 실천하는 자신의 분투기를 들려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어, 일반인들도 수행하는 삶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