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와 함께 희망을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지난 113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병신년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 중 일부다. 실제 자승 스님뿐만 아니라 각종 인터뷰나 간담회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가 바로 미래세대를 위한~’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는 이를 두고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까?

20151월 조계종은 종단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를 출범하고, 가장 중요한 의제로 불교, 미래세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선정했다. 이후 2차 대중공사에서 난장별 토론결과를 종합해 미래세대위원회 발족 불교대안학교 설립 미래세대 위한 사찰공간 마련 등의 안을 발표했다. 3월 열린 3차 대중공사에서는 당시 포교부장 송묵 스님이 미래세대위원회를 종령기구로 설치하기로 했으며 포교원이 주관한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한데 여전히 감감소식이다. 굳이 소식을 꼽자면 여름 경 주무부서가 총무원 기획실로 바뀐 것 정도다. 이는 미래세대를 위한 종단활동이 단순히 포교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논의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래세대위원회 구성에 관한 종령 제정도, 미래세대 범위에 대한 구체적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실정이다. 사실상 잠정중단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청년불자들도 마치 예상한 결과인양 종단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2차 대중공사에서 미래세대위원회를 발족하는 것은 의지 문제가 아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진정 의지 문제가 아닌지 되묻고 싶은 대목이다. 자승 스님은 그동안 누차 ‘5°의 변화를 강조해왔다. 지금은 별 차이가 없어 보여도 방향을 만 돌려놓으면 세월이 흘러 뒤를 돌아봤을 때 큰 변화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도 어디까지나 시작을 전제로 한다.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돌아볼 게 있을 리 만무하다.

물론 올해 기획실에 미래세대 종책연구 관련 예산으로 2500만원이 책정돼 있긴 하지만 종책토론회와 연구개발비 각 500만원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위원활동비와 업무추진비 등의 부대비용일 뿐이다.

그래서 이와 가장 크게 비교되는 것이 바로 사부대중위원회다. 서의현 총무원장 재심논란으로 지난해 7월 긴급히 의제를 변경한 5차 대중공사에서는 대중공의기구를 통해 재심논란 해법과 종단 과거사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종단은 대중공사 결의 후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종단화합과 개혁을 위한 사부대중위원회를 종령기구로 발족하고, 현재까지 전체분과회의와 워크숍 등을 활발하게 이어오고 있다.

이에 대한 연장선일까. 최근 100인 대중공사 추진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계획에도 사부대중위원회 보고는 있지만 미래세대위원회는 없었다. 또한 얼마 전 열린 중앙종회에서 한 종회의원스님이 종책질의를 통해 미래세대위원회의 진행과정을 물었지만 역시나 이렇다 할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순 없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아이를 바르게 길러내는 일이 쉽지 않기에 모두가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기성세대와 미래세대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는 것을 잘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하다. 당장은 미래세대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더라도 그들도 결국 기성세대가 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한강의 기적 아래 태어난 아이들은 현재 헬조선을 살아가고 있다. 헬조선에 태어난 지금의 아이들은 앞으로 어떤 세상과 마주할까. 그리고 한국불교는 과연 미래세대와 함께 어떤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 봄의 시작을 알린 3월도 어느덧 끝자락이지만 한국불교가 신경 쓰겠다던 미래세대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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