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참으로 많은 사연들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혼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늘 혼자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런저런 인연들로 얽혀 있었다.

누구나 제각기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살아야 한다. 또한 제각기 어울리는 환경에서 살아가야 편하다. 그런데 그것 또한 쉽지가 않은 일이다. 맑고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쉬리가 있는가 하면, 좀 심하게 과장해서 썩은 음식이나 오물에서 살아야 제대로 사는 구더기도 있다. 우리네 인생도 자연현상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제각기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살아가야 일신이 편안한 것이다.

오래전에 일 때문에 관공서에 갔다가 능력 있고 성실한 한 직원을 알게 되었다. 그 청년은 젊을 때는 공부만 하다가 혼기를 놓쳐 결혼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부모님이 연로하시고 손자를 보는 것이 소원이라며 걱정하고 있었다.

, 이런 처녀 총각들의 인연을 맺어주는 것도 부처님 공덕이겠구나. 내가 가진 역량을 이 분야에 회향해야겠다.”

이것이 시초가 되어 청춘남녀를 엮어주기 시작했다. 처음에 중매를 서기는 어려웠다. 가장 먼저 지역신문을 찾아가 취지를 설명했다. 지역신문의 광고를 보고 한두명씩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2005년에는 인터넷 카페 따뜻한 만남을 개설하고 정기적으로 만남법회를 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단순하게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하려고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2200여 쌍이 결혼하게 됐다.

▲ 그림 박구원

2200여 쌍 중에는 재미있는 사연도 많다. 한번은 추석 명절을 2주가량 앞두고 한 청년이 찾아왔다.

스님, 큰일입니다. 부모님에게 결혼할 여자가 있다고 했는데, 이번 추석에는 꼭 결혼할 여자분을 데려가리라 생각했는데결국 이렇게 혼자네요스님이 중매로 유명하시다면서요. 저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조금은 황당하기도 했다. 명절 때문에 결혼이 급하다니. 불교에서 말하는 부부의 연은 1겁의 연인데 1겁이란 물방울이 하나씩 떨어져서 바위를 뚫을 때까지 걸리는 무한대의 시간이니, 그만큼 소중하다.

하지만 이런 것도 인연이기에 중매에 나서기로 했다. 다행히 카페에 가입된 한 여성분이 호감을 보였다.

스님, 저도 비슷한 상황이에요. 나이도 맞고 성실하신 분 같으니 한번 만나보겠습니다.”

오히려 이런 반응에 중매를 서는 본인이 당황했다. 보통 청춘 남녀를 만나면 평생의 인연을 맺기 위해서는 너무 쉽게 상대방을 판단하지 말고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며 살펴보라고 권유한다. 오히려 너무 빠른 만남에 조심스럽게 만나야 한다고 당부까지 하게 됐다.

그렇게 두 분이 만나고 싶으시면 일요일에 열리는 산사음악회에 나오세요. 그러면 그 곳에서 두 분을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옥천사에서는 계절마다 사찰을 개방하고 있다. 일요일마다 종교의 벽을 허물고 성당이고 교회고 함께 어울려 즐겁게 종교활동을 하고 있다. 산사음악회에서 만난 두 남녀는 결국 연애를 시작했고, 6개월 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하게 됐다. 이 두 사람이 사찰 법회에 더욱 열심히 나오게 됐음은 물론이다.

인연을 만났다면 당신은 축복받은 사람이고, 아직 만나지 못했어도 축복받은 사람이다. 최고의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죽음을 앞두고 후회가 없도록 지금 열심히 사랑하고 지금 바로 사랑한다고 말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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